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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115

가을, 애플 피킹과 콘 메이즈 뉴햄프셔 주의 가을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애플 피킹을 할 수 있는 곳이 널린 것 또한 감사할 일이고요. 올해는 친구네 가족과 함께뉴햄프셔주의 주도인 콩코드에 위치한 카터힐팜(Carter Hill Farm)으로 애플피킹을 가보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주차요원이 정갈하게 안내를 하고 있고, 멀리 가을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작은 전망대, 과수원 안으로 걸어들어가도 되지만 재미삼아 탈 수 있는 트랙터까지 갖춘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그 동안 왜 이런 곳을 몰랐던 건지 안타까울 정도로 잘 정리된 곳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백미는,맛있는 애플사이더 도넛입니다.바로 튀겨나온 따끈한 걸 먹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고 그래도 만든지 얼마 안된 도넛을 사서 먹고 한 봉지 더 사왔습니다. 사과는 종류별.. 2018. 10. 8.
한스콤 군부대 구경 Hanscom Air Force Base 에 구경다녀왔습니다. 한스콤 군부대는 매사추세츠 베드포드, 링컨, 콩코드에 걸쳐있는 미국 군부대 타운입니다. 부대 안의 그로서리를 커미세리(Commissary)라고 하는데 일반 마트보다 저렴하다고 해서 친구네 차에 타고 함께 갔습니다. 군부대가 커봤자 얼마나 클까 생각하고 갔는데 부대 안은 하나의 마을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학교, 극장, 볼링장, 식당, 그로서리, 잡화류 마켓, 주요소가 다 있습니다. 면적이 크다 보니 여러개의 타운에 걸쳐서 있기도 하구요. 친구 남편이 베테랑이기 때문에 군인 가족 신분증을 보여주고 입장이 가능하고 당연히 저는 따로 차를 가지고 갈 수가 없습니다. 이곳을 갔던 가장 큰 이유는 군용식량(C-Ration)을 사고 싶어서였는데, 생각보다.. 2018. 8. 13.
산수 가르쳐주다가 눈물 흘린 이야기 얼마 전에 아이와 소수점과 밀리미터를 적는 문제를 보는데 눈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볼수가 없는 겁니다. 집중해서 봐도 0.1 인지 0.2인지 간격을 찾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네, 바로 늙어서 안보이는 "노안"이 온겁니다. 이전에 제가 노안이 온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걸 처음 깨달았던 순간,잠시 숨을 고르고 하던 것을 멈추어야했습니다.늙는구나, 나도, 정말로,...내 나이가 몇이더라? 되묻고(한국나이와 미국나이의 차이 때문에 기억 못한지 몇년 됨)만 나이를 계산해서 그 숫자를 보았고 그 숫자가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글씨를 보는데 돋보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살짝 눈물이 났습니다. 주름살은 멋지다고, 늙는 게 어때서,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신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일은 생각.. 2018. 8. 13.
9살 생일 파티 아이가 벌써 아홉살이 되었습니다.낳고, 젖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하면서 헤맸던 게 얼마 전인 거 같은데곧 사춘기가 될 아이를 보면서 저도 많이 늙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동시에 엄마 노릇이 꽤나 익숙해진 기분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벌써 네 번재로 생일파티를 해주었더니 그닥 신경 쓸 것이 별로 없이 파티를 치렀습니다. 아이는 일년 동안 다음 생일 파티를 어디서 할지 고민을 하기 때문에 적당한 곳을 조율해서 올해는 스카이존 트램폴린 파크에서 했습니다. 생일 파티는 유치원 때가 제일 성대하게 치러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간에 그룹이 없어서 반 친구들을 다 초대하게 되니까 20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이들이 좀 큰데다 방학이 생일이라 예전부터 불러왔던 친했던 친구들만 부르기 때문에 최소 인원인 열명.. 2018. 7. 25.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올해 불꽃놀이 구경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맨체스터에서 봤습니다. 정말이지, 디즈니월드 불꽃놀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굉장했습니다. 작년에는 한국 방문하는 길에 들른 샌프란시스코의 피어 39에서 보았는데 실망을 금치 못했죠. 그 이야기는 여기 있습니다. 2017/08/17 - [여행/미국여행] - [샌프란시스코] 피어39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샌프란시스코의 Fourth of July 불꽃놀이에 실망을 한 이유는, 독립기념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776년 7월 4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13개 주의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 선언문을 발표한 날" 여기서 13 개의 식민지(colony)는 바로 미동부에 위치한 뉴햄프셔,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 2018. 7. 5.
