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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잉글랜드

마더스 데이에 원한 건 라멘 한 그릇 뿐

by 마미베이 2016. 5. 8.








아이가 지난 주말에 이런 쿠폰을 제가 주더라구요.

학교에서 만들어 온 것,



그리고는 아빠와 같이 아메리칸 스타일 아침 식사를 침대가 아닌 소파로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국의 어버이 날처럼 미국은 5월 두번째 일요일은 Mother's day입니다.

이날은 식당 브런치 예약이 대목이예요.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집에서

엄마의 침대로 가져다주는 아침이라도 얻어 먹어야 하는 겁니다.

이건 이거고, 선물이나 외식 하나는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원한 건 "라멘 한 그릇" 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라멘은 차로 한 시간 거리,

주차하고 30분간 걸어서

30분을 기다려서 먹는 곳이라는 점이죠.


고풍스러운 캠브리지에서 걷는 게 좋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하며

곳곳에 있는 신호등 버튼을 누르는 탐방도 했습니다.


라멘가게 앞에 줄 서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왜 줄을 서있냐고 묻더라구요. 뒷 사람한테..

일본 라멘 먹으려고 줄서있다고 하니까, 여기 이런 데가 있었나 싶은 표정으로 놀라길래

이 아줌마 성질에 또 끼어들어서, 우린 뉴햄프셔에서 이 라멘 먹으러 한 시간을 달려왔다고, 꼭 먹어보라고 했더니

근처에 사는 사람들인데 이런 걸 몰랐나 싶은 표정을 지으며 꼭 여길 와봐야겠다면서 갔습니다.



until 2030...

언제부터가 아니고 2030까지 하겠다는 바로 이 집,


캠브리지에 있는 꿈의 라멘집, "욤 요 카타레 Yume Wo Kadare" 입니다.

지난 번에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 갈때 같이 포스팅한 적이 있어요. ==> 요기


http://www.yumewokatare.com


카타레는 일본어로 "꿈을 나누다(Share your dream)" 뭐 이런 뜻이라고 하네요.

이 가게에 들어가면 마치 일본의 한 가게에 온 기분이 드는, 아주 일본 색깔을 그대로 가진 라멘집인데

가장 중요한 건, 정말 맛있어서 다시 오고 싶은 기분이 절로 든다는 겁니다.


일요일, 월요일은 아예 영업을 하지 않고,

화요일부터 토요일만 하는데, 그것도 안하는 날이 많고,

영업하는 날은 점심은 12-2, 저녁은 5-10시 딱 이렇게만 합니다.

한마디로 시간이 안맞으면 먹기 정말 힘든 곳입니다.


https://www.facebook.com/YumeWoKatare/?fref=ts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달의 시간표를 확인하고 가야합니다.


지난 번에 하버드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산토카 라멘(Santouka Ramen)을 가봤는데

너무 미국화된 평범한 라멘이더라구요.

여기는 좀 강한 맛이라, 기억에 남아서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

돼지육수 진하고, 면이 수타면으로 쫄깃하고, 차슈 정말 맛있습니다.




이번엔 레귤러 라멘(차슈 2조각)과 부타 라멘(차슈 5조각) 이렇게 시켜서

저는 아이와 나눠 먹었습니다.

서빙 전에 마늘 넣어줄지 물어보는데 너무 많이 주니까 저희는 한 그릇만 넣으라고 해서

반씩 나눠서 먹었더니 괜찮았습니다.





여기 갈땐 꿈과 라면이 섞인 분위기에 젖어서 

Dream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I don't cook Ramen.

I make your dream.

가게 안에는 이렇게 적혀있고,

많은 사람들의 꿈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고양이를 키울거라는 꿈부터,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겠다는 꿈까지...


오늘 꿈을 얘기한 한 백인 여자는 자기는 오사카에 가는 게 꿈이었는데 곧 오사카로 가게 되었다는 얘길 했습니다.

혼자 혹은 둘이 온 젊은 사람들이 학교 책상 처럼 일렬로 배치된 곳에 앉아서

맛있는 라멘 한 그릇 국물까지 샥 비우고는

내 꿈은 뭐라고~~~~말도 안되고 웃긴 이야기를 크게 외치고 가는 걸 보면,

넘 재밌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다녀온 오늘 저는

별 의미 없이, 문득, 귀찮지만,

내 꿈은 뭐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사뭇 진지하게 던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라멘집의 가장 큰 문제는, 

다 먹고 차 가지러 걸어가는 동안에 다시 배가 고파진다는 점이고,

남편은 "고작 라멘 한 그릇"을 원한 제게

다음에는 제발 간단한 스테이크나 랍스터를 먹고 싶다고 해달랍니다.






* 주의,

2017년 최근에 다시 가보니, 주방장이 다른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라멘 국물 기름을 제거하지 않아서 너무 느끼해졌습니다. 비추로 바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