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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리뷰

독서모임 시작

by 마미베이 2019. 2. 23.















K는 얼마전 새로 만난 친구다

아이 학교 발런티어에 갔다가 처음 만나서 인사를 했는데

또박 또박한 발음과 친절함이 첫인상이었다.

(내가 미국 사람들을 보는 방식은

말을 빨리 하는 사람과 천천히 하는 사람, 두 부류로 쉽게 나뉜다.)


아이 픽업때 K를 멀리서 보긴 했는데,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이가 우리 딸과 같은 4학년이라는데 한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어서 몰랐다.

작년에 우리 딸이 친구들 문제로 고민을 좀 할때, 

멀리서 본 K는 

여자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다녀서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는데, 

친구가 되어 대화를 나눠보니 

이 집 딸 둘은 워낙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라 다른 아이들 그룹에 끼지를 못해서 오히려 나보다 고민이 많았다.

남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부러운데 결국은 같은 고민으로 살아간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K의 남편은 인도계라 그런지

지금 나의 절친 J처럼 나 같은 외국인의 영어를 듣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 이 친구가 

독서모임을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한국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던 시기라

"아이들 독서 모임이야, 엄마 독서 모임이야?" 

라고 물어봐야했다.


아이들만 쫒아다니다보니, 성인으로서의 자기 삶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른들 독서 모임을 하고 싶단다.

내가 어른 영어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고?

나를 너무 과대 평가한 건 아닌지.


실은 안그래도 올해는 독서를 좀 해볼까 생각하던 차였다. 

내 능력에 맞게 초등학생 수준의 책을 읽으려던 참이었다. 

올해 4학년이 된 딸아이는 해리포터를 읽을 정도로 읽기 실력이 늘었는데 나는 해리포터를 읽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해리 포터 건너 뛰고 어른 책 도전!

K가 얘기한 어른 독서 모임을 도전 삼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첫번째로 정한 책은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를 배경으로 한 "In the Shadow of the Banyan",

캄보디아 씨엠립을 여행한 기억도 있고 해서 흔쾌히 오케이를 했으나

막상 읽기 시작해보니

원래 어른 소설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쉬운 단어를 어렵게 쓴 소설이었다.


하지만 한달 안에 한 권을 다 읽어야 했기 때문에 대충 스토리만 파악하면서 매일 한 챕터씩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대체 스토리 진행이 안되고 주변 얘기만 어려운 단어로 나열하는 능력이라니, 책의 절반을 투덜대며 억지로 읽다가, 어느 순간 빠져들었고 엉엉 울면서 책을 마쳤다. 


중간 중간에 함께 모임을 하는 K와 J로부터 

이건 너무 어려운 책이며 너무 슬픈 책을 골라서 미안하다는 연락을 해왔다. 

책 읽는 진도는 영어가 어려운 내가 제일 빨랐다. 



모임 날, 나는 오래 전 캄보이다 씨엠립 여행을 했던 앨범을 가지고 갔다. 수상가옥을 보며 책 중간에 나왔던, 시골로 가서 주인공이 살았던 그런 집이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진을 함께 보고, 캄보디아의 황당하고 슬펐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아줌마 모임답게 절반의 시간은 K네 집에 새로 들어온 가족인 강아지 얘기를 했다.



Vaddey Ratner 의 "In the Shadow of the Banyan",

여섯 살 주인공인 라미의 시선으로 본 1975년 경의 캄보디아 프놈펜이 배경이다.


이 당시 크메르 루즈는 도시의 사람들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농사를 짓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집은 다 버려지고, 

농사를 짓는 교외의 집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정해진 일터로 보내졌다. 

가족이라는 것을 없애고 다 흝어지게 했고,

배운 사람들, 안경 쓴 사람은 다 죽여서 시체를 산처럼 쌓아놓는 일이 생겼다. 

화폐 제도도 없애서 물물교환을 했으며 

식량은 배급을 했으나 터무니 없이 배가 고픈 생활이었다. 

주인공은 캄보디아 왕족의 후손으 로 모두 죽임을 당하고 엄마와 라미 두 사람만 태국으로 탈출에 성공해서 미국으로 망명하게 되었다.


소설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이 사건을 전해듣는 아이의 시선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당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따로 찾아보았다. 극단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라미의 삶이 너무도 가슴 아팠다. 중간에 가족을 잃은 심정이 묘사된 두 세 부분은 정말 울음이 쏟아져 나오는 걸 멈출 수 없을 정도였다.


어린 시절 겪은 극단적인 상황이 삶 전체에 얼마나 영향이 클지는 감히 상상을 할 수가 없다. 한국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오버랩되는 황당하고 가슴 아픈 캄보디아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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