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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리뷰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by 마미베이 2018. 7. 19.
















"엄마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배를 탔어요?"


국제시장을 함께 보며 눈물을 흘린 초등 3학년 아이에게 

저건 엄마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 이야기라고 했더니, 

다음날 궁금했는지 갑자기 묻습니다.


"아우리 가족은 그냥 남쪽에 살았어서  배를  필요가 없었어. 북쪽의 피난민들이 그 배를 안전하게 타고 남쪽으로 온거야."




국제시장의 시작 부분에서 나온 흥남철수작전은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가 한국이 남북으로 갈라진 특수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같이 봤는데, 아이는 헤어진 저 가족은 다시 만나게 되는지 누차 확인을 했고 저는 그렇다고 안심하고 보라고 했죠. 특히 저 배 하나에 많은 피난민들이 다 탈 수 있는지도 너무 걱정하며, 저 배를 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절박함에 가슴이 아파했습니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6.25전쟁(한국전쟁, Korean War)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면서 

대한민국 국군과 UN연합군이 불리해져서 

그해 말인 1950년 12월 8일 흥남철수를 지시했습니다. 

12월 15일부터 열흘간 철수가 이루어지면서 마지막에 남은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운반해야 할 무기를 버리고 피난민 1만 4천여명을 태워서 남쪽으로 철수한 일입니다. 


거제도에 흥남철수작전기념비가 있는데, 당시 민간인 고문관 현봉학이 에드워드 알몬드 10군단장을 설득해서 많은 피난민을 태울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한 6명의 영웅의 얼굴이 새겨져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님도 흥남철수때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하니, 더 소중한 역사적 순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장면은 아이가 보기에 좀 자극적이었지만 영화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중간 중간 넘어가며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는 여름캠프에서 처음만난 아이들에게 자기 소개를 하며 이름, 학년, 특별한 점을 얘기하라고 했더니 자기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특별한 거라고 얘기하는, 특별함을 날로 먹는, 한국인 거의 없는 동네에서 사는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한국의 역사를 가끔 알려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럴때마다 한국은 정말 아픔이 많고 그 아픔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영화에서 나중에 이산가족 찾기를 하는 장면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여동생을 찾을때도 아이와 둘이 펑펑 울면서, "거봐, 만나잖아" 라고 안심시켜줬죠. 남한 내에서 피난길에 서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오랜 기간 방송을 했고, 심지어는 닷세간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릴레이 생방송을 하면서 단일 주제 생방송으로는 453시간 45분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저도 어렸을때 이 방송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가족들에게 구박받는 늙은 덕수는

"아버지, 저 이만하면 잘 살아왔지예. 

이만하면 아버지와의 약속 잘 지켰지예....

그런데 저 정말 힘들었습니다."

라며 혼자 방에서 웁니다.



혹시나 흥남철수때 헤어졌던 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을까 해서 고모의 가계 '꽃분이네'를 팔지 않고 온갖 욕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가, 이제는 팔라며, 그 말 끝에 

"이젠 너무 늙어서 못오시겠지?" 

하는 말은, 흥남 철수때 배에서 헤어진 아버지는 이젠 세월이 너무 지나서 이미 돌아가셨겠지? 하는 뼈아픈 말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거라고 착각하고 풍요롭게 살아온 제가, 전후 세대를 살아온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의 삶을 그린 국제시장을 보며 그 풍요로움이 바로 그들 덕이라는 것에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영화에서는 1953년 7월 27일 유엔과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 간에 이루어진 정전협정을 방송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전쟁은 안하기로 했는데 고향에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며 주인공들은 울부짖습니다. 그때로부터 이렇게 전쟁 중이지만 전투는 하지 않는 상태로 나라가 반으로 동강이 나서 살고 있네요. 아주 오래된 역사가 아니라 불과 우리 부모님들이 막 태어나고 아장아장 걷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더 이상 정전이 아닌, 아예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 중이겠죠?


흥남철수작전이 없었다면, 그때 피난온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도 없었을테고,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런 도보 다리 장면도 없었을겁니다. 도보 다리를 걷는 남과 북의 대표를 보며 숙명처럼 아직도 진행중인 한국전쟁을 이제는 끝낼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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