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교정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
10년 전 혼자 보스턴을 찾았을 때 가보고
이번엔 아이와 남편과 함께 찾았더니
감개무량할 줄 알았는데
그때가 기억이 잘 안나더라구요.
어렴풋이 커다란 공룡 뼈를 봤던 기억과
고릴라 앞에서 셀카놀이를 했던 기억만 날 뿐.
이번에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그 근처에 있는 일본라멘집을 가기 위한 거였습니다.
이 라멘집은 보통 일,월은 문을 닫구요. 나머지 날의 5시부터 9시까지만 영업을 합니다.
가끔 일주일을 내리 닫아버리는 일도 흔한데 맛있다고 해서 어렵사리 토요일에 시간을 내어 캠브리지에 내려간 김에
근처에 있는 뮤지엄을 보러 간 것입니다. 라멘집 얘기는 뒤에 하고.
하버드 자연사 박물관의 입장료가 $12이나 하고, 아이들도 입장료를 받는 것으로 보아 뭔가 많이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별거 없을껄, 대학 박물관이 뭐, 그러면서 무겁게 카메라 챙기지 말라고 했더니
들어가자 마자 전시된 운석을 본 남편이 카메라 안가져온 걸 안타까워합니다.
"미안...너무 오래전이었고 기억력이 안좋은데다, 아마 혼자 여행다니면서 힘들었던지 눈에 뵈는 게 없었던 거 같아."
아이는 최근에 엄마 "Shooting Star"가 뭐야? 라고 물어보며 호기심을 발휘하길래
별을 왜 쏴?라고 무식하게 반문하며 오래 전에 사둔
National Geographic Kids First Big Book of Space 책을 던져주었더니 흥미롭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Shooting Star, 별똥별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과 지구상의 각종 특이한 돌이 가득찬 첫번째 방부터 흥미를 보였습니다.
바로 이 책.
공룡 전시는 꽤 훌륭했습니다.
여기서 꽤 싸돌아다녀서 봤던 뮤지엄이랑 비교하는 잘난 척을 좀 하자면
세계 최고 수준인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학에서 소유한 뮤지엄 치고는 꽤 수준 높은 콜렉션입니다.
곤충의 경우는 지난 봄에 몬트리올의 보타닉 가든에 있는 INSECT 뮤지엄을 봐서 그런지
시시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길 보니 몬트리올 인섹트 뮤지엄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겠더라구요.
몬트리올 여행기
http://livingnh.tistory.com/130
기념품으로 연필을 사왔습니다.
보통 그 곳의 이름이 씌여진 자석을 사는데 없어서 연필에다가 직접 자석을 붙여서 두려고 샀습니다.
보통 연필의 세 배 길이는 되는데 못난이도 아니고 꽤 세련되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양쪽 끝에 자석을 붙여서 기념 자석 보드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네요.
그냥 죽 훑어서 봐도 두 시간은 넘게 걸립니다. 찬찬히 보려면 세 시간 잡고 들어가야 됩니다.
이제 캠브리지에 온 진짜 목적인 라멘집으로 갑니다.
뮤지엄에서 20분이나 걸어야합니다.
어른들끼리라면 아무 상관없지만 여섯 살 우리 딸램의 시중을 들으며 20분을 걷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유모차 밀때가 편했죠. 지금은 틈만 나면 아빠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서 업힙니다.
저는 애교에 넘어가서 뮤지엄에서 두어번 업어줬다가 허리가 아파서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여기가 바로 일본라멘집입니다.
YumeWoKatare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에 보면 가게를 여는 스케쥴을 올려두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맞춰서 가야하구요.
단골이 많아서 언제 가든 조금 줄을 서야하는 것 같습니다.
간판 앞인 밖에 줄을 서 있다가 종업원이 나와서 들어오라고 하면
문앞에서 주문을 합니다. 오픈 전인 4시 50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현금만 받습니다.
주문을 하고 교실처럼 된 식탁 앞에 죽 앉습니다.
먹는데 필요한 도구는 한쪽 구석이 있으니 직접 가져오구요.
벽을 보면 각자의 DREAM이 씌여있어요.
앉아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라멘을 다 먹고 나니 종업원이
국물까지 다 먹은 그릇을 엎어보이며
"Perfect!"
라고 크게 외칩니다.
그러더니 사람들 앞에 서서
"내 꿈은....어쩌고 저쩌고"하고 호기롭게 얘기하고 박수를 받습니다.
이거이 웬 상황?
이 가게의 모토는 "꿈"이더군요.
옆에 사람들은 "I have a dream"메뉴를 시켰다는데 그게 뭔지까지는 파악을 못했구요.
일단 다 먹어치운 정도에 따라 칭찬을 크게 외쳐주더라구요.
저는 어렵사리 찾아간만큼
남편과 각각 부타라멘 레귤러 사이즈를 시켰습니다.
차슈 5개씩에, 라면양은 스몰보다 두 배나 됩니다.
차슈가 2개는 면 위에 나오고 추가 3개는 따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메뉴 고민은 면을 얼마나 먹을지 Small, regular 사이즈와
차슈를 얼마나 먹을지 라멘(차슈 2개), 부타라멘(차슈 5개)을 선택하면 됩니다.
내 그릇이 나오기 직전에 종업원이 물어봅니다.
"가릭?"
마늘 넣을까 말까인데, 일본어 같기도 하고 영어일본발음 같기도 하고
울 남편이 워낙 일본사람처럼 생겨서 그런가
"EXCUSE ME?" 되물어서 뭔 말인지 알아냈네요.
넣어달라고 하고 마늘이 너무 많아서 저는 조금 덜어냈습니다.
문제는 차슈가 사이즈가 너무 커서 5개를 먹고나면
제 양이 다 차버리는 바람에
면을 꽤 남기고 왔습니다.
그래서 나오는데 남긴 사람에게는 "Good Job!"이러고 외치더라구요.
면은 수타면이고(호불호가 있을 듯)
육수는 진한 간장돼지육수입니다.
처음 한 숟갈 먹었을 때,
뉴욕의 유명하다는 라멘집에서 먹고 맛없어서 상처받았던 기억을 치유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런 집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생각하면서
한 반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고 이제 "짜다"는 느낌이 들어 남겼습니다.
아이와 나눠 먹었는데도 다 못먹었어요.
심지어는 남편도 다 못먹었습니다.
그냥 레귤러 사이즈 라멘을 시키거나
스몰사이즈 라멘을 시켜서 모자르면 면을 더 달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차슈 5개는 조각이 너무 커서 느끼해져요.
다녀와서 다음날까지 물을 벌컥거리며 마셨네요.
캠브리지에 위치한 다른 라멘집 다 돌고 다시 가볼 생각이 있습니다.
벽에 온통 DREAM에 대해서 써놓고
학교 교실 책상 앞에서 라멘 먹으며 남의 꿈에 대한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진지하게 "내 가슴 속의 꿈, 열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진지하게 생각해보니
없네요.
그냥 오늘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면 땡!
* 주의,
2017년 최근에 다시 가보니, 주방장이 다른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라멘 국물 기름을 제거하지 않아서 너무 느끼해졌습니다. 비추로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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