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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개판 이웃과 The Wall

by 마미베이 2019. 5. 30.






최근 멋지게 끝난 Game of Throne에 나오는 

북쪽의 높고 하얀 얼음 담장, 더 월(The Wall) 같은

크고 높은 담장이 우리 옆집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우리 집을 포함한 옆에 두 집까지 세 집은 

같은 시기에 소가 풀뜯던 농장을 밀고 지어서

세 집의 앞과 뒤 마당이 죽 이어져있습니다.


한 집당 2에이커(2천7백평)나 되는 마당 세 개가 이어져 있다보니 구글맵으로 보면 웬만한 공원 크기의 축구장 같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멋진 집이죠. 그 8천여평의 이어진 세 집 마당에 나무가 없고 잔디로 펼쳐져 있다보니, 우리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넓은 잔디를 늘 보고 다니고 있습니다. 뭐 이 동네엔 축구장보다 큰 잔디 마당을 가진 집이 많긴 하지만(쓸데 없이), 보통은 나무가 많은 곳이거든요. 어쨌든 풍경은 그렇습니다.


조금 더 큰길에서 마트나 고속도로로 나가기 위한 차들이 우리집 앞 길로 우회전을 하면서 1호, 2호, 3호 집이 나란히 있는데 우리 집이 세 번째 집 3호이고 1, 2호 집은 드라이브 웨이가 바로 옆에 평행하게 나란히 뻗어 있습니다. 각 집에 비슷한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있어서 좋은 시절에는 마당에서 공놀이도 하고 뒷마당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도 했죠. "겨울이 오기 전"(Winter is coming!) 까지는 말입니다.

 

1호 집에 좀 사정이 생겼고,

그래서 1호 안주인이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운데 집인 2호와 사이가 안좋아지더니

1호네가 새로 들인 개가 넘어와서 현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서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개똥은 공식적인 이유였고, 쌓인 다른 게 많았겠죠.

급기야는 아예 사이가 틀어져서 두 드라이브 웨이 사이에 

6피트(180센티) 짜리 틈도 없이 판으로 된 하얀색 담장이 세워졌습니다.


세 집 마당이 이어져있는데 한쪽에만 커다랗고 높은 담장을 입구부터 뒷마당까지 다 쳤으니,

산책을 하던 이웃들과 지나다니던 차들이 얼마나 궁금했겠습니까.

초록색 잔디에 하얀 판으로 높게 다 가린 담이라...


그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이웃들이 저한테 묻기 시작,

각자 나름대로의 추측을 하면서, 1호와 2호 사이에만 담을 쳤잖아, 니네집쪽으로는 안치고, 왜 그런거야? 하며 웃습니다.

뭐 다 알면서 물어봅니다.

그래서 그냥 개가 자꾸 넘어와서 그랬나보다고 대답하죠.


이렇게 축구장 같던 넓은 잔디는 기다랗고 하얀 담으로 선을 그었고,

그 사이 가운데 집인 2호네는 뒷마당의 놀이터를 밀어버리고 수영장을 파서 주변으로 펜스를 또 둘렀습니다.

세 집의 초록색 드넓은 마당이 이어져있던 것은 사라지고, 예쁘고 넓던 뒷마당도 정신이 하나도 없게 되었죠.

 





이제 모든 이웃들 간의 문제의 원천, 개 이야기입니다.

집집마다 개 때문에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한국에서 요즘 가장 듣기 싫은 "우리 개는 안물어요"에 해당하는 

"우리 개는 스윗해 (She is so sweet!)"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합니다. 

주인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기 주인 지키겠다고 막 크게 짓는 커다란 개가

주인 아닌 남에게 스윗하긴 뭐가 스윗하겠습니까. 


특히 우리 앞집은 커다란 개 세마리와 작은 개를 키우는데 산책이나 배변을 위해 자주 마당에 풀어놓습니다. 

유난히 다른 개가 지나가면 엄청 쫒아와서 짖고요. 

한번은 아이를 데리러 드라이브웨이 끝에 나갔는데 주인 없는 앞집 개가 저를 쫒아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으르렁 거리지는 않아도 주인이 안 나와있는데 오니까 더 무섭더라구요. 저는 개를 잘 못 만질 뿐더러 공포감이 좀 있어서... 이집 주인이 뒤늦게 보고 미안하다고 한 적이 있었죠.


결정적으로 최근에 아이가 스쿨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 되었는데 앞집 개들이 또 주인 없이 마당에서 놀고 있었어요. 

아이가 앞집 마당쪽으로 스쿨 버스에서 내리는데 그 집에 커다란 개 세마리 외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겁니다. 

너무 화가나서 얼른 뛰어가서 차고의 차를 끌고 드라이브웨이 끝까지 나가서 

경적을 막 울렸습니다. 이 동네에서 경적을 울리는 사람은 그야말로 야만적이고 미친 사람이나 다름 없는 수준인데,

제가 그런 짓을 한거죠. 

그제야 그집 아들이 나오길래, 차 창문을 열고 개를 데리고 들어가주겠냐고 소리까지 질렀죠.


그런데 다음 날 또 같은 상황!

화가 나서 똑같이 경적을 막 울렸는데 아무도 안나오는겁니다. 

버스가 오고 나서 아이를 얼른 차에 태우고 앞집 아줌마가 나오길래 얼른 쫒아가서 얘길했죠. 


스쿨 버스 오는 시간에는 개만 밖에 사람 없이 두지 말았으면 좋겠다, 

애들이 스쿨 버스에서 내려서 길에 걸어다니지 않냐 그랬더니 미안하다며, 

개 목줄에 인비져블 펜스가 있다고 하네요. 

개 목줄에 전기 충격되는 목걸이가 있고 

마당에 보이지 않는 전기 펜스를 쳐놓는 건데 

집집마다 그런 걸 많이 설치를 하긴 합니다. 

근데 문제는 개 목줄에 그 충격되는 장치를 개가 안쓰럽다고 안 켜두는 거죠. 


이웃간에 얘기는 했으니 차에 태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는데, 본인의 우울증 얘기를 시작하는 이 분,

몇년 전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시작된 우울증이 있는데 

아이들은 다 컸다고 무시하고 성인이 된 딸래미는 남친 데려와서 살고 있고....

갑자기 이 이웃이 안됐어서 불평하러 갔다가 오히려 꼬옥 안아주고 힘내라고 위로해주고 왔습니다.


우리 앞집은 요란하고 개도 많고 십대 아이들이 시끄럽게 문제도 많이 일으켜서 우리 길에서 유명합니다. 

요란한 이 집의 옆집은 결국 이사를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우리와 친한 옆집 2호는 늘 이웃 개 때문에 불평을 하고, 

다른 이웃은 흔치 않은 아주 작은 개를 키워서 늘 다른 개로부터 보호하느라 만나면 어느 집 개가 달려들었다는 불평을 합니다. 

우리 개는 안 물고 다정하지만, 들여다보면 서로 서로 얼마나 불편을 끼치고 있는지.


평화롭고 한적하고 아름답기만 한,

미국 시골 마을의

가벼운 이웃 뒷담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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