이방인 추가족네 배추가 안 절여진 이유 이방인에서 추가족네 김치 담그는 걸 보다보니, 늘 김치를 담아먹는 제가 김치 담그는 법을 좀 적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늘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김치를 가져다 먹을테니 김치를 담아먹을 기회가 보통 없고 미국에서도 한인이 많이 사는 곳은 맛있는 김치를 골라서 사먹을 수 있으니 안 담아먹겠지만 저처럼 미국 외딴 시골에 사는 경우는 김치를 사러 먼 거리의 한인 마트에 가느니, 배추에 고춧가루만 뿌려도 맛있기 때문에 담아먹습니다. 이방인에서 하여사가 김치 담그는데 배추가 안절여지는 걸 보며 나름 분석을 해보니 소금 뿌린 배추를 일단 체에 받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소금에 절인 배추에서는 물이 나와서 아래에 물이 생기고 그 소금물에 또 배추가 더 절여지고, 그래서 몇시간 지나서 위아래를 바꿔주면 최장.. 2018. 2. 5.
안개 간만에 날씨가 풀렸는데, 먹구름이 지표면까지 내려와서 한치앞도 안보이는 안개가 깔렸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시속 10마일 이하로 운전해도 바로 눈앞의 차선이 안보이는 수준이다. 퇴근할때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동네 도로를 5마일 (8km)정도 운전해야 집에 도착하는데, 이 길은 가로등도 없고 주변에 주택도 드물게 나오는, 칠흑같이 어둡고 좁고 구불구불한 숲속길이다. 끊임없이 감겨드는 안개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희미한 중앙선의 형체를 찾아가며 아주 천천히 기어가듯이 차가 진행한다. 하이빔을 켜면 좀더 잘보일까 싶어서 켜보니, 묵직한 안개가 하이빔을 환하게 반사를 해버려서 전방이 하나도 안보인다. 차라리 다 끄고 안개등만 의지하는게 더 나을거 같다. 한참을 달리다가 혹시 내가 보고있는게 중앙선이 아닌거 .. 2018. 1. 13.
동부 역대급 눈폭풍 Happy New Year! 2017년 12월 31일에 옆집 아이들과 함께 Cowabunga's라는 실내 놀이터에 갔더니뉴욕타임스퀘어의 볼드랍 행사같은 걸낮 12시에 했습니다.아이들은 모자 쓰고 저런 안경 끼고, 나팔을 휙휙 불면서 쏟아지는 색종이를 맞는데생각보다 재밌더라구요. 그날 밤 자정까지 버텨서 티비에서 하는 타임 스퀘어 볼드랍 보고 저랑 키스를 하고 바로 잤습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정까지 버티는 걸 되게 자랑을 하더라구요. 마치 인생의 큰 도전을 한 듯한... 12월 절반 이상이 영하 10도 이하로 날씨를 기록하더니 올 겨울 동부 날씨가 북극보다 춥다네 어쩌네 할 정도로 한달째 얼어붙고 있습니다. 새해 월요일이 New Year's Day여서 화요일부터 학교를 갔는데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 2018. 1. 5.
