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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2017 화이트, 아이스 크리스마스

by 마미베이 2017. 12. 26.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는 일주일간은

Harry Potter 1권과 Wonder의 후속편인 auntie & me 책을 읽고

연말 파티와 스키장 한번 정도 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록적인 추위 때문에 어디 나가는 건 포기,



지금은 이런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춥습니다. 올해 화이트 마운틴의 워싱턴 산은  -34도 (섭씨 -36도) 관측됐다고 하네요.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리 동네도 계속 섭씨 영하 28도 수준입니다.

이주일 넘게, 밤에는 섭씨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가고 낮에도 섭씨 영하 10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이 온 뒤 비가 내려서 드라이브웨이는 꽁꽁 얼어서

지난 며칠간 한 일은

쇠로된 삽자루를 들고 엿판에 엿 깨듯이 드라이브웨이에 얼은 얼음을 깼습니다.



친구가 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냐고 묻는데

"아이스 크리스마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삽자루 두개와 함께 엿판 같은 얼음을 깬 크리스마스로 기억될 것 같네요.





<<그레잇 울프 롯지>>


실은 4년째 이어서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그레이트 울프 롯지를 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아이 학교 마지막 날인 금-토로 예약을 하고

12시쯤 조퇴를 하고 워터파크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마침, 눈폭풍이 와서 휴교!



눈폭풍이 시작되는 시간에 눈길을 운전해서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워터파크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데 여행 기분을 낼 수 있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수영을 이틀이나 할 수 있어서 제가 더 좋아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기 전에 한달 정도는 설렙니다.


매사추세츠주 피츠버그에 있는 그레잇 울프 롯지는 작은 편이어서 둥둥 떠다니는 Crooked creek(유수풀)과 파도풀에서 주로 놉니다. 그리고 야외로 이어지는 핫텁이 있어서 이 세 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놀았습니다. 이 곳에서 유수풀에서 튜브에 앉아서 유유자적 떠다니는 것도 좋지만 제일 좋은 건 밤에 야외 핫텁의 따뜻한 물에 앉아서 쏟아지는 눈을 맞는 겁니다. 이 느낌 때문에 매년 갈때마다 설레는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는 아이가 알아서 놀기 때문에 제가 쫒아다닐 필요가 없이 편해져서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메자이퀘스트 라는 게임을 할 수 있는 패키지를 샀습니다. 요술막대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푸는 건데 아이가 선택한 건 패키지보다 비싸서 추가금을 냈습니다. 약 60불 정도의 패키지에 포함된 건 기본 완드(Wand)와 Topper, 벨트,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기본 완드 18불정도짜리만 사도 기본 타퍼가 따라오기 때문에 이거에 게임비 십몇불만 내면 할 수 있는 걸, 몰라서 패키지를 사는 바람에 완전 비싼 놀이가 됐습니다. 다음에 갈때 자기 완드를 가지고 가면 게임비만 내면 놀 수 있습니다.

 

 


아이는 멋진 드래곤 타퍼를 가졌지만 저는 지갑을 크게 열어야했고,

남편은 이 게임을 같이 하느라 엄청 걸어야했습니다.


이틀간 게임을 했는데 시간도 오래 걸려서 다음날 저녁에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퀘스트를 풀면서 용을 죽이는 걸 했는데, 남편이 인터넷까지 찾아가면서 해서 결국 해내고 아이는 '영웅심'에 불탔습니다. 용을 죽이는 걸 시도했지만 못해낸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같이 좋아했기 때문이죠. 


그 중 제가 제일 좋아해줬습니다. 드디어 집에 가자!라고 하면서 말이죠.



우리 자켓은 체크아웃하면서 차에 갖다 두었고,

로비에서 남편이 차를 가지고 오기를 기다렸는데 이날, 



눈이온 후 비가 내려서 나무에 이렇게 얼음꽃이 피었습니다.

