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바로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편입니다. 보통 영어 공부할때 저렇게 하라고들 하는데, 저는 사전을 찾지 말라는 의견에 동의하진 않지만, 어쨌든 우리 딸은 제가 모르는 단어를 찾으면 찾지 말라고 강요를 합니다. 아마도 유치원이나 1학년때 쯤 어느 선생님이 그렇게 독서 지도를 하지 않았나 추측할 뿐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한참 지난 후에, 가만히 있다가 궁금했던 단어가 생각이 나면 저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Corpse"가 무슨 뜻인지를 묻더라구요. 잘 모르겠다고 휴대폰 사전을 찾았습니다. 제가 보는 사전은 영한 사전 앱이므로, 영영 사전을 봐야 쉽게 이해하는 아이는 이걸 싫어합니다.
그래도 저는 습관처럼 영한 사전을 보고 아, Corpse는 시체, dead body야, 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랬더니, Corpse Safari App을 찾아보라는겁니다.
순간 너무 끔찍한 거 아니겠습니까,
시체를 찾아다니는 게임 앱?
그래서 아이에게 심각하게 물었죠?
"너 'Corpse Safari App'이란 단어는 어디서 본거야?
책, 티비, 유투브?"
대체 어떤 매체를 통해서 이런 흉악스러운 이름의 게임을 접한 건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다그쳤습니다.
아이는 그게 아니고.....Corpse, Safari App 을 열어보라고, 또 뭐라뭐라 합니다.
아이가 영어로 얘기했는데, 3학년이 된 아이가 빨리 얘기를 하면 저는 정말 못알아듣습니다.
심각함을 감지한 아이는 그게 아니라며 설명을 합니다.
엄마가 잘못 들은 거고,
Safari App을 열어서 단어를 찾아달라는 거라네요.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애플 휴대폰의 사파리 브라우저를 열고 인터넷으로 단어의 의미를 찾아달라는 거였죠. 영어로 설명된 구글의 영어사전을 보고싶어서였습니다. 아이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보다는 맨날 접하는 아이폰의 safari 라는 단어로 인터넷 브라우저를 이해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와 한국어가 더 편한 엄마 사이의 이런 의사소통때문에 저는 자주 더 힘듭니다. 3학년이 된 후로 사용하는 단어가 많아지고 말이 빨라지고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서 아이의 말을 다 이해못하는 스트레스가 진짜 힘든데 잊을만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저녁식탁에서 남편에게 얘길 했더니 남편은 아이에게, 애플 휴대폰에만 있는 "Safari" 라는 단어 대신 "인터넷"이나 "구글링" 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어떻겠냐고 아이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뭐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사파리를 더 선호하는 것 같긴합니다만, 언젠가는 이해를 하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Google 검색엔진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기 때문에, 뭘 찾을때 'Google it' 이라고 얘기합니다. 이게 제겐 '그그 잇' 혹은 '그구 잇"라고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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