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하와이 여행은 보스톤 공항에서 시작해서 오아후, 인천 공항 한국 방문 후,
오아후에서 빅아일랜드, 다시 오아후, 보스톤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여정이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짐찾는 것이 귀찮아서 짐은 부치지 않는 편이다보니
기내용 캐리어 세 개에 배낭 세개에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녔습니다.
보통 기내용 캐리어 세 개면 충분한데,
이번에는 빅아일랜드를 위한 물건이 기내용 트렁크 세 개 중 절반을 차지해서 짐싸는 게 쉽지 않았죠.
해변에서 사용할 수영복 뿐 아니라,
오리발까지 포함한 스노클링 장비,
그 외에 볼케이노 국립공원과 마우나 케아 천문대에서 입을 두꺼운 옷,
망원경까지.
필수품인 옷가지와 여름이니까 슬리퍼,
장시간 비행을 위한 베개와 작은 담요까지 챙겨서 다녔으니,
이야말로 여행의 달인이 된 느낌이더라구요.
나중에 짐을 정리하며 다시 보니 스노클링 장비는 두 세트만 챙기면 되는데 굳이 세 세트를 다 가져온 건지
수영복만 챙기면 되는데 굳이 아이 수영복 겉에 입을 가운까지 챙긴 건 뭐고
남편은 왜 바지마다 벨트를 채워와서 가방 무게를 늘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내용 가방에 10키로 무게 맞춰서 세 개로 다녔다는 건 기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이 한 곳을 위해 오랜 비행을 한 따스한 옷을 드디어 꺼내서 겹겹이 입고 마우나 케아로 향했습니다.
아, 이 곳에 혹시나 오를지도 몰라 렌탈카도 4x4 Jeep 으로 빌렸으니 우린 천문대가 있는 정상까지도 갈 수 있는거죠.
하지만 고도가 너무 높아서 산소가 부족하니 사람들이 열두살 이하의 아이와 함께 오르지는 말라고 권고한다네요.
그래서 천문대를 갈 생각까지는 없었고,
오니즈카 비지터 센터나 들러서 저녁 먹고 별이나 구경하고 가자고 했으나,
가기 전날 홈페이지에서 "공사중"이라는 소식을 발견,
이 바쁜 여름 성수기에 몇 달간 공사를 해서 아예 문을 닫는다니 말이 되나 싶었지만
직접 가보니 정말 아예 못들어가게 공사중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럼 비지터 센터를 지나 천문대 올라가는 길을 좀 가볼까 하고 저렇게 4x4 Only사인을 지나 진입했습니다.

고작 7마일밖에 안되니까 가보자고 시작했는데 비포장의 수준이 정말 말이 안되게 열악하더군요. 4x4가 아닌 차도 용감하게 올라가는 젊은이들이 간혹 보이긴 했는데 한 20분 정도 올라가도 절반도 못간 것 같았습니다.
역시 어드벤쳐의 수준이 우리를 넘어서는 곳밖에 없는 빅아일랜드, 이번 여행의 테마 대로 중간에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도로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는데 바닥은 울퉁불퉁 돌이 많고,
다음 길이 안 보일 정도로 구불구불하며
산에서 내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서로 흠칫 놀랄 수 밖에 없는 좁은 길이 산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어두워서 길이 안보이면 운전하기 정말 떨릴 것 같아서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비지터센터까지 다시 내려왔습니다.
저의 고산증 증상은 비지터센터에서 두통으로 나타났는데
신기하게도 산을 더 올라가니까 괜찮아지고 다시 내려오니 또 살짝 두통이 있었습니다만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괜찮은지 계속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고요.
일행 중 한명이라도 불편하면 당장 산을 내려가야한다는 점을 서로에게 주지시켰습니다.

내려오는 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환상적인 하늘색,
지는 해가 온 세상의 빛을 놀라운 색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 늘 감탄스럽습니다.

비지터센터의 맞은편에 역시나 길 중간이 푹 패여서 지나가면 차가 다 망가질 것 같은 길에 사람들이 주차를 하고
작은 산봉우리에 걸어 올라가서 해가 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늦게 왔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아름다운 하늘색을 더 구경하며 감탄을 했죠.

작은 캐리어에 내리 들고 다니던
무겁디 무거운 망원경을 꺼내서
달 한번 봤습니다.
보름달이 휘엉청 아름답게 떠서
별은 두 어개만 봤습니다.

비지터 센터조차 구경못한 우리가
마우나 케아 산을 왜 올라갔던 건지 궁금해하며
호텔로 돌아갔더니 별이 엄청 많이 떠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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