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거주하다보면 의료보험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게 됩니다. 미국의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있습니다. 따라서 의료보험도 무척 비쌀 수 밖에 없는데요, 집과 자동차와 같이 비싼 물건을 구매할때 겪는 동일한 문제가 미국의 의료보험에도 존재합니다. 바로 골치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집을 구매할때는 위치, 가격, 학군, 세금, 집점검, 상해보험, 모기지 등등 고민할 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차를 구매할때도 차종, 연식, 성능, 연비, 각종 옵션, 워런티, 대출등등 비교하고 선택할 거리가 아주 많지요. 대개 가격이 비싼 것을 구매할 수록, 아주 복잡한 선택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특징인가 봅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미국의 의료시장은 동일한 골치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내가 가입한 보험이 어떤 치료에 대해서 얼만큼 의료비를 지원하는지를 이해하는것은 아주 복잡한 수학 공식을 들여다 보는 것만큼 골치아프고 난해한 문제입니다. 더 재밌는것은 의료보험에 치과 진료는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치과 보험을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느날 내가 가입한 치과 보험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치열교정 비용 일부 지원을 한다는 항목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보험에서 치열교정을 지원한다는게 조금 의외더군요. 저는 앞니 하나가 심한 crossbite 인 상태로 40년을 살아오면서 치열교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해봤는데, 사람 심리가 재밌게도 내가 가입한 보험에서 일부의 비용을 지원한다고 하니 갑자기 치열교정이 하고 싶어지더군요.
결국 그 즉시 바로 세 군데 치과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일반 철사 교정기 (brace) 또는 인비절라인 (invisalign)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은 두가지 동일하게 $6,000 수준이었습니다. 치열교정은 치료기간에 비례해서 비용이 증가하는데요, 저의 경우 crossbite 가 아주 심한 편이라서 총 2년 5개월의 기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뉴햄프셔의 물가는 약간 비싼 편이기도 합니다. 보험사에서 $2,000을 지원해주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지불한 가격은 $4,000 이었습니다. 그리고 치료기간 (2년5개월) 동안 FSA 계좌를 이용해서 $4,000을 모두 지불했으므로, 결과적으로 $4,000 에서 세금공제를 받은 것 만큼이 제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입니다.
(FSA 라는 제도는 미국 의료 보험의 제도중 하나입니다. FSA 계좌를 만들어서 1년에 최대 $2,500 또는 그 이하를 예금해두면, 이 계좌에 예치한 금액은 연방 소득세 공제 대상이 됩니다. 대신 FSA 계좌에 예치한 돈은 병원비 또는 약 구매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치열 교정 치료가 2년이 넘게 걸린 관계로 FSA 계좌로 $4,000을 모두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치열교정에 관련한 가장 재밌는 점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2번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면서 치열교정 두번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도 뭐가 더 좋고 뭐가 더 나쁜지를 비교할수는 없다는 점이 치열교정의 재밌는 점입니다. 그냥 의사가 추천하는 대로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치과에서 담당 의사는 철사(brace)와 인비절라인 (invisalign)을 비교를 했을때, 서로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무거나 선택해도 큰 차이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 중에서 인비절라인을 더 추천을 한다고 하길래, 그냥 의사를 믿고 인비절라인을 선택했습니다.
교정 기간이 모두 끝난 지금, 인비절라인을 선택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나를 다시 생각해보면....글쎄요, 저는 인비절라인을 별로 추천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선 인비절라인의 교정 절차를 먼저 설명해보겠습니다. 인비절라인이란 미국 산호세에 위치한 Align Technology 라는 다국적 기업이 제작하는 치열 교정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투명교정이라고 알려진 방식중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거 같습니다. 동네 치과에서 인비절라인 교정을 하기로 선택을 하면, 우선 제일 먼저 인비절라인 3D 스캐너 장비를 이용해서 내 입안을 모두 스캐닝해서 3D 모델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 후에 치과 의사가 3D 모델을 이용해서 앞으로 어떻게 치열을 움직여나갈지 계획을 세워서 3D 모델과 함께 산호세에 있는 인비절라인 업체에 보냅니다. 인비절라인 업체에서는 이 정보를 이용해서 앞으로 필요한 수십개의 투명교정기를 만들어서 치과로 보냅니다. 3D 스캐닝 이후로 교정기를 배달 받기 까지 대략 1~2달 정도 시간이 걸리더군요.
1개의 교정기는 2주일간 착용을 하게 되며, 교정기에는 일련번호가 붙어있어서 순차적으로 2주일마다 그 다음 번호의 교정기로 교체를 해주면 됩니다. 교정기는 투명하고 얇은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이걸 끼우고 있으면 정말 놀랍게도 아무도 제가 교정기를 끼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합니다. 제 주위 회사분들에게 몇주가 지난 뒤에, 치열교정기를 끼고 있다는 것을 말했는데, 사람들이 그동안 전혀 몰랐다고 다들 놀라더군요.
