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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홈에 살기

5월의 정원사

by 마미베이 2016. 5. 28.



럭셔리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후

아침마다 밀짚모자와 장화, 정원용 장갑을 끼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잔디 한웅큼씩 뽑을 때마다 땅 속 자기 집에서 쉬고 있던 지렁이가 인사를 합니다.

너무 많은 지렁이의 휴식을 방해해서 나중엔 "미안하다, 지렁이야"라고 얘기하는 이상 증세도 보였고,

가끔 아이가 와서 지렁이가 마르지 않게 흙으로 덮어주라고 난리 난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렁이에게 인사하며 거의 3주를

 일해서 정리해 놓은 저희 집 정원을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5월 첫 주,

남편도 잔디 기계를 손질하고 잔디를 깍기 시작했고, 저도 동시에 정원 손질에 본격적으로 들어간겁니다.

잔디도 쓸데 없이 넓은데, 정원도 곳곳에 많습니다.

예쁘긴 하지만 그만큼 손이 가는 거죠.




완성된 정원 1, 2 의 모습, 정원 7까지 갑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른쪽 정원과 계단 맨 밑 사이에 자연스럽게 놓인 벽돌,

제가 Lowes라는 온갖 물품을 다 파는 가게에 매일 아침 드나들면서 벽돌을 사다 날랐다는 거 아닙니까.


아침에 할아버지들 손님 사이에서 빨간 한국 목장갑 끼고 벽돌을 사다 날랐더니 나중엔 직원이 아는 척을 하더라구요.

정원에 어울리는지 봐야되니까 한꺼번에 안사고 한두개씩 사다가 놔보면서 붉은 멀치가 계단으로 안흘러내리도록 끝에 박아두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지만 계단마다 끝에 빨간색 벽돌도 두어서 멀치가 덜 흐르도록 했습니다.



앙상했던 나무와 식물들이 겨울이 지나고 5월 딱 되자마자 

며칠만에 이렇게 활짝 피는 걸 보면 너무 신기해서 아무래도 "태양신"을 모셔야 될 것 같습니다.



정원 손질 중 힘든 건, 잔디와 정원이 만나는 사이의 끝 처리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끝처리를 안하고 멀치만 부어서 누워서 떡먹기였는데

동네의 가게 같은 곳에 업체 전문가들이 한 걸 보니 잔디와 정원이 만나는 부분을 깔끔하게 파서 선을 만들어뒀더라구요.

한번 눈에 보이니까 나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시작했다가 한달 동안 고생을 한겁니다. 

실은 아무도 몰라보고 주인만 아는 건데 자기 만족을 위해 사서 고생한 거죠.

위 사진에서 깔끔하게 빠진 오른쪽 아름다운 곡선을 감상해주셔야 합니다.


잔디를 먼저 선을 따라 뽑고,

모종삽으로 흙을 조금 깊게 판 후,

네모 삽으로 예쁜 선을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멀치(Mulch)를 쫙 까는겁니다.

멀치는 나무조각에 염색을 하여 붉은색, 검정색, 갈색 세 가지 정도를 팝니다.

붉은 색은 흙과 섞이면 너무 티나서 정말 까다로운데 제일 예뻐서 일하고 난 보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깔아두는 이유는 예쁘라고, 입니다.

그리고 잡초들이 덜자라게 하기 위함입니다.



아침마다 들렀던 Lowes의 가든센터입니다.

봄만 되면 예쁜 꽃을 사는 사람으로 그득합니다.

집집마다 예쁜 꽃을 달아두는 사람들이 많고, 정말 부지런해요.

저는 꽃보다는 벽돌 코너로...



저와 함께한 5총사입니다.

잔디 뽑기, 네모 삽, 정원용 가위, 모종삽, 멀치봉지 자를 일반 가위.



아이에게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삽질하는 자세가 아주 훌륭하더라구요.

시골 아이 티가 절로 납니다.

자전거 타다 말고 돕는다고 헬멧 쓴 채로..저럽니다.




정원 3, 집 왼쪽인데 셉틱(정화조 시스템)이 있어서 그쪽 잔디가 자라지 않는 심란한 곳입니다.

그 위에 있던 꽃인데 잡초인줄 모르고 몇년간 뒀더니 뿌리가 민트 처럼 땅속으로 자라서 난리도 아니길래

뽑기로 작정했다가 남편과 얼마나 낑낑댔는지요.

Root of root라고 하던데 뿌리의 가장 중심을 뽑아내는데 너무 깊은데다가 사방으로 지지하는 뿌리가 길고,

몇 단에 걸쳐서 있는겁니다. 거미줄이 여러겹 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예요.

이거 뽑아내는 데 모든 도구와 온 힘을 다해서 한 시간은 걸린 거 같습니다.

 손아귀 힘도 다 빠지고 허리도 아프고 했는데

다 뽑고 나니가 앓던 이 빠진 거 처럼 얼마나 시원하던지요.



봄을 알리며 처음 나오는 잡초는 바로 민들레입니다.

이웃집 잔디인데 곳곳에 땅이 다 드러나있지요? 

