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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리뷰

숲속의 작은 집과 월든

by 마미베이 2018. 4. 15.

 

최근 방송되고 있는 "숲속의 작은 집"을 보니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가 생각이 납니다.  1817년에 태어난 소로우는 미국의 초현실주의 철학자, 시인, 수필가인데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매사추세츠 콩코드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로우의 대표 수필인 "월든-숲속의 생활"은 매사추세츠 콩코드에 위치한 월든 호수(Walden pond)에서 직접 작은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간 살면서 쓴 수필집입니다. 이 호수는 산책하기도 좋고 여름에 수영하기도 좋아서 꽤 인기있는 곳인데 소로우가 살았던 오두막은 주차장 쪽에 모형을 지어둔 것이 있고, 산책을 하다보면 실제 터를 볼 수 있습니다. 위키에는 월든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월든》(Walden, or Life in the Woods)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적 수필집이다. 그는 1845년에서 1847년까지 물욕·인습의 사회와 인연을 끊고, 월든의 숲속에서 살면서 홀로 철저하고 청순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며 자연과 인생을 직시했다. 이 책은 그 생활기록으로서 그의 인간과 사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다. 문체 또한 절묘하여 미국 수필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애독되며 특히 톨스토이 간디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에 위치한 월든 호수에 가면 소로우의 집터로 향하는 간판이 있습니다.

 


실제 집터는 터만 남았는데,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호수를 산책하면서 볼 수 있고 아주 가깝지는 않습니다. 사진 뒷쪽으로 보이는 기둥이 소로우의 집터입니다.

 

 



월든 호수는 소로우를 사랑하는 시인 류시화씨의 소개로 '무소유' 법정 스님이 살아 생전 세 번이나 찾았다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류시화씨와 법정 스님이 추구했던 방향이 소로우를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류시화씨가 페이스북에 월든 호수에 대해 쓴 글을 보면 이곳이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posts/420758928029199

 

15년 전쯤의 겨울날, 뉴욕에 머물고 있던 나는 자연주의자 소로우가 숲속의 생활을 실천한 월든 호수를 보러 가기 위해 보스턴행 기차를 탔다. 지도가 있었지만 초행길이라 앞좌석의 미국인에게 월든 호수가 있는 콩코드 지역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호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보스턴 기차역 바로 옆 시외버스 터미널에 콩코드 가는 버스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의 설명대로 금방 버스 타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고, 얼마 기다리지 않고 콩코드행 버스에 올라탔다. 그날따라 폭설이 퍼부어 눈 많기로 유명한 동북부 지역의 겨울을 실감나게 했다. 그런데 30분 거리라고 알고 있었던 콩코드는 눈보라 속을 세 시간이나 달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눈길이라서 버스가 느리게 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이상했다. 마침내 콩코드 표지판과 함께 버스는 종점에 서고, 차에서 내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이 펼쳐진 설원뿐이었다. 결국 터미널 사무실로 가서 월든 호수로 가는 길을 물었고, 여러 사람들이 몰려와 토론을 나눈 결과, 나는 보스턴에 인접한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로 가야 했는데 훨씬 멀리 떨어진 북쪽 뉴햄프셔주의 주도인 콩코드로 잘못 왔음이 밝혀졌다. 그들은 마음씨 좋게도 차비를 받지 않고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나를 태워 주었다. 다시 세 시간 넘게 눈폭풍 속을 달려 보스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조금씩 저물고 있었다. 월든 호숫가에서 마땅한 숙소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어서 망설여졌지만, 다음날로 미루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아서 서둘러 택시를 타고 호수로 향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30분도 안 걸려 정확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눈앞에 나타난 호수는 상상했던 것보다 컸고, 옅은 저녁빛에 잠긴 얼어붙은 수면이 신비롭게 나를 맞이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소로우가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순전히 자신의 노동에만 의지하면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던 곳, 19세기의 경전이라 일컬어지는 <월든>을 집필한 곳에 마침내 서게 되자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그러는 사이 택시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나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호수를 한 바퀴 돌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겨울 저녁이라 인적이 끊겨 있었다. 그런데 산책로 중간쯤에서 나는 한 백인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소개하게 되었다. 그는 소로우의 책을 읽고 50년 전에 콩코드로 이사 와서 최소한의 물질에 의존하며 자연주의 사상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놀라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그렇게 호숫가에 서서 얘기를 주고받았고, 그날 밤 그의 집에서 단순한 채식 위주의 식사를 대접받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밤을 지새며 현대 문명과 소로우의 사상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며칠 동안 그의 집에 머물며 우리는 아침 저녁으로 월든 호수를 산책했으며,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5년 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만일 그날 내가 엉뚱한 콩코드로 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곧바로 월든 호수로 갔다면, 나는 그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내 마음에 늘 살아 있는 한 아름다운 영혼과 마주치지 못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그날 나는 먼 길을 빙 돌아서 그가 서 있는 월든 호수로 갔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그에게로 가는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었다. 나는 그 먼 길을 돌아 '곧바로' 그와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간 것이었다. 그것이 삶이라는 여행의 신비이다.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는 말했다. "나는 많은 길을 돌아서 그대에게로 갔지만, 그것이 그대에게로 가는 직선 거리였다."



소로우의 오두막은 주차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호수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너기 전에 위치하고 있는데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가 직접 지었던 오두막을 집 안 모양도 그대로 만들어두었습니다.



저는 월든 책의 문체가 최고봉이라기에 읽어보려고 노력했으나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문체였습니다. 옛날 영어, 은유적 표현 등을 많이 써서 영어 원어민이 읽어도 이해가 어려운 문체라고 합니다. 



이곳에 간 것이 2014년 여름인데 월든 호수 비치가 물이 깨끗하고 좋은 편이라서 간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인기가 좋아서 주차하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박신혜와 소지섭이 잠시 머무는 작은 오두막을 보다가 월든의 오두막이 연상이 되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이나 "미니멀리즘",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라는 것을 꽤나 강조해보는 것 같습니다. 


시골 살이를 하는 저로서는 아침에 새소리 듣고, 비가 오면 대지가 깨어나는 냄새를 맡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새로울 것이 없어서인지 그닥 집중해서 보게되지는 않고 조금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숲속의 작은 집 2회까지 본 소감은 "두 연예인의 나 혼자 캠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입니다.  예능인데 재미가 없고, 다큐멘터리 같은데 교훈이 없는 프로그램입니다만 계속 보게 됩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도시에 몰려 사는 한국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힐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도시에 몰려 사는 한국에서 복잡한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보내는 휴식 같은 시간에 대한 마음 속의 본질적인 욕구를 건드리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조금은 심심하더라도, 자연을 벗삼아 단순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잠시 휴식을 주는 프로그램의 취지때문이겠죠. 음식만 열심히 팔다가 끝난 윤식당2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편안하고 궁금한 프로그램이라 틀어놓고 딴짓을 할지언정 계속 시청은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