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이렇게 멋진 마스크를 씌워놓은 집이 있다던데 어딘지는 모르고 사진으로만 봤습니다.
동네의 고 스티브잡스의 집에 매년 할로윈 장식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길래 가봤는데, 코비드 시기라 아무 장식도 없고 사과나무에 탐스럽게 사과가 열려있었습니다. 맥킨토시 사과였겠죠? 우리 아이 열한살 인생에 처음으로 트리커트리팅 없이 할로윈이 끝났습니다. 대신 크리스마스까지 먹을 캔디를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잔뜩 사왔습니다.
할로윈이 끝나자마자 집 안에 두었던 장식품을 거두어들이고 창고에 다녀왔습니다.
아파트는 개인 차고가 없어서 물건을 보관할 거라지가 없어서 작은 창고를 각 유닛마다 배정해주지만,
일단 너무 작고, 차고가 있는 지하의 한쪽에 죽 있기 때문에 한번 가려면 마음 먹고 다녀와야합니다.
공간이 작아서 물건을 하나 넣고 빼려면 앞의 물건을 다 빼는 작업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에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할로윈 장식을 넣다가, 창고 제일 안쪽에 있는 캠핑 박스에 들어가있어서 2년간 못나왔던 할로윈 장식품들도 발견했습니다. 그것들을 버리고 온줄 알았는데 이사 후 아직 개시를 못한 캠핑 박스에 들어있어서 전혀 몰랐던 겁니다. 내년에는 쓸 수 있게 할로윈 박스로 옮겨주고
크리스마스 박스는 통째로 들고 오면 다시 창고에 가야하므로, 내용물만 가져 오는 센스(게으름?)!
원래 매년 땡스기빙에 트리 장식을 하는데,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두 달간 즐길 겸, 한달 더 앞당겨서 트리와 장식 박스를 다 꺼내와서 우리집은 벌써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몇년간 사용하던 7.5피트짜리를 이사올때 남편이 정리하자고 했는데, 제가 크리스마스는 트리!
그래서 그것만은 못하겠다고 아이가 원치 않는다는 핑계로 창고 공간보다 트리가 중요하다고 2년째 우기다가 드디어 올해 창고 사이즈 때문에 중고로 팔아치웠습니다.
빠이~ old tree.
집에 관련된 모든 결정은 저의 결정을 기다려야하는 남편에게 미안했지만, 이사를 두 번 하고서야 우리의 추억이 서린 트리에 대해 마음을 이제야 정리했습니다. 없애버리고 나니 창고 공간이 좀 생겨서 마음이 꽤 좋더라구요.
대신 또 갖고 있던 작은 트리로 맘껏 장식을 했습니다.
어차피 큰 트리를 작은 아파트 거실에 두는 건 좀 아니니까요.
아마 이렇게 좁은 공간에 대한 개념이 당연했던 한국을 떠나, 뉴햄프셔에 오래 살면서 뭘 사들여도 채운 티가 안나는 커다란 집에 오래 살아서 다시 이런 공간에 대한 개념을 습득하는게 생소한가봅니다. 이제 조금씩 '다.시.'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빨래걸이도 이렇게 장난감 같은 걸로 바꿨답니다.
춥지도 않은 캘리포니아 집에 나무 벽난로들이 있는데, 이 작은 아파트에도 있습니다. 자전거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법한 공간만 차지하던 벽난로가 이번에 빛을 발해서, 그 앞에 양말을 걸어두었더니 운치가 있네요.
여름 겨울 단열을 위해서 벽난로 입구는 이전에 비닐로 막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열문제가 아니라, 이 동네는 산불로 인해 공기가 자주 안좋기 때문에 외부 공기 유입 차단으로 꼭 막아야하더군요!
2017/12/13 - [뉴햄프셔 일상] - 산타와 Elf on the shelf
2018/12/28 - [뉴햄프셔 일상] - 산타와 엘프
여긴 정말, 11월이 되어서야 긴팔을 꺼내입었습니다.
하루 사이에 창밖의 나무도 색이 변했더라구요. 5월에 이 집에 이사를 왔으니 가을 풍경은 처음 보는데
늘 시끄럽기만 했던 길가에 나무가 저렇게 예쁠 줄이야.
가을이 되어 해를 가리지 않아도 따스해서 블라인드를 올려두니 창밖 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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