잔디 오버씨딩을 좀 해줘야될 상황입니다만, 다들 사는 게 너무 바쁘십니다.

이렇게 드러난 땅에는 잡초 씨앗들이 뿌리를 내립니다.


초록 잔디에 노랗게 피어있는 민들레는 정말 예쁘지만

그래도 잡초이다보니 뿌리까지 다 뽑아버리면

아이가 옆에서 잔소리를 합니다. 

예쁜 민들레를 다 뽑지 말고

죽어가는 거만 뽑으라고 이거, 이거 지정을 해줍니다.

처음 잔디 관리할때는 민들레도 잡초이다보니 부담스러워서 미워 보이더니

이젠 여유가 생겼는지 다행히도 다시 민들레가 예뻐졌습니다.

노랗게 피어있는 민들레를 남편이 잔디 깍느라 밀어버리면 좀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정원 4입니다. 가장 작은 건데 아이가 도와줬습니다.



정원 5의 처음 모습.

잔디가 정원 안으로 듬성듬성 들어간 게 보이죠.



끝에 잔디를 뽑고 이렇게 에징처리를 합니다.

네모 삽으로 한번 더 깊게 파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멀치를 뿌리면 



목욕하고 화장한 것처럼 깔끔하죠?

정리하느라 뽑아 놓은 주변의 잔디는 남편이 잔디 깍이로 밀면 됩니다.



저희집 가스통 옆에 있는 쉐드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남편의 공간이라 저도 정원일 하기 전에는 거의 안들어가봤습니다.



전기가 나간 경우에 사용하는 전기 제너레이터,

눈 치우는 스노우 블로워,

가운데는 각종 오일 통입니다.



땅이 너무 넓어서 라이딩 론모어(Lawn mower)로 전체를 깍고

라이딩으로 깍을 수 없는 언덕까지 있어서 언덕은 푸쉬 론모어(왼쪽)를 씁니다.

이런 기계들은 미국에서는 존 디어(John deer)가 워낙 유명한데

일본 제품인 Honda 가 좋다고 하네요. 비싼 게 흠이죠.

라이딩 론모어는 존디어, 푸쉬 론모어는 혼다입니다.




집 주변에 봄 가을마다 벌레약을 치고,

잔디에도 벌레약을 치고,

비료도 치고 그래서 온갖 약품들입니다.

철마다 사다가 뿌려줘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우리집은 애 과외비보다 잔디에 붓는 돈이 더 많다는 불편한 진실...

  

그런데도 농작물 같은 결실이 없어서 노력의 대가가 그냥 "아름다움"이라니

농부의 딸로서, 참 서글프군요. 



가장 심란했던, 집 뒤쪽에 있어서 버려진 듯한 정원 6 입니다.

나름 꽃이 피기도 했는데 잡초인지 구분이 안되고 귀신 나올듯한 정원이었습니다.

흙을 다 갈아 엎어야되는데 뿌리가 너무 많아서 몇차례에 걸쳐서 하나 하나 다 뽑았습니다.




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요.

발로 뽑고, 손으로 뽑고...밭을 갈아 엎는 쟁기질을 하는 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잔, 벽돌로 끝마무리 하고, 정원 흙 사다가 더 부은 후

민트 밭을 만들었습니다.

민트는 뿌리 식물이라 뿌리가 온 정원을 다 돌아다니면서 사는 강인한 거라

따로 정원을 만들지 않으면 화분에 홀로 키워야합니다.

뿌리 몇개 가져다 심었는데 척박한 이곳에서 잘 살아있습니다.

여름동안 모히또 만들어먹어야죠.



드디어 정원 7,

쉐드 옆의 정원은 붉은 색 멀치가 모자라서 나무 주변에 하려고 사뒀던 검정 멀치로 바꿔봤습니다.

저는 좀 어두워서 붉은 멀치보다 보람이 덜한데 남편이 너무 맘에 든다고 합니다.



정원 손질만 하면 섭섭하니까 허브를 좀 심기 위해서 작년에 만들었던 가든 베드를 해체,



새로 사온 화분에 흙을 다 옮겨 담았습니다.



토마토 같이 열매 달린 거는 사슴이 다 먼저 먹어버리기 때문에

허브 같은 잎파리 위주로 심었습니다.

모종을 사온 것도 있고 씨앗을 심은 것도 있는데

여름에 먹을만하게 자라려나 모르겠네요.

이 고생을 했는데 수확이라도 좀 해야될텐데요.


오른쪽에 보이는 삼발이는 물 허수아비? 인데

해가 지면 동작 센서가 있어서 물을 따다다다 뿌립니다.

사슴이 이 근처를 지나가면 물벼락을 맞는 거죠.


가끔 손님들이 초저녁이나 아침일찍 나갔다가 물벼락을 맞기도 합니다.


다짐하건데

내년에는 이 고생 안할거고,

이 고생을 잊게될만한 내후년쯤에 다음 멀치를 할겁니다.

쓸데 없이 크기만 한 잔디랑 정원,  

정말이지 인조잔디나 돌로 깔아버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