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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일상

코스코를 다녀오다!

by 마미베이 2020. 3. 21.

평소에 두세달에 한번 300불 전후로 코스코에서 장을 본다.

이번에 안 사실, 캘리 사람들은 코스코를 저엉말~~ 좋아한다는 것,

예전 살던 곳은 코스코 멤버쉽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고속도로로 30분을 가야 딱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긴 반경 15분 거리에 두 개의 코스코가 있는데, 갈때마다 주차 자리가 없고, 평일에도 북적북적거린다.

 

평소에 우리 가족에겐 너무 포장단위가 커서 꼭 살 것도 없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 대란 중에 사람들이 코스코에 줄을 섰다는 걸 보고 얼마나 코스코를 선호하는지 제대로 느꼈다.

 

거라지 옆 방에 쌓아둔 과자 박스와 물, 라면 같은 걸로 버티다가

이동 금지 명령(Stay at home)이 내리고 나서 달려간 곳도 코스코가 아닌 동네 마트 세이프웨이 였고, 카트가 없어서 손에 들 수 있는 것만 사왔었다. 쌀도 한인마트에서 살때 중국인들이 세포대씩 사길래, 왜 저러나 하며 나는 한포대만 사온 게 이제야 후회된다. 그때 한 포대만 더 사도 우리 가족은 한두달을 먹는데 말이다.

 

어쨌든 오늘, 며칠만에 큰 맘먹고 중국마트->트레이더 조스->홀푸드를 돌 계획이다. 장보는 일이 뭐라고 어젯밤 부터 좀 긴장이 됐다.

남편이 회사에서 얻어온 딱 하나 있는 N95 라는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쓰고 장보는 미션을 수행하러 나갔다.

마스크 포장을 뜯으니 소독냄새가 난다. 이게 의료용이어서 그런건지 오리처럼 생겨서 어떻게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마스크가 코에 닿는 부분이 너무 불편했다. 숨쉴때마다 습기가 차고, 코끝과 아래편이 불편하니 계속 마스크를 고쳐쓰게 되었다. 목부분까지 내려 닿는 것이 목을 찔러서 아주 불편하다. 앞이 삐죽 튀어 나와서 보기엔 웃긴데 그래도 마스크에서 소독 냄새도 나니 뭔가 보호받는 기분에 긴장됐던 마음이 좀 안정이 된다. 이런 걸 내내 끼고 일을 하는 병원 사람들을 생각하니 새삼 존경스런 마음이 솟는다. 

 

평소에 늘 이용하는 중국 마트인 99 Ranch에서 물과 쌀을 살 예정이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비닐 장갑을 끼고 마트에 들어갔다.

이 마트가 있는 몰이 인기가 좋아 주차 자리가 없는 곳인데 오늘은 꽤 있다.

쌀을 확인했는데 분명 얼마전에 15.99였는데 19.99를 붙여놨다. 사려던 병물도 없다, 에라이!

 

갑자기 계획을 변경해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와서 그대로 15분 거리의 코스코로 향했다. 여행 금지로 인해 고속도로는 조만간 닫을 수도 있다는데, 혹시나 해서 동네길로 코스코로 갔다. 입구에 사람들이 죽 줄을 늘어서 있어서 나도 대열에 합류했다. 얼마나 기다리려나 걱정스러웠으나 10분마다 들여보낸다며 줄에 서있는 백여명은 족히 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들여보냈다. 줄도 가까이가 아니라 서로 멀직히 설 수 있게 박스를 잘 쌓아 두었고, 입구에는 지금 있는 재고와 없는 것(화장실 휴지)을 표시해주었다.

 

가게 안에는 평소 이 동네 코스코보다 덜 붐빈다. 인기 있는 것들은 멤버쉽당 1개만 제한을 하다보니 재고도 꽤 있는데, 신기하게도 인도인들이 많이 먹는 쌀은 쌓여있고 한국, 중국인이 먹는 Short grain 쌀은 몇 포대 안남은 걸 얼른 하나 집어왔다. 아까와 같은 가격인 19.99에 두 배 무게의 포대이다. 코스코는 이 시점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할인 품목을 그대로 할인을 해주고 있다는 게 감동, 이제사, 사람들이 왜 코스코로 더 몰리는지도 이해했다.

 

화장실 휴지는 당연히 없었는데, 화장실 휴지처럼 생긴 당장 필요하지 않은데 키친 타올은 사야할 것 같은 의무감에 하나 사고, 병물도 한 팩 샀다. 일단 꼭 필요한 걸 먼저 담고, 다시 돌기 시작,

치킨, 소고기도 사고 우유를 샀는데, 달걀이 없었다. 카트를 가득 담으며 또 다른 걱정이 밀려왔는데, 바로 이것들을 냉장고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주차장에서 깨달았는데 이걸 세단 트렁크에 다 넣을 수 있는가였다. 지금 비상 상황이긴 하지만, 캘리에서는 유리창에서 보이는 뒷좌석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안두는 습관이 되어 있어서 뒷좌석까지 물건을 싣고 싶지 않았다. 집에 가다가 홀푸드에 들러서 꼭 먹고 싶었던 케익을 사야하기 때문에 일단 키친 타올, 컵라면 박스를 다 트렁크에 구겨넣어야했다.

 

장본 것을 밀어넣어 싣고나니 진이 빠져서 결국 홀푸드 케익은 포기하고 짐을 싣고 집으로 오다가,

차에 개스를 채워둬야 맘이 편할 것 같아 개스 스테이션에 들르고,

어차피 큰 맘먹고 나온 거, 빠뜨린 맥주를 사기 위해 다시 아까 갔던 99Ranch에 다시 갔다.

이번엔 아까 N95를 코스코에서 쓰고 버렸으므로, 옛날에 병원에서 가져온 푸른색 일반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보니 중국인들은 정말 코 윗쪽에서 턱까지 내려오는 좋은 마스크를 다 쓰고 있었다. 저런 게 필요하단 거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다음부턴, 중국인들이 뭘 우루루 하면, 나도 따라서 재빠르게 움직여야겠단 다짐이 막 든다.

 

냉장고 맥주칸을 보고 있었는데 일하던 아저씨가 중국어로 마스크를 막 가리키며 뭐라뭐라 하신다. 그러더니 휴대폰까지 꺼내서 번역 앱으로  옆에 중국 약국에 가면 마스크를 판다고 알려주셨다. 내 마스크가 어설프다는 걸 알고 그걸 알려주신 거겠지?

마트 계산을 마치고 아저씨가 알려준 약국이 어딜까 찾아봤는데, 못찾겠어서 그냥 왔다.

앞으로 한 3주는 안나갈 거라 마스크고 뭐고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집에 와서 사온 걸 창고방과 냉장고에 가득 채우고,

아까 코스코에서 계란은 누가 두 팩을 집었는지, 한 팩 다시 갖다두려고 하길래 나 달라고 해서 가져왔는데

너무 많아서 냉장고에 하나하나 겨우 집어 넣었다.

 

장을 보고 왔는데,

전장에 다녀온 듯 혼이 빠진다.

전염이 너무 잘 되는 거 어쩔수는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약이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네!!!!

 

 

한인 마트에 파는 아이 간식인 뿌셔뿌셔, 허니버터칩과

남편 간식인 꼬북칩은

결국 아마존으로 계속 배송 받는 중.

 

홀푸드 샨탈리 케익, 티라미슈 케익은 새로고침을 통해서 배달시간이 뜰때 얼른 배송 주문을 해서 성공했다. 다음 배달은 또 언제 성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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