불빛에 반짝이는 게 너무 예뻤죠.



그리고 차에 덮인 얼음을 깨고 차를 끌고 온 남편의 손은 동상에 걸릴 듯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집 드라이브웨이 역시 또 얼었고 

또 다시 얼음을 삽으로 깨다가 

포기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엘프가 가져온 선물과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을 풀었습니다.


Elf on the Shelf 에 대한 글은 여기있습니다.

2017/12/14 - [뉴햄프셔 일상] - 산타와 Elf on the shelf



남편의 주문으로 요리해본 'Bacon wrapped roast beef'





<<옆집 파티>>


크리스마스날 옆집에 아이가 놀러갔는데, 갑자기 우리도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해서 벙개로 놀러갔습니다. 옆집 현관까지 걸어서 가는데 눈이 많이 와서 무릎까지 오는 눈을 헤치고 걸어갔습니다.



옆집 C의 친정 부모님은 타이완에서 이민오신 분들이라 대화거리가 많았는데, C의 어머니는 중국 본토에서 태어나서 정치적 이슈로 타이완으로 망명했고, 아버지는 타이완에서 태어난 3세 정도 된다고 합니다. 둘은 캐나다에서 만났는데 알고보니 타이완의 같은 대학에서 공부를 했었던 인연이 있다고 하네요. 믿기지 않게도 C부부 역시 만나고 나서, 본인들이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걸 알게됐습니다.  대장금을 봤는데 한국 궁중 음식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국에 갔을 때 코스로 나오는 걸 먹고 너무 행복했답니다. 그리고 삼계탕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면서 너무 맛있다네요.


가장 가까운 집인데 무릎까지 눈에 빠지며 걸어와야 해서 험난한 곳(?)이었습니다.



<<또 파티>>


땡스기빙때마다 가서 거하게 얻어먹는 동네 친구네를 처음으로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습니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치킨을 튀겨서 먹다가, 개고기 얘기가 나왔지 뭡니까. 이전에 뉴햄프셔 지역 신문에 한국 강원도의 한 농장에서 개를 학대하고 개고기로 이용한다는 기사가 나서 민망했지만 그것에 관해 대화를 하진 않습니다.


놀러온 집과 잘 아는 친구가 몰몬교 선교사로 한국에 가 있는데 어느 집에 초대를 받아 갔더니 개고기를 대접했다는 겁니다. 최근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보냈고 아이들이 "코리안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걸 알게된거죠. 그래서 진짜냐고 물어보는겁니다. 


"일단 진짜지"라고 대답은 했는데, 왜 미국인에게 개고기를 대접하는 건지 그건 정말 무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집 엄마는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먹는 개고기는 애완견이 아니고 다른 거라고 설명을 하더라구요.


이 친구는 다른 문화에 대해서 정말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어서 저런 설명을 해주니 민망함이 좀 가셨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제가 이 친구에게 같은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의 음식 문화를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이슈가 있는 걸로 대접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격좋은 이 친구는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에서 먹는 쥐나 바퀴벌레 이런 이야기로 넘겨서 넘어갔습니다. 미국에서도 없이 산 사람들은 산에서 잡을 수 있는 모든 걸 먹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얘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 그리고 총 좋아하는 사냥꾼들은 사슴고기 엄청 먹는데, 아이들은 이것도 예쁜 사슴을 먹는다고 난리난리...


 

이 진저브레드 하우스는 다른 친구네와 만들었는데

트레이저 조에서 산 이 패킷에는 사람들과 강아지 한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집을 다 완성한 후 뜯어먹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는 사람 한명을 들고 먹고

우리 딸은 강아지를 들고...


그 친구가 우리 아이에게

"Are you really gonna eat the dog?"

이랬죠. 

코리안에게 그런 질문은 좀 조심해줬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농담으로 튀어나올 뻔 했는데 애들 놀랄까봐 참았다가 남편에게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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