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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일상

사연이 긴 포터블 에어컨 사기

by 마미베이 2020. 6. 14.

팔로알토로 이사를 하면서

에어컨이 없는 집으로 왔습니다.

이 동네는 워낙 날씨가 좋은 곳이라 그런지 에어컨이 없이 지어진 집이 많은데

최근 날씨 변화로 더운 날이 좀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사 후 바로 일년 중 손꼽힐 정도의 더위가 시작되었는데

에어컨 없이 살아본 게 기억나지 않는 우리는

더위에 지쳐 의욕을 잃어갔습니다.

 

얼른 포터블 에어컨을 주문했는데,

심사숙고 끝에 코스코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이 에어컨이 매일 오늘 배송된다고 뜨면서 오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오늘' 배송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사우나 같은 더위 속에서

화를 삭히며 이주일이 지나고

코스코에 전화를 했건만,

연결이 힘듭니다.

처음엔 11분 걸릴거라길래 30분 기다려보았고

두번째는 마음먹고 음악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1시간 반을 기다려서 연결되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저보다 더 짜증이 났는지

(모든 손님이 두 시간을 기다려서 연결되었을테고

모든 손님이, 요즘 Black Lives Matters 시위와 코로나로 인해 배송이 늦어짐을 불평했으려니)

본인이 더 열을 내는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주문 취소 처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고마웠다는 얘기를 하려고,

통화 마지막에 상담원의 이름을 점잖게 요청했는데,

컴플레인을 하려고 하는 줄 알고, 지레 찔렸는지 안가르쳐주겠다고까지 하더니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어쨌든 리턴, 리펀 처리를 하고 UPS반송처리를 했는데

물건을 받고 리턴처리를 해준건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UPS분실로 보였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아마존'에서 주문한 에어컨은

주문 후 단 이틀만에 집 안에까지 정확하게 배송되었습니다.

50키로쯤 될법한 에어컨을 어깨로 들어나른 배송 직원에게 팁을 내밀자

절대 받지 않는다며 거절을 하고 가버리기까지.

아마존의 빠르고 정확하고 친절한 배송에 감동 백배 황송할 지경이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사연 많은 포터블 에어컨은 드디어 창문에 설치가 되었습니다.

밀어 올리거나 옆으로 미는 보통 창문이면 설치가 간단 명료하련만,

집 창문이 캐스캐이드 창문, 즉 밖으로 밀어서 열리는 창문이라

바깥쪽으로는 아마존에서 주문한 캐스캐이드 천으로 된 윈도우 실링으로 다 붙여서 막고

 

www.amazon.com/gp/product/B083SCRX6T/ref=ppx_yo_dt_b_search_asin_title?ie=UTF8&psc=1

안쪽은 홈디포에서 구매한 스티로폴을 잘라서 두 겹으로 막았지만, 단열재라고는 1도 들어가지 않은 호스는 작동시에 엄청 뜨거웠습니다. 스티로폴도 단열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요. 

 

그래서 아마존에서 insulation wrap과 aluminum tape을 구매해서 추가 작업을 했습니다.

www.amazon.com/gp/product/B0823BFW6P/ref=ppx_yo_dt_b_asin_title_o04_s00?ie=UTF8&psc=1

www.amazon.com/gp/product/B01FROBUXE/ref=ppx_yo_dt_b_asin_title_o04_s01?ie=UTF8&psc=1

 

바깥쪽으로 빼낸 뜨거운 공기가 다시 들어오지 않도록 이렇게 추가 작업,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이 이걸 통과하지는 못해서 단열이 잘됩니다.

보기에 안좋은 것은 시원함을 위해 과감히 포기.

 

포터블 에어컨 특유의 소음은 어쩔 수 없지만

시원해서 가족들 모두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다들 거실로 나와서 각자의 작업을 했습니다.

한참 틀어놓고 쓰다가 생각해보니 오늘은 원래 에어컨이 필요없는 시원한 날씨네요.

 

구매한 포터블 에어컨은

드롱기 700스퀘어핏짜리,

밖으로 빼는 호스가 짧아서 에어컨이 창문 근처에 딱 붙어있어야하지만, 이 호스가 길면 뜨거운 난로통이 길어지는 효과라 효율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호스에 붙이는 단열재와, 틈새를 막아줄 윈도우 폼 실링, 단열이 가능한 알루미늄 테입으로

세 겹 되게 싸두었더니 효율이 훨씬 좋습니다.

남은 단열재는 창문에 더 붙여서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해두었구요.

 

어렵게 산 에어컨 비용은 친정 엄마가 집들이 선물로 대주었고

덕분에 시원하게 여름을 나는 중입니다.

 

 

**포터블 에어컨 곰팡이 냄새 잡는 팁

 

에어컨 구조상 곰팡이 냄새가 안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1. 포터블 에어컨 온도는 낮게 유지, 제가 사는 베이지역기준 73도 정도로 해서 쉬지 않고 계속 돌게 합니다. 집 전체에 설치된 에어컨처럼 계속 온도에 맞춰 돌다 말다 하면 곰팡이 냄새가 나니까, 낮은 온도로 틀고 끄는 방식으로 사용.

2. 끄기 전, 30분 이상(1시간 타이머 사용 추천) 팬 모드로 에어컨 안을 말리기 - 이게 제일 중요한 듯 합니다.

3. 물 빼는 부분을 열어서 물 받이를 놓고 사용 중입니다. 건조한 동네이긴 하지만 3시간 정도 틀고 꺼질때쯤에는 반 컵(100미리)정도의 물은 나오더라구요. 한국처럼 장마철에는 아마 한시간만 틀어도 한 컵이 나올 거 같습니다만.

이렇게 물받이로 물이 나와버리면 곰팡이 청소가 되는 거 같습니다.

 

이 방법으로 사용한 후에는 곰팡이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오래된 곰팡이가 아니라, 구매 후 한달 정도 후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이 방법을 쓰니까 냄새가 사라진 경우이고, 유투브 정보에 의하면 오래된 곰팡이의 경우는 전문 업체를 불러서 약품처리를 해야한다고 하네요. 

 

습한 날이나, 끄기 전에 잘 안말린 경우에는 곰팡이 서식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자주 환기하고 잘 말려서 끄는 식으로 사용하는 중입니다.

드롱기 700 선택한 이유는 sleep mode가 있어서인데, 더울때는 시원한 게 우선이라 그런지 조용한 모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네요. 

이동식 에어컨이지만 단열처리때문에 여름내 이동할 일은 없답니다. 설치가 쉬운 창문이면 쉽게 이동이 가능할 것 같지만 단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호스가 난로역할을 하기 때문에 효율은 조금 떨어질 것을 감안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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