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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어

핫도그 파티에서 총에 대한 수다.

by 마미베이 2017. 10. 3.


여름이 끝나가던 토요일 저녁, 이웃 A가 오늘 캐쥬얼하게 핫도그 스모어 파티를 할거니까 시간이 되면 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낮동안 볼일을 보고 저녁에 A네 집에 가보니 뒷마당에 모닥불을 예쁘게 피워놓고 마시멜로우와 핫도그를 준비해놓았네요.


핫도그를 꼬챙이에 끼워서 빵 사이에 끼워서 알아서 캐쥬얼하게 먹습니다.  후식으로는 마시멜로우와 쵸컬릿, 쿠키로 스모어를 먹고요. 새로 이사온 A네 옆집 가족들과 이 집 딸들의 동갑 내기로 친한 집, 우리집까지 네 집 정도가 모였습니다. 새로 이사온 이웃네 아이는 우리 아이와 동갑이었는데 그 집 엄마는 스텝맘이고 이 아이의 친엄마는 이 근처 다른 곳에 살아서 아이 학교가 우리와 다르답니다. 여기서는 이혼을 해서 각자 가정을 이루어도 아이를 위해 서로 같은 타운에 살면서 아이가 전학갈 필요가 없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아이들은 어둠 속에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놀고 돌아다녔습니다. 뒷마당 가장 자리는 여우나 곰이 돌아다니는 숲이고 며칠 전에 코요테까지 봤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손전등을 들고 자꾸 숲쪽으로 들어 가서 불러내야 했습니다. 이 집 앞마당에는 나무를 줄로 연결한 zip line이 있는데 이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타는 걸 보니 아찔 하더군요. 앞이 안보이는데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가 나무에 부딪힐까봐 말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지켜보며 잔소리를 하고 열 살 언니들의 주도하에 모두 손전등을 들고 비춰주고 잡아주면서 조심해서 잘 놀았습니다.  아이들 여럿이 모여 밤에 밖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노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모기에 뜯기면서 놀 가치가 있었습니다.


모닥불에 둘러앉은 어른들은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저마다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싱글 하우스로 처음 이사온 옆집은 꽤 난감한 점들을 물어보았습니다. 물이 우물물이라 정수 시스템을 설치했고, 프로판 가스는 일년에 얼마나 쓰며, 전기가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제너레이터를 사야 할지를 묻고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정전이 되었던 횟수나 가장 길게 전기가 끊겼던 몇 년전 땡스기빙의 악몽으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집에 알람 시스템이 있느냐, 집에 사람이 오는 게 제일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자, 한 사람이 그래서 총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줍니다. 제가 살고 있는 중산층 동네에 사는 미국인들의 대화로 "총"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총에 대한 찬반 논란을 했다가는 싸움이 날 수도 있으므로 목소리 큰 사람들의 얘길 듣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한번 총 얘길 해서 깜짝 놀랐더니 A는, "걱정마, 이 열쇠로 꼭꼭 잠가놔서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어."라고 하는데, 아무데나 던져두는 차키에 같이 묶여있는겁니다. 

이제 서로 자기가 집에서 총을 꺼냈던 얘길 무용담처럼 합니다. 

 집에 조용히 혼자 있다가 소리가 나서 무서워서 총을 꺼냈던 각자의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면서 여자들이 쓰기에는 작은 총이어야지 큰 거는 반사작용이 커서 다친다고...

이 근처에 총 쏘는 연습장 같은 곳이 있는데 늘 북적북적 한다고 합니다.



이번 끔찍한 라스 사건으로도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그래서 총기를 규제하는 유럽에서는 테러가 안일어나느냐" 등의 논리를 펴며 총기 규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뼛속 깊이, 나를 지키기 위해서 총이 필요하다는

총으로 정복한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상식은

규제를 통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상식과 믿음을 가졌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모닥불 앞에 둘러 앉아서 자기가 총을 꺼냈던 경험을 들으며 안전한 나라에서 살아본 저는 그저 씁쓸했습니다.






한국 뉴스에는 언제나, 총기 규제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아직도 미국은 총기 규제를 할 생각이 없다라는 논조로 기사가 나오지만 미국 사람들은 "아직"이 아니라 "영원히" 못할 것 같습니다. 총기 규제와 총기 사건은 별개라는 이상한 논리를 폅니다. 타임지 기사를 보면 이들은 이번 라스베가스 사건의 생존자임에도 총기 규제를 원치 않는다, 단지 총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는 제목으로 기사를 뽑았습니다.  그래서 "좋아요"가 많은 댓글을 보면 


"이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헤드라인 제목이다. 너가 말하는 것이 바로 총기 규제다. 너를 쏜 사람을 규제한다는 것이 바로 총기 규제야"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착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