처음 교정기를 받고서 2달후에 치아에 attachments 라는 작은 돌기를 여러개 붙여줍니다. 치아색으로 좁쌀만큼 작은 크기라서 눈으로 쉽게 보이지는않습니다. 인비절라인 교정기는 이런 돌기를 이용해서 치아를 당기는 힘을 작용하는 방식입니다. attachments 는 아주 강력하게 치아에 붙어있기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치열교정이 모두 끝난 후에 치과에서 치아를 갈아내는 도구를 이용해서 갈아내야 합니다.
교정기를 처음에 끼우면 입안에 이물감이 크게 느껴지지만, 며칠 지나고 나면 제 입에 뭔가 있다는걸 의식하지 못할정도로 쉽게 익숙해집니다. 그만큼 정교하고 얇게 만들었다는 점이 인비절라인의 가장 큰 장점인거 같습니다.
교정기를 끼우고 있을때는 음식은 물론 찬물을 제외한 어떠한 음료도 마시면 안됩니다. 교정기에 음료가 들어가서 고일수 있기 때문에 치아를 변색시키고 부식시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실때는 우선 교정기를 빼고난 후에야 먹고 마실수가 있습니다. 또한 뜨거운 물도 조심해야 합니다. 인비절라인 교정기가 워낙 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라서 열에 약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뜨거운 물을 마실때도 반드시 교정기를 빼고 마셔야합니다. 인비절라인 교정기를 처음 지급 받을때, 작은 교정기 케이스를 2개 주는데요, 이중 하나는 반드시 바지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외출을 하면 언제 어디서 먹고 마시게 될지 알수 없으니까요. 음식을 먹고 마신후에는 바로 교정기를 착용하여야 하며, 기회가 되는대로 빨리 양치질을 해야합니다. 교정기를 끼고 있으면 치아 사이에 끼여버린 음식물이 빠지는게 불가능합니다. 교정기로 완전히 치아를 감싸고 있으니까요.
교정기는 하루에 22시간 이상을 끼고 있는 것을 추천한다고 써있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처음에 24시간중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3끼 식사를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커피샵에서 커피나 간식을 먹다보면 1시간씩 훌쩍 지나갑니다. 저는 대략 하루에 20시간 정도를 끼우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처음에는 잘 지켰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결심이 헤이해지고 나니 이것도 쉬운 목표는 아니더군요.
제가 방문한 치과의 경우 2달에 한번씩 치과를 방문해서 교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의사가 간단히 육안으로 점검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입 크기에 비해서 치아가 좀 큰 편이라서 치열 교정 중간 중간에 앞니 몇개를 미세하게 갈아내서 크기를 줄이는 간단한 작업도 가끔씩 했습니다. 쇠줄로 티가 안날만큼 아주 살짝 살짝 갈아내는 단순한 작업이라서 마취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에 받은 치열교정기는 39개 였습니다. 1개당 2주일이니깐, 총 78주일이 걸렸습니다. 1년 6개월 정도 되는군요. 그 이후에 치과의사와 상담을 해서 2차 교정 계획을 세웁니다. 1차 교정과 특별히 다른점은 없습니다. 3D 스캐닝, 교정기 제작 등등 모두 동일합니다. 저의 경우 2차 교정기로 18개를 받았습니다. 총 36주일 (약 9개월)이 더 걸렸군요. 3D 스캐닝 이후에 교정기 제작을 기다리는 시간 2달을 포함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총 2년 5개월이 걸렸습니다. 2차 교정 이후에 본인과 의사가 합의를 하면 3차 교정을 해도 됩니다. 2차, 3차 교정등이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치과에서 최초에 계약한 비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없었습니다.
인비절라인 교정이 모두 끝나면, 그 이후는 일반 교정과 동일합니다. 치아 본을 떠서 치열 유지 장치를 만들고, 매일밤마다 유지장치를 끼고 자면 됩니다. $500 의 추가 요금을 내면 인비절라인 회사에서 치열 유지장치를 만드는 일도 해줍니다. 이 경우 인비절라인 교정기와 동일하게 3D 스캐닝을 이용해서 제작되기 때문에, 동네 치과에서 직접 본을 떠서 만드는 유지장치에 비해서 더 정교하고 부피가 작은 유지장치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치과에서 무료로 만들어주는 일반 유지장치를 선택했습니다. 인비절라인 교정기보다 약간 부피가 크긴 하지만 밤에 잘때만 사용하는거라서 그런지 별로 불편하지는 않더군요.
장단점.
앞서 언급했듯이, 살면서 치열교정을 두번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교정 방식이 다른 방식보다 더 좋은지 환자 입장에서 비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거 같네요. 그냥 의사의 의견을 신뢰하는 수밖에는 없을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꼈던 인비절라인의 장단점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물론 저는 철사 방식 (brace)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 적은 의견은 매우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인비절라인의 장점들입니다.
