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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홈에 살기

겨울엔 눈삽

by 마미베이 2017. 2. 17.

밤 사이 5센티 정도의 눈이 내렸습니다.  요즘 미동부에 눈 오는 거 보면 이 정도는 눈이 왔다고 얘기하기 민망한 수준이기 때문에 학교는 휴교나 2시간 연장이 없었고 남편도 정상 출근을 했습니다.

온도가 섭씨 0도가 살짝 안되었지만 그 정도면 따스한 편이어서 지열로 눈은 다 녹을 상황입니다. 스노우블로어를 사용할 줄 아는 남편은 저녁에 올거고, 드라이브웨이 눈이 애매하게 있는 것이 내내 거슬립니다. 아스팔트가 살짝 나와 있어야 지열이 올라와서 눈이 녹는데 하얗게 모두 덮이면 밑에만 살짝 녹다가 밤이 되면 다시 얼어버리기 때문에 다시 치우기도 힘이 들거란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도로 치우는 차가 눈을 밀고 가면서 우리집 드라이브웨이 입구에 눈을 쌓아두고 가는데 차가 집으로 들어올때 그걸 넘어와야 한단 말이죠. 게다가 그대로 얼어버리기도 하고요. 

이걸 표현한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50 shades of grey"라는 소설이자 영화 제목을 이용한 길가에 밀린 눈 사진입니다.

이 정도는 적은 겁니다. 눈이 많이오면 엄청 쌓입니다.



이걸 보는 순간, 아 도로 치우는 트럭이 밀고 간 내 드라이브웨이 입구이구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뉴햄프셔 에디션이라는 건가요? ㅎㅎ


 우편함쪽에도 눈이 좀 더 쌓입니다. 우체국 차가 우편함에 접근하기 쉽게 우편함 들어가는 길도 좀 치워야겠더라구요. 안 치워두면 편지 안 넣어주고 그냥 가거든요.



해야할 일이 보이니 쫌 가만 있지 못하고 옷을 잔뜩 입고 삽을 들고 나갔습니다. 

우편함 구하고, 거라지 앞부터 50미터에 이르는 드라이브웨이 치우고 덱까지...

장작 한 시간에 걸쳐서 삽질을 했습니다.

나 왜 이래? 잘못하다 허리 아플라고...하면서 삽을 놓지 못하는 승질머리하고는...



끝나갈 무렵 땀이 뻘뻘 납니다. 아무도 안시켰구만...


제가 눈을 치우면서 자주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아버지 입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마당이 꽤 컸는데 눈도 워낙 많이 내렸습니다.

눈이 오면 아버지는 하루 종일 마당에 나가서 삽을 들고 눈을 깨끗히 치워두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기다랗게 썰매를 탈 수 있는 완벽한 언덕을 만들어주셨죠.

아직도 그 썰매 언덕이 생각나서 저도 아이에게 만들어줄까 생각을 해봤는데 그게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더라구요.

미국 사람들은 스노우 블로어라는 엔진을 사용해서 치우는데 평생 삽자루 들고 눈을 치워오신 아버지 생각을 하며 그래서 건강하신게야, 라고 감사하단 생각도 곁들입니다.

중년이 되니 노인이 되신 부모님에 대한 연민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렇게 주택을 관리하며 (힘들게?) 살다보니 어렸을 적 시절도 생각나고 주택을 관리하며 살아오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그렇습니다.





남아있는 눈은 아침에 아이 등교시키느라 차 바퀴로 누른 곳인데

무거운 차가 지나간 자리는 녹을때까지 기다려야지 삽이 절대 안들어갑니다.

녹고 있는 눈을 보니 뿌듯하네요.

오후 되면 까만 아스팔트가 깨끗하게 되겠죠?



캬캬...

오후에 아이 데리러 나왔더니 요렇게 깔끔합니다.




여긴 같은 시각, 옆집..

안치우면 이렇게 안녹습니다.

캬캬캬, 이런 쓸데 없는 걸로 뿌듯해집니다.


사실 여기는 눈이 꽤 오는 편이고

눈이 올때마다 덱이나 현관의 눈을 치우기 위해 삽질을 해왔기 때문에 괜찮은데(생활형 근육?)

처음 몇 번 했을때는 앓아누웠습니다.

삽질이 허리를 비롯한 전신에 엄청난 무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눈 치우는 건 목표가 분명해서 '저기 까지만..'하면서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한다고 합니다.

처음 삽질을 한다면 앓아누울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는 것 명심하시길요.



사실 집 현관은 어디가 계단인지 길인지 구분이 안되고, 눈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습니다.

현관은 거의 안쓰고 지하에 거라지 문으로만 다니니까요.


덱은 주말에 친구들이 와서 그릴을 사용해야 하므로 열심히 치웠습니다.



눈삽은 두 가지인데 노란 거는 더 크고 끝에 쇠가 박혀있는 거예요.

얼음도 깨서 치울 수 있는데 삽 자체가 너무 무거워서 저는 거의 못 씁니다.

까만색이 가벼워서 저랑 아이랑 까만색만 씁니다.


**


얼마 전 회사 후배가 연락이 와서 언니는 뭐하고 지내냐고 물었는데 제 대답이 생각나네요.


"봄,여름엔 밀짚모자에 장화신고 정원 삽들고, 

겨울엔 눈삽질하며 지내"


그러고 보니 모자, 장화, 삽이 여름용 겨울용 따로 있네요. 

1년 내내 패션은 같은데 계절별로 다를 뿐.


#삽질 노가다는 생색 내기 위해 기록해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