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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홈에 살기

바람에 나무들이 쓰러지다.

by 마미베이 2016. 3. 1.

아침에 늦잠을 자서 스쿨버스는 커녕 데려다 줘도 늦을 것을 걱정하며 나갔습니다.

시간 맞춰서 학교에 가야되는 만큼 마음이 살짝 급한 상황에 드라이브 웨이를 나가는데 뭔가 보이는 게 스산한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달라보이는데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생각했어요.


아,

나무가 부러져있었습니다.

커다란 나무통은 누군가가 잘라놓은 듯 가지런히 한쪽에 쌓여있었고, 

부러진 잔 가지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데다가 앞집 드라이브웨이에까지 가득합니다. 

일단 아이를 데려다줘야 되기 때문에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깨우고 상황을 알렸습니다. 빗자루 들고 좀 쓸어야겠다고.





나무가 쓰러졌던 거면 메일박스가 부서질수도 있었는데 멀쩡하고, 앞집 메일박스도 멀쩡하니 일단 기물 파손은 없고,

지나가던 차나 사람이 다치진 않았겠지...한 걱정을 하며 다시 집으로 오니

나무 치우는 트럭이 와있습니다.

타운에서 온 나무 작업하는 사람들이랍니다.


어젯밤에 바람이 무지 많이 불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잤던 잠탱이입니다.

새벽 4시에 이 분들이 와서 쓰러진 나무를 한쪽으로 정리해뒀고 아침이 된 지금 다시 와서 치우고 있다고 하네요.

(오후에 만난 옆집 아저씨가 얘기하길 새벽에 들리는 전기톱 소리에 잠을 깼다네요)

다른 쪽 옆집의 커다란 나무도 쓰러졌다던데 대체 바람이 어떻게 불었던 걸까요.


안그래도 죽어가는 나무가 있어서 사람을 불러서 잘라야되나 했는데....돈 굳은 걸까요? 

타운에서 따로 청구하려나요...? 세금 많이 내는데? ㅎㅎ

그런데 죽은 나무 말고 멀쩡한 나무도 쓰러져서 총 네 그루나 쓰러졌더라구요.

웬열~~~~바람이 어떻게 불었길래.


남편이 아침에 나무를 자르는 걸 봤는데 이 아저씨들 무슨 거인인지

엄청나게 무거운 전기톱을 한 손으로 들고

또 엄청나게 무거운 나무를 한 손으로 들어서(웬만한 사람은 꿈쩍도 안하는 무게입니다.)

나무 아래에서 위로 톱을 올리면서 나무를 자르더랍니다.

무자르듯 그냥 스르륵...

보통 사람들은 나무를 들 수가 없어서 위에서 아래로 자르는데 한 30분은 걸리거든요.

나무 토막을 한 손으로 들었다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만...


예전에 우리집 라이딩론모어 고장 났을때 싣고 가는 아저씨는

남편이 타고 있는 라이딩론모어를 살짝 들어서 올리던 사람이 있었죠.

그건 정말 미친 파워였습니다.




트럭 아저씨들 나무 치우는 사이로 남편 말고 두 남자아이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앞집 아이들, 학교에 가는 시간이 초등학생 보다 한 시간 늦은 중간학교(Intermediate School, 5-6학년)에 다니는데 스쿨 버스 기다리면서 나무 치우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나뭇 가지를 들어다가 트럭에 얹고 있네요.

우리집 쪽 나무들이 쓰러져서 그 집 드라이브 웨이를 난장판으로 만든거라 미안해서 저도 그 집을 먼저 치웠어요.

근데 이 아이들이 저에게 계속 고맙다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학교 갈 시간이 되서 가면서도 또 고맙다,

이 집 엄마가 문 열고 치워줘서 고맙다고 자기 남편이 청소할거니까 이제 그만하셔도 된다고 하며, 애한테도 고맙다고 말하라고 시키고...

아니, 내가 미안한데 고맙단 말만 계속 들으면 어쩌랍니까.


앞집은 우리 길에서 유일하게 파티를 많이 하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시끄럽게 음악을 트는 조금 튀는 이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 집을 싫어하지 않는 것은 이 집 부모가 너무 너무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인 것 같더라구요.

애들도 정말 괜찮고요. 애들을 막 풀어서 키우는 거 같은 집도 저렇게까지 남에게 감사 인사를 시키나 싶은게 덕분에 나무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좀 가셨습니다.




부러진 뿌리쪽입니다.

두 그루가 쓰러지면서 다른 두 그루를 쳐서 같이 부러진 게 아닌가 추측될 뿐,

아침부터 정신없었던 얘기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현관 올라가는 계단 양 옆의 흙이 쓸려내려왔더라구요.

양쪽에 꽂아둔 태양열 라이트들이 다 쓰러져서 집에 사 둔 Garden Soil로 메워줬습니다.



우리집 일꾼양, 눈오면 삽질, 비오면 빗질.




그 작업 하는 김에

볼때마다 심란한, 나의 사랑 넝굴장미도 정리해줬습니다.



이 장미는 제가 하도 손질을 많이 해서 사랑에 빠진 바로 그 장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보다는 "애증"이 아닐까 합니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데다가 가시에 자꾸 찔려요.


장미 가시에 찔리며 사랑을 깨닫다


벌써 몇 차례에 걸쳐 손질을 했지만

여전히 볼때마다 좀 더 정리하고 싶어집니다.

오래된 가지와 새로 났던 가지가 얽혀서 톱으로 굵은 줄기를 자르고

나뭇가지에 가시가 박혀있기 때문에 잘 빠지지도 않는 걸 더 자르고 당기고 해서 빼는데만도 한참 걸립니다.

이렇게 잡아당기다가 얼굴을 가지로 빡 맞았는데 혼자서 소리지르고...가시가 얼굴에 박히면 어쩐답니까.

다행히 얼굴에는 안 박히고 허벅지에 똬~박혔습니다.

큰 가시가 푹 박혀서 진짜 아프더라구요.



저의 심란함을 이렇게 해소했습니다.

원래 크기의 1/3정도로 줄여버렸어요.

물론 의도하지 않았고 자르다보면 자꾸 더 잘라서 작게 만들고 싶어지더라구요.


올 여름에 얘가 꽃을 잘 피울지 조금 걱정이 되지만

위대하신 태양 에너지를 받아 잘 살겠죠.

화초들의 생명력이라는 게 대단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