2017 화이트, 아이스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는 일주일간은 Harry Potter 1권과 Wonder의 후속편인 auntie & me 책을 읽고 연말 파티와 스키장 한번 정도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록적인 추위 때문에 어디 나가는 건 포기, 지금은 이런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춥습니다. 올해 화이트 마운틴의 워싱턴 산은 -34도 (섭씨 -36도) 관측됐다고 하네요.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리 동네도 계속 섭씨 영하 28도 수준입니다. 이주일 넘게, 밤에는 섭씨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고 낮에도 섭씨 영하 1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이 온 뒤 비가 내려서 드라이브웨이는 꽁꽁 얼어서 지난 며칠간 한 일은 쇠로된 삽자루를 들고 엿판에 엿 깨듯이 드라이브웨이에 얼은 얼음을 깼습니다... 2017. 12. 26.
산타와 Elf on the shelf 산타를 아직은 믿는 (듯한) 3학년 아이, 남편은 그걸 믿냐고 저를 비웃습니다. 선물을 받기 위해서 "믿는 척"하는 거랍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가 아직 진짜로 믿고 있다, 고 믿습니다. 아이는 Tooth Fairy나 레프리칸 같은 것은 다 믿지 않고 산타만 믿는다고 했습니다. 할일을 미뤄서 자기 전에 후다닥 숙제를 해야하는 아이에게 침대에 누워서 얘길했죠. 너 자꾸 숙제 안하면 태권도 마스터 앤디한테 얘기할거고 그러면 이번주에 있는 테스트 못받을지도 몰라, 여기서 아이는 조용해지고, 심각해집니다. 뭔가 먹히는 것 같아서 신난 저는 한술 더 떠서 25일이면 크리스마스인데 산타한테도 전화할꺼야! 이건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진지했던 아이표정이 썩소로 변하는 걸 봤습니다. 이 아이는 정말 믿는 '척' 하고 있.. 2017. 12. 14.
2017 할로윈 원래는 10월 31일 화요일 저녁 6시부터 8시가 할로윈 트리커트리팅하는 시간이었는데, 마을의 절반이 정전이었던 관계로 일요일 오후로 미뤄졌습니다. 우리 동네 정전됐던 이야기는 여기. 2017/11/04 - [뉴햄프셔 일상] - 바람, 나무, 정전 할로윈 코스튬은 엄마에게 숙제 같은 것입니다. 아이들은 일년 내내, 올해 할로윈에는 "무엇"이 될거라고 수십번씩 바꾸는데, 올해 최종적으로 선택한 아이의 코스튬은 "Odd Squad"라는 어린이 쇼에 나오는 에이전트 복장입니다. 최신쇼라 어른들은 잘 모르고 아이들끼리만 알아보더라구요. 이 코스튬을 위해서 빨간 넥타이, 흰색 버튼셔츠를 따로 구매하고 겉에 자켓은 제 것을 입혔습니다. 아드 스콰드 에이전트 뱃지는 출력해서 바느질로 붙여주고 빨간색 컨버스를 신어야 .. 2017. 11. 6.
바람, 나무, 정전 살면서 듣게 될까,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지금보다 더 젊었을때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라는 곡을 좋아했는데 이 노래가 '고백부부' 드라마에 나오니 더 흥얼거려집니다. 명곡은 명곡이지만, '책임'이라는 단어가 더 무겁게 다가오는 사십대에겐 '바람' 소리가 노래로 들리는 낭만 따위는 다 날아가버린지 오래되었습니다. 제게 '바람'은 '나무'로 연결되어 '전깃줄' 이렇게 이어지게 되었거든요. 나무가 유난히 많고 전깃줄이 땅속으로 묻히지 않은 동네에서, "바람이 불면? 전기가 끊긴다."라는 상식을 가지고 삽니다. 이번엔 시속 65마일(100키로)의 바람이 불었고, 약 3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으며, 3일간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 규모는 3년 전 눈폭풍때와 마찬가지였습니다. 2014/12/02 - [뉴햄프셔 일상.. 2017.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