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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올해 날씨 때문에 곤경에 처한 그라운드호그 펑추토니 필

by 마미베이 2015. 2. 18.

아이학교의 교장선생님은 매주 교장 노트를 이메일로 보내주는데, 이번엔 조금 이상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If you did not hear, the Merrimack Police Department put out a warrant to arrest Punxsutawney Phil. It seems that Phil is in a hole warm and toasty. I am not sure this will change the six week prediction but hopefully it puts a smile on your face. If you happen to be on Facebook, you can follow this adventure on the Merrimack Police Department Facebook page."


대략 해석을 하자면...

이번에 Merrimack 이라는 옆마을의 경찰이 펑추토니 필(Punxsutawney Phil.)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 그 소식이 여러분에게 웃음을 가져다 줄거라는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겁니다.


도대체, 펑추토니가 무슨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길래 체포얘기에 웃게 될거라는 얘길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하려나요. 아무리 미국이어도 그렇치...하며 내용을 찾아본 결과,


펑추토니 필은 어떤 유명한 그라운드 호그(돼지 다람쥐)의 이름입니다. 북미에서 매년 2월 2일에 열리는 "그라운드호그데이"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한국어로는 "성촉절"이라고 번역을 한다고 하네요. 독일에서 기원이 된 이 행사는 펜실베니아의 한 도시에 사람들이 모여서, 펑추토니로부터 언제 봄이 올지 예언을 듣는 행사입니다. 예년에 비해서 6주일간 겨울이 더 지속될지 여부를 펑추토니라는 이름의 그라운드호그 한마리가 예언을 해줍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때 펑추토니 필이 집에서 나오다가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다시 들어가면 앞으로 겨울이 6주 더 남은 것이고, 안보면 봄이 일찍 온다는 겁니다. 2월 2일 필라델피아에서 해뜨기 시작할때 온도는 보통 영하10도일텐데 출근할 필요가 없는 그라운드 호그가 집에서 나오다가 추워서 다시 들어가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들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봤는지 안봤는지는 어떻게 알겠습니까마는, 1887년에 시작된 이 행사에서 더 긴 겨울은 103회나 예언을 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이 재미만 남은 행사이긴 합니다.


올해에도 이 행사가 열렸으며, 펑추토니는 6주일간 겨울이 더 길어질거라고 예언을 했답니다.

 

관련기사 : http://www.huffingtonpost.kr/2015/02/04/story_n_6610820.html




그런데, 지난 주에 우리 동네 옆 마을 메리맥 (Merrimack) 경찰이 이번 겨울 날씨 예측을 잘못한 "펑추토니 필"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104950052912992/photos/a.128331837241480.31199.104950052912992/795387120535945/?type=1&fref=nf&pnref=story


대략 해석을 해보자면...


"이번 그라운드호그 데이에서 펑추토니는 이번 겨울이 6주 더 길다고 예언을 하였으나, 눈이 많이 올거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는 죄가 있다. 따라서 펑추토니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함. 메리맥 경찰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펑추토니를 체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충 이런 의미입니다.



펑추토니가 살고 있는 펜실베니아의 주지사는 이 소식을 듣고 이렇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펑추토니는 평범한 설치류가 아니라, 미국의 전설이며 펜실베니아의 영웅이다. 우리는 펑추토니를 보호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며 메리맥 경찰에게 경고를 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 http://abcnews.go.com/Weird/wireStory/pennsylvania-gov-nh-police-hands-off-punxsutawney-phil-28950845 >




한편, 뉴햄프셔의 한 스키 리조트는 6주간 겨울이 더 길어질거라고 예언해준 펑추토니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펑추토니에게 정치적 망명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키 리조트는 겨울이 길수록 매출이 더 늘어날테니, 겨울이 길다고 예언해준 펑추토니가 고마운가 봅니다.


<관련기사 : http://abcnews.go.com/US/ski-resort-offers-asylum-punxsutawney-phil-police-issue/story?id=28972792 >




미국 동북부 지역은 이번 겨울 내내 폭설, 강풍, 저온의 세가지가 겹쳐서 참으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재밌는 농담을 서로 주고받는 공무원들 덕분에 즐겁게 웃었습니다.





한국에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영화의 원래 제목이 바로 그라운드호그 데이 (Groundhog Day) 입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원 몇명이 펜실베니아에서 그라운드호그 데이 행사를 촬영하러 왔다가, 남자 주인공 (빌 머레이)이 동일한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마법같은 상황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남편은 이 영화를 본게 엊그제 같다고 하는데, 이게 1993년에 제작된 영화라고 하니 벌써 20년도 넘은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