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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잉글랜드

메이플 슈거링 투어

by 마미베이 2016. 3. 13.




오늘 다녀온 곳입니다.

"어서오세요" 

이 시골 구석에 한글?

Parker's Maple Barn 이라는 메이플 시럽 만드는 곳입니다.

http://parkersmaplebarn.com



3,4월이 메이플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시즌이라

이 시즌에 메이플 시럽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투어가 있습니다.

이 근처에 메이플 농장이 무지 많은데, 그 중에서 브런치 식당이 있는 Parker's Maple Barn 으로 간겁니다.


메이플 시럽 농장 => 여기

21th 메이플 위크엔드 => 여기




도착하면 우선 식당에 들어가서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최소한 1시간은 기다려야 해요.  

지금이 가장 피크 시즌인데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람이 몰린 관계로 저희는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기프트 샵을 지나서 올라가면 왼쪽에 도넛 건물이있고 오른쪽에 Tour 해주는 사인이 있습니다.

거기서 기다리면 그룹으로 설명을 해줍니다.



메이플 나무에 탭을 꽂아서 수액을 채취한 후에 뒤에 보이는 커다란 통에 붓습니다.

Hydrometer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채취한 수액의 밀도를 측정한답니다.

당도를 말하겠죠.



12시간에서 20시간 정도 끓이는 겁니다.



끓여나온 메이플 시럽에 필터링 하는 가루를 넣고

이 기계를 통과하면 찌꺼기 없이 맑은 메이플 시럽이 나옵니다.

보통 가정이나 작은 농장에선 필터링을 안하기도 하는데 먹는데 전혀 상관이 없답니다.

만드는 분의 설명으로는 해변에서 모래가 날리는데 샌드위치 먹으면 가끔 모래 씹히지 않냐? 먹어도 상관없는..

필터링을 하고 안하고는 그런 식감의 차이일 뿐이다, 라고 설명하더라구요.



오늘 투어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그 동안 메이플 시럽 Grade B를 찾아 헤맸던 헛수고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표!

메이플 시럽의 분류표인데 윗쪽이 Now이고 아래는 이전의 분류표입니다.

Grade B가 사라지고 지금은 모두 Grade A라고 보면 되므로 이제 Grade는 의미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름을 잘못 지었다 했어요.


가장 연한 것(덜 끓인 것)부터 



Golden Delicate Taste


Amber


Dark Robust


Very Dark(Grade B)


이렇게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very dark가 가장 색이 진하고 향도 진합니다.

당도는 모두 미국 기준 67%로 동일하다고 합니다.

캐나다 메이플 시럽은 66% 인데

이 퍼센트를 이렇게 정한 이유는

되게 궁금했는데....


"법"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동생이 소개해준 상온에서 발효되는 요거트(하나마이 카스피안)를 매일 먹기때문에 메이플 시럽을 매일 먹거든요.

그래서 메이플 시럽에 무지 관심이 많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투어가 재밌더라구요.


앞으로는 Grade B 없다고 헤매지 말고

Grade A very dark 를 찾으면 되겠습니다.

요게 향이 강하기 때문에 덜 달게 느껴지고 요거트가 고급스러워지거든요.




투어의 마지막에 들은 놀랍고 멋진 설명입니다.

위 사진의 창문 왼쪽편에 동그란 점 보이죠?

그 점으로 통과한 헷빛이, 아래 사진에 보이는 아티스트의 작품같은 조형물의

꼬부라진 부분을 통과해서, 맞은편 벽의 특정 부위에 비치면

바로 그때가 메이플 수액의 수확을 시작하는 시기랍니다.

해의 위치로 수확의 시기를 안다는 겁니다.

갑자기 여기가 고대 문명의 장소처럼 느껴지는 건 뭐죠.


정말 쌩뚱맞지만, 이 얘기를 듣고 생각난 게 있는데 바로

경주 불국사 석굴암 본존상 입니다.

동해의 아침 해가 뜨면 벽 사이의 어딘가로 빛이 흘러들어와 

석굴암 본존상의 미간에 있는 작은 보석으로 비춘다는 그 멋진 광경과 겹쳤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등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어찌나 감동적으로 이 장면을 멋있게 설명을 했던지

우리 조상의 놀라운 기술에 감탄하며 상상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대체 몇십년 전에 상상했던 얘기인데 지금 생각이 난건지...)


어쨌든 밖에서 보기엔 쓰러져가는 구멍 숭숭 뚫린 외양간 같은 메이플 슈거링 공장 안에는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더군요.

마치 보물 창고를 구경한 것 같았습니다.





이 팜의 후기를 보니 real rustic 한 곳이라고 표현했던데,

그야말로 정말 오래된 느낌을 세련되게 꾸며놓은 굉장히 뉴햄프셔스러움을 안은 쾌적한 곳입니다.

선물 가게 입구에 이런 포스터가 있는데

Unattended Children will be given espresso and a free kitten.


어른들의 보호하에 있지 않은 아이에게는 에스프레소 한잔과 고양이를 주겠다는 건데,

에스프레소를 마신 아이가 고양이와 놀고 있는 

누구도 원치 않는 장면을 상상해보라는 것이랍니다.



기프트 샵 앞에는 우클레레 치며 노래 부르는 언니와 색 바랜 그네 의자가 있었습니다.

이런 오래된 듯 보이는 그네를 $300씩이나 붙여놓고 팔고 있는데 아마 아무도 안 살걸 알기 때문이겠죠?

식당 순서가 되면 이름과 몇 명인지 부르는데 어디에 있든 잘 들리게 해놨습니다.

식당 waitinglist에 하도 사람이 많아서 투어 후에 기프트 샵에 들렀다가 여기 앉아서 노래 들으며 기다렸습니다.

적당한 햇살과 음악 소리,

"아름다운 뉴햄프셔예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듯한 분위기.

...더 오바하면 안되겠지요.




제목: 그네에 앉아 고개 젖혀서 본 하늘





드디어 나온 음식입니다.

Parker's special 과 Half Baby back rib을 시켰기 때문에

(브런치로 베이비백립을 먹는다는 게 좀...런치였습니다.)

저 팬케익이 정말 예술이더라구요.

같이 나온 메이플 시럽에 전부 다 찍어먹으면 되겠습니다.

시럽을 소스로 먹은 게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았고요.

베이비백립은 간이 좀 심심하긴 한데 정말 부드러웠습니다.


이 식당은 메이플 투어와 상관없이 연중 오픈하더라구요.

우린 이 이런 올드한 느낌의 브런치 식당 팬이 됐습니다.



기념품 샵에서 사온건데 일반 마트에서는 거의 구하기 힘든 "Very Dark" 메이플 시럽과

메이플 설탕(찍어먹어보면 되게 맛있습니다.),

그리고 수액 채취에 쓰는 탭입니다. 자석 붙여서 기념품으로 붙여놓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