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를 공부시키는 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이거 다 하면 삼시세끼 보게 해줄게."
며칠이 걸려도 안할 공부를 순식간에 해치웁니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에게 한국어에 노출 시키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저 역시 반가운 일입니다.
아이는 교포 발음으로 "삼쉬쉐끼"라고 발음을 하다가 이젠 정확히 얘기합니다.
아이가 보는 삼쉬쉐끼는 차줌마와 유해진이 나오는 삼시세끼 고창편으로
아이는 유해진의 강아지인 "겨울이"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온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요즘 제가 "신혼 일기"를 보다가 아이에게,
빨간 지붕이 나오는 이 프로그램도 같은 제작자가 만들었고 여기도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이 나온다고 보여줬더니
오히려 "겨울이"가 그리워서 미치겠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보는 건 오리지날 삼시세끼고,
엄마가 보는 신혼일기는 Not a real 삼시세끼" 랍니다.
이런 아이와 살다보니, 작년 7월부터 매주 두 세번씩
그래서 백번 넘게 본 듯한 삼시세끼 8편,
전체 편을 다 보는 게 아니라 꼭 찝어서
겨울이가 오리가 좋아서 오리를 졸졸 쫒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 8편만 보고 또 보고 그럽니다.
이렇게까지 보는데 아무래도 한국에 가면 유해진씨에게 연락해서
아이와 겨울이와 만나게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이런 삼시세끼 광팬인 아이 덕분에 휴유증으로
"오~배신쟁이" 아이는 이런 말을 하고
남편에게 아재 개그를 하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너무 많이 봐서 지겨울 뻔도 한데 사실 계속 봐도 재밌습니다.
얼마나 잘 만든 프로그램인지
잔잔한 농촌의 일상을 수백 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음악도 좋고 재미있습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어우러짐이 너무 자연스럽고 재밌었던 건지,
아니면 제가 나피디 나이대의 감성과 맞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삼시세끼에서 유해진과 차줌마가 나오는 어촌편과 농촌편은 단연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삼시세끼 고창편 못지 않게 최고로 꼽고 싶은 신혼일기,
시골살이의 수고로움에 공감하며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부부가 보여주는 장면이 환상적으로 예뻐서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행복한 모습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하지만, 시골 살이의 수고로움을 알고 있는 저에겐 아름다운 풍경 뒤의 수고로움이 정말 많이 보입니다.
처음엔 구혜선이 마냥 낭만적인 것만 생각하고 시골 살이를 하겠다고 철없이 외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속깊은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는 걸 보니, 참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행히 너무 아름다운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프로그램도 시골 살이의 힘겨운 부분을 놓치지는 않고 보여주려 노력한 것 훌륭합니다!
"눈이 오면 모든 게 느려져.
느려짐을 이해하게 되고
견딜만한 것 같아.."
초반에 구혜선의 존재감이 참 크고 자기 스타일도 강하고
유난히 앳되게 생긴 어린 남편은 정말 어린 도시남 같다는 생각을 하며 봤는데,
마지막 편에서 안재현씨의 존재감이 확 커져버리는 걸 보고 너무 감동을 먹었지 뭡니까.
물론 제작자들의 편집 의도 대로 느낀 거긴 하겠지만 말이죠.
저 어려보이는 남편은 정말로 아내를 가장 사랑하여
그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을 낮추고 아내가 더 돋보이게 하여 도드라지는 존재였습니다.
까다로울 수도 있는 구혜선의 예술적인 감성과 주관은 안재현의 추임새 속에서 빛나는 게 보이고,
그로써 안재현은 더 멋진 남자가 되는 겁니다.
나중에 집 지으면 풍경 살거야, 하면 내가 선물할게, 라고 얘기하고
기분이 가라앉은 아내를 위해 웃겨주고,
그깟 뽀뽀로 설겆이를 해주는 사람.
아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다 가겠다는 그는 정말 최고의 남편이더라구요.
그래서 이 프로, 남편에게 억지로 보여줄라고요.
"이 프로 한번 봐봐....
뭐 꼭 안재현 같이 하라는 건 아니고...
...
...
뭐? 내가 안재현처럼 해보라고?
포르쉐가 갖고 싶다면, 내가 선물할게 여보야...하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
시골에 1년만 살아보면...
알게됩니다.
도.시.라.이.프가 얼마나 좋은지요.
ㅎㅎㅎㅎㅎㅎ
안재현의 말 속에 그 깨달음이 있죠.
할만한데, 너무 할 일이 많아서 그 속에 "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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