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마더스 데이 하면, 각종 가게들이 세일하는 날 정도로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유치원에서 마더스 데이 행사를 했습니다.
머핀 모양의 카드로 엄마를 초대했어요.
아침 9시에 학교에 갔더니 엄마들이 입구에 서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네요.
따라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아이가 만든 꽃을 손목에 두르고
(가슴에 카네이션 꽂듯이..)
자기 손바닥으로 그린 꽃 그림,
I love you, mom! 써있는 커다란 카드를 받고
거기에 달려있는 선물을 펼쳐보니
플레이도우로 만든 하트에 자기 엄지 손가락을 찍고 이름을 쓴 걸 주네요.
정말 유치한 멘트지만
내 평생 지금껏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예쁜 선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봉투를 열어보니
돈....이 아니라
엄마와 얘기할 꺼리들이 있습니다.
What is your favorite memory of me?
What is your favorite movie?
What's your favorite food?
What makes you the happiest?
What is your favorite color?
What is the best thing about me?
What is the funniest thing I have ever done?
What is your job? (To the child: What do you want to be when you grow up?)
What makes you upset?
Where is your favorite place to go?
What do you like to do when we hang out together?
What is something you are really good at?
엄마가 기억하는 내 모습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눈물이 나서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우리 딸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만 여섯살이 되는 지금까지 자란 순간이 스쳐가면서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오릅니다.
넌, 항상, 예뻤단다...는 거짓말을 할 뻔 했습니다.
그러고 싶었구요.
그런데 챙피하게 눈물이 나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때 아이들 몇명이 앞에 나가서
If you give a Mom a Muffin 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합니다.
너가 머핀을 엄마에게 주면 엄마는 커피를 원할꺼야.
그런데 그때 세살짜리 (동생?)가 커피를 엎지르면 엄마는 그걸 닦겠지요.
다 닦고나면 엄마는 더러운 양말을 발견하게 되고, 빨래를 할거야. ......
이런 식으로 계속 커피와 머핀을 못먹고
집안일을 계속 하고
결국에는 머핀은 아이들이 다 먹어치운다는
작자 미상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제 유치원인 아이들이 글을 읽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에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감동적인데
그것도 마이크 들고 앞에서 엄마를 위한 시를 읽으니
그 아이들 엄마는 얼마나 더 감동적이겠어요.
옆에서 한 아이 엄마가 동영상을 찍다가 눈물을 훔치고 있더군요.
그 집 아이는 둘째인데도 엄마에게 감동의 순간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나 혼자 운게 아니었다고 안도했습니다.
아이들이 어제 반죽한 머핀을
선생님들이 나누어 구워와서 함께 먹고
남은 시간은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딸램 만들어준 꽃을 팔목에 여전히 묶고
남편 사무실에 들를 일이 있어 가자마자
오늘 우리 딸이 내게 준 선물을 막 자랑하며 떠들다가 또.....그만...감격에 겨워서...훌쩍 훌쩍.
어젯밤에 한국에 계신 엄마와 어버이날이라고 통화하는데 엄마가 우는 거 같더니만
(그때 저는 안울었구요..)
오늘 저는 우리 딸때문에 울고.
나중에 이웃집 아줌마랑 얘길하는데 한달 후 유치원 졸업식때는
1년간의 일들을 사진으로 죽 보여주는데
아예 티슈를 들고 와야 할거라는 얘길 하다가
갑자기 유치원 졸업식을 상상하면서 또 둘이 울고..ㅎㅎㅎㅎ
자식 생각하는 엄마들은 다 똑같습니다.
틈만 나면 찔찔 짜는 여자들의 마음을
울 남편은 이해 못하기 때문에
늘 웃지만 말이죠.
(겉으로는 살짝 웃고, 속으로는 박장대소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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