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을 타고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일주일간 1400키로를 달리는 옐로우스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다음 날 타기 위해 솔트레이크시티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끝없는 직선 길로 양쪽으로 농사를 짓는 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너무 거대해서 물을 주는 기계 바퀴가 굴러가면서 물을 주는 모습도 재미있고 가끔 나타나는 풀 뜯는 소 구경도 볼만합니다.
풍경에 취해, 피로에 취해 잠을 들려고 할때 쯤 퍽 소리가 났습니다.
동시에 남편과 저는 거울을 통해 서로 쳐다봤죠.
돌이 튀었나?
5분을 못가 남편은 타이어 펑크 난 것 같다면서 고속도로를 빠졌습니다.
빠지면서 차가 벌써 이상하게 굴러가서 바로 갓길에 차를 대고 봤더니
타이어가 완전히 펑크가 나서 바닥까지 내려앉은 겁니다.
막 당황해서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뒤에 허름한 차가 서더니 젊은 남자가 다가옵니다.
"플랫 타이어 된 거 같은데 도와줄까?"
타이어 펑크도 당황스럽고
적당한 갓길이긴 했지만 쌩쌩 달리는 차도 당황스러운데
아직 렌탈카 회사에 전화도 하기 전인데
낯선 곳에서 이 낯선 젊은이는 뭐지?
순간 남편과 저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아니, 렌탈카 회사에 전화를 해야될 것 같아. 괜찮아."라고 하면서 펑크나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차와, 낯선 이 젊은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느낌이 든 순간, 너무 다행히도 경찰차가 다가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마자 있는 갓길에 속도 표지판이 있었고 그 앞에 우리 미니밴, 그 뒤에 젊은이의 허름한 차, 그 뒤로 경찰차가 섰습니다. 일단 경찰차가 요란한 불을 켜고 뒤에 서주니 안심이 되었고, 그 경찰은 바로 낯선 젊은이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 차를 도와주려고 했다고 하더니 떠났고, 이번에는 경찰이 와서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단 렌탈카에 전화를 해야되는데 어디에 전화를 해야할지도 찾지 못한 상황, 경찰은 렌탈할때 줬던 종이를 찾아보라며 자기가 이전에 거기서 일을 했어서 안다며 전화할 곳을 찾아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 근처를 순찰하고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갔습니다.
렌탈카 회사에 전화해서 상황을 알렸는데 내심 바꿔줄 차를 갖다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그런 친절 서비스 같은 건 없고 스페어타이어로 교체를 해줄 사람을 보내줄테니 교체 후 렌탈카를 바꾸러 가장 가까운 엔터프라이즈 렌탈 오피스를 가라고 했습니다. 타이어 교체를 해주는 사람이 오기까지 1시간 정도를 길가에서 기다렸고, 아들을 데리고 온 이 사람은 우리가 타고 있는 밴의 스페어 타이어를 찾는데 한참 걸린 후, 교체 방법을 연구하는데 한참 걸려서 교체를 해주고 하이웨이보다는 뒷길을 추천한다고 하였습니다. 고작 30분 거리에 있는 엔터프라이즈 렌탈 오피스를 가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 들판 사이를 천천히 한시간이 넘게 달려서 갔습니다.
카 렌탈 오피스는 공항에 있었는데 가서 직원에게 연락 받은 것 있냐고 물어보니 받은 게 없다고 오리발을 내밉니다. 게다가 지금 도착하는 비행기 사람들이 자기네가 갖고 있는 모든 차를 예약을 해서 한대도 남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대안으로 예약한 사람 중에 오지 않을 사람이 있는지 보고 남는 것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길에서 패닉 상태로 기다리다 시골길을 불안하게 달려 여기까지 왔고 그 사이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저녁 8시 경이었는데 아이와 부모님까지 함께 있는 상황,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작은 공항이라 모든 식당도 문을 닫은 버스 대합실 같은 의자에 앉아있으니 시큐리티 직원들이 왜 여기 있냐고 묻습니다. 부모님과 아이를 일단 앉아서 기다리게하고 계속 렌탈카 오피스 앞에서 죽치며 직원을 쳐다보며 두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렌탈카를 찾아서 간 사이 딱 한대의 차가 리턴되어 들어왔다며 청소가 안됐는데 타겠냐고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당연히 그거라도 타고 나머지 3시간 거리를 달려 우리 목적지까지 가야만 했기에 짐을 옮겨싣고 결국 새벽 2시에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 시간에 남은 라면을 부랴부랴 끓여서 먹고 쉬었죠.
고생은 했지만, 지나고 보면 참 다행인 것들이 있습니다.
타이어 펑크는 여행을 다 마치고 공항으로 가던 중 났고,
마침 하이웨이의 출구 근처여서 출구로 빠져 있을 수 있었고,
낯선 도시에서 젊은 남자가 다가와서 불안했을 때(호의였든 아니든) 경찰차가 바로 나타나 주었고,
완전 동떨어진 곳이 아닌 30분 거리에 렌탈카 오피스가 있었죠.
렌탈카 오피스 직원이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남은 차 한대를 마저 빌려줬고(마리화나 냄새로 좀 고생했지만..)
결정적으로 제가 공항 근처에서 하루 숙박을 하는 일정으로 잡아서 비행기 일정이 꼬이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더운 라스베가스에서 맞춰 놓은 타이어 압력이 옐로우 스톤 국립 공원의 추운 날씨에 맞지 않아서가 타이어 펑크가 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스페어 타이어 교체를 해주는 사람을 부를때 이 비용($50정도?)을 우리가 내야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엔터프라이즈에서 이 금액을 청구하지는 않았더라구요.
지나고보면 추억이라지만,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안전 문제였어서 그런지 멘탈 붕괴되었던 꽤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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