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예약하다보면, "컨티넨탈 조식 포함"이라는 말을 가끔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컨티넨탈 조식 (Continental Breakfast) 이란 무엇인가 하는 궁금했었는데요, "대륙식 아침식사"라는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서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상상하기 힘든 단어입니다. 수 많은 대륙중에서 어떤 대륙을 의미하는건지도 알수가 없으며, 대륙과 섬나라 사람들이 왜 딱히 아침식사를 다르게 먹는지도 상상하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 한번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Continental Breakfast 이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세기 영국의 한 위생학 관련 서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언급한 Contineltal 이라는 의미는 유럽 대륙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영국이 섬나라니깐, 상대적인 의미로써 (영국을 제외한) 유럽 대륙이라는 의미로 사용을 한것 같습니다. 해당 서적에서 언급된 Continental Breakfast 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유럽대륙에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아침식사 문화를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아침을 간소하게 먹는 문화가 있다는 내용이 해당 서적에 소개가 된 모양입니다. 상대적으로 영국인들은 아침식사를 푸짐하게 먹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Continental Breakfast 에 대조적인 단어로는 English Breakfast 라는 말을 사용할 수가 있었겠네요.
그럼, 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영국과 달리, 아침식사를 간소하게 먹었을까요? 반대로 왜 영국은 아침 식사를 푸짐하게 먹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지리적인 영향 때문입니다.
Continental Breakfast, 즉, 간소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지중해 연안국가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Latin Europe 계열 국가를 의미합니다. 이런 국가들은 위도가 낮고 날씨가 화창해서, 사람들이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고, 심지어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일상적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햇살 덕분에 포도농사가 잘되서 와인이 발달했습니다.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저녁에 식당, 친구집, 친척집에 모여서 음식을 나눠먹고 와인을 나눠 마시면서 밤이 늦도록 몇 시간이고 저녁 식사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밤늦도록 음식을 많이 먹고 술을 마시고 늦게 잠이 들었으니, 당연히 아침에 입맛이 좋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빵 한조각과 커피 한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충 때우고 일터로 나가는 아침식사 문화가 발달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Continental Breakfast 는 이렇게 빵과 커피로 이루어진 간소한 음식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버린 것입니다.
그럼, 영국은 왜 아침식사를 푸짐하게 먹었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혈통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럽에서 라틴족과 함께 주류를 이루는 또 하나의 혈통은 게르만족입니다. 영국섬에는 초기에 켈트족이 거주를 했지만, 나중에는 앵글로 색슨족이 침략을 해서 켈트족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England 라는 나라를 세웁니다. (이 시기의 얘기는 아서왕 전설의 배경이 됩니다.) 여기서 England 를 세운 앵글로 색슨족은 게르만족의 한 지파이며, 따라서 영국은 게르만 문화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실제로 영어와 독일어는 유사성이 아주 높기도 하구요. 두 나라는 맥주를 사랑하기로 유명합니다. 게르만족이 거주하던 지역은 대체로 유럽의 북쪽 지역입니다. 유럽 대륙은 면적이 작지만 알프스 산맥의 영향으로 남북의 기후가 크게 다른 편입니다. 알프스 산맥 남쪽은 화창한 지중해성 기후인 반면, 북쪽은 상대적으로 춥고 하늘도 흐린 날이 많습니다. 위도가 높아서 겨울에 해가 일찍 떨어지는데다가, 추운 날씨 덕분에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에, 게르만족은 일찍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드는 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만큼 아침에 일어나면 무척 배가 고플테니, 아침부터 열심히 소세지와 베이컨을 구워서 푸짐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게르만식 아침 식사로 발달했을것입니다. 결국 English Breakfast 는 가공육까지 곁들인 좀 더 푸짐한 음식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Continental Breakfast 라는 단어가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위에서 소개된 서적과는 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19세기 후반, 미국은 유럽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무척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미국의 호텔문화는 장거리 여행객들에게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호텔 요금에 기본적으로 객실에 하루 세끼 음식가격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었다고 합니다. 마치 조선시대의 주막과 같은 방식이었나봅니다. 현대적인 개념으로는 all inclusive 와 같은 개념이라고 볼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영국계, 네들란드계, 아일랜드계와 같은 북유럽 이민자들이 미국의 주류 민족을 이루었기 때문에, 영국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푸짐하게 먹는것이 미국의 일반적인 아침식사 문화입니다.
이런 all inclusive 방식의 호텔은 음식을 푸짐하게 실컷 먹을 수는 있겠지만, 당연히 음식 비용만큼 객실 가격이 올라가는 단점이 있었구요, 주머니가 가벼운 유럽 여행객들은 미국의 호텔 가격을 부담스럽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호텔들은 식당 이용 요금을 별도로 분리하고, 객실만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여행을 다녀보면 매 끼니를 사먹어야 하므로, 하루 한끼라도 공짜로 해결할 수 있다면 무척 경비 절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이용해서, 미국의 호텔업자들은 Continental Breakfast 라는 개념을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되, 제대로 된 식사라기 보다는 그냥 간단한 빵과 커피를 한쪽 테이블에 진열해두면 숙박객들이 알아서 가져다 먹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호텔측에서는 아침식사를 위해서 별도의 조리사와 웨이터를 고용할 필요조차 없어서,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저렴한 방식이었지만, 여행객들에게는 무척 인기가 좋았다고 하네요. 물론 "부실하고 저렴한 아침 식사"라는 단어대신 "Continental Breakfast"라는 고상해보이는 단어가, 마케팅 용어로 적절했을겁니다.
Continental Breakfast 라는 것은, 호텔에서 먹는 저렴한 (또는 공짜) 아침 식사라는 의미이지만, 어쨌든, 유럽 여행객을 대상으로 했으니, 유럽식으로 제공이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ontinental Breakfast 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정의는 없겠지만, 공통적으로, 빵과 음료 (커피, 주스, 우유)를 기본으로, 간단한 과일이 추가되거나, 요거트가 추가되는 정도가 흔하다고 합니다.
물론, 호텔측에서 비용을 최소화 하여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 원래 취지였기 때문에, 조리사가 필요없는 간단한 음식을 식당 한쪽에 진열하여 숙박객들이 가져다 먹는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에, American Breakfast 는 상대적인 의미로써, 소세지, 베이컨, 오믈릿과 같은 다양한 계란 요리를 포함해서 더 푸짐하게 먹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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