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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장미 가시에 찔리며 사랑을 깨닫다.

by 마미베이 2015. 5. 10.




우리집의 예쁜 정원은

봄이 시작하면서 가을이 끝날때까지

여러 꽃이 피었다 졌다 한다.

세 번째 봄을 맞이하면서 이 어여쁜 정원에서 알아낸 사실은

장미 나무가 너무 주변으로 퍼져서 감당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가시가 너무 많아서 다가가기 힘든 장미 나무는 몬스터처럼 느껴졌다.

장갑 두 개를 겹쳐 끼고

장미 가시에 뜯겨가며

나무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마침 크락스를 신고 나가서 가시가 신발에 마구 박힌다.

첫번째 작업, 두 시간 남짓 걸렸다.


며칠 뒤 다시 가지를 쳤다.

이제는 어느 쪽으로 나무가 퍼져있는지 모양도 이미 알고 있어서

지난 번보다는 좀 덜 두려웠다.

모양도 많이 이쁘게 잡혔다.



오늘, 일주일만에 다시 가위를 들고 가보았다.

이번엔 아예 잘 드는 정원용 가위로 끝장을 보리라 생각했다.

지난 주 내내 여름 날씨처럼 온도가 높아서 그런지 그 사이 나뭇잎이 많이 올라왔다.

나뭇잎이 새로 올라온 생생한 녹색의 가지와 

황색으로 변한 오래된 죽은 가지들이 확실히 구분이 되었다.


잎파리가 없는 죽은 가지를 쳐내고

가지가 바닥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새로운 나무로 자라고 있는 것들을 다 뽑고

그러다가 문득 깨달은 것은

아, 이 나무에 가시가 잔뜩 있었지? 라는 것이었다.

왜 세 번째 작업에서는 장미 가시가 두렵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 이 나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벌써 세 번째 이 나무 주변에서 몇 시간씩 다듬어주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는 이 장미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다.


말이 이뻐 장미 나무지, 가시가 잔뜩 들어 

살짝 스치기만해도 피가 날 정도인 괴팍스러운 나무인데

이 까탈스런 몬스터로 보였던 가시 나무를

단지 내가 정성들여 보살폈단 이유만으로

나는 이 나무가 너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인 것 같다.


마치 내가 여섯 살짜리 우리 딸에게 

분리 불안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가끔 나는 아이가 나인지, 내가 아이인지 구분이 안될때가 있다.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을 하나처럼 지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딸아이가 얼마 전,


"엄마 왜 나한테 자꾸 잔소리를 해?"

응..왜......?

"엄마는 왜 항상 나한테 빨리 하라고 잔소리를 하냐구?"

어.....학교에 지각하면 안되니까 그렇지. 

그럼 너가 이제 다 알아서 할 수 있어?

"어, 내가 알아서 다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 잔소리하지 마."


이런 대화를 나누고는 나는 그만 울었다.

마치 아이가 다 커서 이젠 엄마가 필요없다고 하는 소리 같았다.

그래서 완전 삐져 있었고,

잠시 후 아이가 "엄마, 물병 좀 열어줘"

하고 불렀는데,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를 챈 아이는 와서 미안하다며 안겼고,

우린 부둥켜 안고 울었다.


"이제 엄마가 도와줄까?" (간절한 부탁이었다.)

"응"

"아직 엄마 도움이 필요하지?"

"응, 엄마가 다 도와줘"

"그래!"


이러고 비겁한 화해를...


혼자 알아서 하는 건 정말 좋은 거라고, 하지만 엄마가 필요할 땐 언제든 도와주겠다...

뭐 이런 좀 있어보이는 교과서 멘트는 엄마의 자존심을 위해서 덧붙였다.


시간과 정성과 돈을 쏟아부은 아이가 커간다.

사춘기가 되면 장미가시처럼 쌀쌀맞아질테니 지금 나와 함께 해줄 때를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