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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일상

우리 딸 중학교 입학!

by 마미베이 2020. 8. 14.

지난 1년간 두번의 이사를 하고

학교를 옮겼던 아이는,

판데믹 코비드로 집에 갇혀 지내면서

게임 박사에 게으름 대장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전 학교에서 여름 방학을 늦게 했는데,

2주 이상 빨리 개학을 하는 옆동네로 이사를 하면서 그만큼 방학이 짧아졌지만,

판데믹 영향으로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 학교가 시작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할건지 하이브리드로 할건지 선택하게 하는 곳도 있지만,

여기 학교는 온라인 백프로,

그래서 학교에 스쿨 서플라이를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라스트 네임 시작 알파벳으로 시간대를 배정해줘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게 지정된 시간에 가서

책과 크롬북을 받고 사진을 찍고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가방을 같이 줄테니까 그냥 오면 된다고 하길래 그냥 갔습니다.

 

 

입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줄을 서서 체크인을 하고

동선을 따라 가면서 책이나 크롬북 같은 걸 받아서 마지막에 사진을 찍고 나오면 되는 겁니다.

부모들은 차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지만, 주차할 곳이 없는 부모들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아이를 밖에서 기다렸는데

30분이면 된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 뿐 아니라 애들이 다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1시간 반 전에 들어간 아이가 마침내 나왔다는 집에, 사진 찍는 줄이 길었냐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어보니

"stuff"라고 대답했습니다.

거기 서있던 엄마들은, 아, 사진찍는데 뭐(stuff)가 필요해서 찾느라고 헤매서 늦어지고, 그래서 오래 걸렸나보다, 생각했죠.

 

우리 아이도 한 50분쯤 지나자 나왔는데,

정말이지, 두꺼운 교과서 다섯권 정도, 크롬 북, 사이언스 서플라이 등,

어른이라도 혼자서 들고 다니지 못할 무게와 양의 책을,

작은 끈가방 하나 주면서 이 모든 것들을 들고 학교 교정을 걸어다녀야했던 것,

그래서 아이는 두 걸음을 못 걷고 책 떨어뜨리고, 크롬 북은 안떨어뜨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다음 고지까지 한걸음씩 한걸음씩 걸어서 사진을 찍고 오느라 그렇게 오래 걸린거였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랬다고 하니,

아까 Stuff라고 대답했던 그 아이의 대답은, 이 스쿨 서플라이 stuff 때문에 늦었다는 거였죠.

 

걱정스러웠던 건,

혹시 크롬북은 안떨어뜨렸냐는 거였는데,

아이는 그걸 잘 사수했다고 하네요.

끈 가방은 손에 들어도 어깨에 매도 무거워서 도움이 안되고, 너무 힘들었다고.

 

아이를 기다리며 한 엄마와 수다를 떨었는데,

아침에 먼저 픽업을 했던 부모들이 PTA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백팩을 보내야한다는 걸 보고 보냈다고, 가입하라고 권하더군요.

역시 엄마통신이 최고입니다.

 

선생님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세팅을 한건지 모르겠지만,

(별 생각 없어서 이렇게 했겠지요)

혹, 우리 아이처럼

집에 널브러져 게임만 하며 여름 방학을 보내다가 온 아이에게

중학교 들어가는 신고식을 호되게 치르게 하고 싶었던 건지

현실은 원래 이렇게 힘겹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건지

백팩 하나만 가져갔어도 덜 고생했으련만.

손이 새빨개진 아이와 책을 절반씩 나눠들고 차로 가는데, 그 절반조차도 너무 무거웠습니다.

 

<이게 다가 아니고,여기에 크롬북, 티셔츠 추가>

 

그래도 엄마여서 그런지,

이런 극기 훈련을 제대로 해낸 아이가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한 걸음씩 걸으면서 그래도 다 해낸 너가 진짜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고,

이 상황에 엄청 웃었습니다.

 

작년에는 전학생으로 혼자 어리버리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중학교로 새로 들어가는 거라(동네마다 중학교 학년이 다른데 이 동네는 6,7,8 학년이 중학교), 6학년 아이들에겐 다 새로운 학교라서 다 같이 어리버리하니 조금은 안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거실 식탁 한켠에 세팅을 해주었다가, 도저히 불편해서 방으로 들여보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 시작, 모든 수업은 Zoom링크에 시간표에 따라 들어가야하는데,

시간표 보는 법을 몰라 또 헤매고,

아이에게 시간표를 잘못 적어줘서 다른 링크에서 기다리다 결석 만들고,

모든 사람들이 헤매고 있긴하지만.

 

선생님들이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애들을 내내 붙들고 공부를 시키고 있고,

숙제도 온라인으로 다 내고,

심지어는 체육 시간도 랩탑을 놓고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아이들 클럽도 운영하는데, 아이는 해리포터 클럽과 로블락스 클럽에 가입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가 있어서 너무 좋네요.

해리포터 책을 백번은 읽은 듯한 아이를 해리포터 캠프 같은데 보내고 싶었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리포터 클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너무 잘됐고

매일 하고 있는 로블락스 게임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밌을지.

 

온라인으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주는 선생님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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