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에서 천년 만년 살 것 같았는데
갑작스럽게, 한달만에, 집정리를 하고
캘리포니아주 베이지역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2012년에 시카고에서 뉴햄프셔로 이사와서
2013년에 이 집을 사고 2019년까지 7년 반을 내 고향처럼 정붙이고 살았던 곳,
마음이 뿌리 내렸던 그 곳에서 만난 이웃과 친구들에게
인사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 이유는 간단하게도 남편이 직장을 옮기게 되어서였고,
그것이 우리 삶에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었지만
고향처럼 정든 곳, 사람들과의 이별은 또 다른 이야기였죠.
어른이기에
내린 결정을 위해 해야 하는 현실적인 일들을 하는데 한달을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한국 방문을 하면서 하와이 여행까지 하고,
7월 중순에 뉴햄프셔 집으로 돌아와서 집 파는 것을 시작으로
8월 중순에 이사까지 완료했으니
친구들, 이웃들, 정든 집과 의 이별의 슬픔에 집중할 시간이 없이 너무 바빴죠.
슬픔을 마냥 표현하기에
타주 이사는 해외 이사에 버금갈 정도로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살면서,
한 집에서 나무처럼 주욱 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컸습니다.
아직 친정 부모님은 제가 나고 자란 그 자리에 살고 계시고요.
전학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저에게
이십대 이후의 반복되는 이사는 늘 힘겨웠습니다.
한 곳에 뿌리 박고 사는 습성 같은 게 녹아있어서일까요.
7년을 살고도 늘 새로운 집 같았던
사랑스러운 이 집은
떠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습니다.
굳이 단점을 생각해보자면 너무 넓은 마당 관리 정도,
이 집을 팔아야 하다니요.
그 거리의 이웃 친구들은 너무 따스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두가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이라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고
서로 몰라도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하는
미국 서버브 중산층 마을 특유의 것들이 있었죠.
겨울이 길고 춥긴 했지만 집에서 30분만 가면 스키리조트가 있어서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워 학교에 보내고
저는 혼자, 혹은 이웃친구와 같이 스키를 타며 겨울을 보냈기에 눈오는 겨울이 기다려졌습니다.
거의 한 손에 꼽힐만큼의 손님밖에 없는 이른 아침
스키리조트에 가면 저만을 위해 그루밍을 해 놓은 하얀 눈 속에서 두 시간만 타도 다리가 덜덜 떨릴만큼 탑니다.
내려오면 바로 죽 이어서 리프트 의자에 앉아 쉴 새 없이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니까요.
집 근처에 있던 실내 테니스장에서는
벌써 몇 년간 같이 연습을 한 사람들과 경기도 할 정도로 열심히 즐겼습니다.
테니스를 위해 만난 사람들과 더 없이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집 자체도 캠핑장과 별 차이가 없지만
아주 가까운 곳부터 1시간 거리까지 훌륭한 캠핑장 투성이였습니다.
아이는 저녁 무렵 벽난로를 태우는 집 냄새가 나면 늘 캠핑장 냄새라고 했죠.
캠핑 장비와 스키장비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넓디 넓은 싱글홈 지하에 존재감도 없이 놓여있던 그런 집을 팔고,
도시로 떠납니다.
전 세계에서 집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로.
자취방 이사와 국제이사, 미국내 타주 이사까지 살면서 여러 번의 이사를 해본 만큼
어떻게든 새로운 곳에서 살겠지라는 강단이 좀 생겼습니다.
한국과 미국 살이에도 장단점이 있고
시골과 도시에도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뉴햄프셔주의 장점은 뉴햄프셔주에 살때 생각하는 거고
캘리포니아주에 살면서는 그곳의 장점을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별, 낯설음, 적응 등의 정서적인 것은 내가 하면 되는 것인데
짐을 포장하는 육체적 노동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힘이 들고 덜컥 겁부터 납니다.
그런데 포장 이사가 너무 비싸서 거의 불가능한 미국에서
다행히도 새로운 회사에서 포장이사를 해준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짧은 시간, 과감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집에 있던 절반의 물건을 버리고
차 세 대 중 두 대를 팔고
우리는 햇빛 짱짱한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으로 이사갑니다.
블로그 제목도 Living in New Hampshire에서 Living in California 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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