- 교정기가 완전히 투명하기 때문에, 내가 치열교정중인지를 다른 사람이 알수가 없습니다.
- : 아마 인비절라인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점일 것입니다. 아마도 나이 많은 사람들이 치열교정을 꺼리는 이유중에 큰 부분이 치열교정기가 보인다는 점일텐데요, 인비절라인은 그런 걱정에서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 통증과 입안의 불편함이 거의 없습니다.
- : 인비절라인은 2주일마다 교정기를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한번에 치아가 움직이는 거리는 2주일동안 움직이는 거리만큼만 힘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2주일동안 치아가 움직이는 거리는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교정기를 바꿔도 통증은 거의 못느낄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입안에 철사와 같은 구조물이 전혀없이 아주 얇은 플라스틱이 전부이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인비절라인 교정기의 가장자리가 날카로와서 혀를 아프게 할 때가 있긴 합니다만, 교정기가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이기 때문에, 손톱깎이에 달린 쇠줄을 이용해서 살짝살짝 갈아내면 쉽게 부드러워집니다. 물론 입안에 이물감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혀의 놀림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발음이 조금 이상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 음식을 먹을 때 제약이 전혀 없습니다.
- : 인비절라인은 교정기를 빼고서 먹고 마신 후에 다시 착용을 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엿이나 카라멜같은 끈적이는 음식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교정의 결과가 완벽하게 되기 힘듭니다.
- : 철사와 비교를 했을때 인비절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치열교정의 결과가 철사만큼 완벽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인비절라인은 치열을 3D 스캐닝을 해서 앞으로 1~2년간 어떻게 치아를 움직일지를 예측해서 교정기를 미리 만들어놓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치과의사가 의도했던 대로 치아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변수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중간에 다시 3D 스캐닝을 해서 2차 교정을 다시 해야했는데요, 주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하더군요. 철사 방식은 치과에 방문할때마다 의사가 육안으로 치아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수 있는 반면에, 인비절라인은 처음에 의도한 대로 치아가 움직이지 않아도 딱히 의사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 교정 기간이 오래걸립니다.
- : 사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첫번째 단점과 같은 얘기입니다. 계획한 대로 치열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에 2차, 3차 이렇게 계속 이어서 교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계속 질질 늘어지게 됩니다. 저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됐던 치아 한개가 목표했던 만큼 완벽하게 교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2년 5개월을 지속하다보니 지치기도 했고, 대충 육안으로 봤을때 티가 안날만큼 교정이 잘됐기도 해서 그냥 2차를 마지막으로 끝냈습니다. 만약 철사를 이용했다면 더 짧은 기간동안 좀더 완벽한 수준의 교정이 됐을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가 의사가 아니니 이런 생각이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 관리가 귀찮다.
- : 인비절라인은 치아를 완전히 감싸는 투명플라스틱입니다. 따라서 치아에 붙은 음식물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게 되므로 충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해결책은 최대한 열심히 닦고나서 교정기를 끼는 수 밖에는 없겠죠. 저의 경우 식사 후에는 반드시 치실로 치아 사이를 깨끗이 닦아내고 양치를 정성껏 했으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waterpik 으로 한번 더 확실하게 치아 사이의 음식을 제거하고, 교정기를 치솔로 안팍으로 닦아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귀찮은 과정이긴 하지만, 이게 꼭 단점이라고 볼수는 없는 것이, 2년 넘게 이렇게 완벽하게 치아를 닦아내는 습관을 기르다보니, 그 이후로 치과에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으러 갈때 마다 치아 상태가 너무 깨끗해서 스케일링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간호사가 놀라더군요.
쉽게 요약을 하자면, 교정 기간중에는 인비절라인이 철사보다 장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교정이 끝나고 나면 결과물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볼수 있겠네요. 물론 그 완벽함이라는 것이 실제로 육안으로 봤을때 큰 차이는 아닐겁니다.
용어.
마지막으로 치열교정에 관련된 영어 단어들입니다.
Orthodontics : 치열교정.
Orthodontist : 치열교정사. 미국에서는 치열교정사는 치과의사(dentist) 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물론 병원에 방문해서 3인칭으로 치열교정사를 부를때는 그냥 "Doctor 아무개" 라고 부르면 됩니다.
Brace : 철사를 이용한 치열교정 장치
Invisalign : 인비절라인 교정
Invisalign trays : 인비절라인 교정기를 tray 라고 부릅니다. 윗니 아랫니 2개가 필요하니까 복수형으로 trays 라고 부르면 됩니다.
Retainers : 치열교정이 끝나고 평생 사용하는 유지장치. 이것도 2개니까, 복수형을 사용하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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