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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여행

[샌프란시스코] 피어39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by 마미베이 2017. 8. 17.

대한항공 광고,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의 마지막편.
샌프란시스코의 Pier 39.




독립 기념일에 맞춰서 샌프란시스코에 가자, 그리고 Pier39에서 하는 유명한 불꽃놀이를 구경하자!

이것이 한국 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른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Pier39 근처에 7월 4일에 숙소도 몇달 전에 잡아놓았고, 이제 구경할 일만 남았으니 불꽃놀이가 잘 보일만한 장소로 미리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같은 계단에서도 세 번이나 자리를 옮기면서 어느 자리가 잘 보일지 찾아서 앉아 있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기다리니  사람들도 더 모여들어 어느 새 주변은 다 찼고 날은 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날씨가 한 여름인 7월에도 이렇게 춥다는 건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에 알았습니다. 몰랐으면 이 근처에서 팔고 있는 플리스 자켓과 장갑, 블랭킷까지 샀을 겁니다. 해가 있는 낮동안 시내에서는 가디건 정도면 됐지만 샌프란시스코 바닷가는 여름 밤에도 얇은 파카를 챙겨와야 했을 정도의 날씨라는 것이 정말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한번 입고 버릴만한 거적데기 같은 겨울 옷들에 목도리까지 잔뜩 챙겨와서 껴입고 덮고 앉아있었습니다.




갑자기 머리 위로 끈적한 느낌의 노란 물이 왕창 떨어집니다.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가 걸어옵니다. 순간 그 사람이 걸어오다 앉아있는 제게 토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황당함에 놀라 아이와 저 남편은 눈만 동그래졌습니다. 주변에 사람들도 다 놀랐습니다. 일단 그 노란 물은 미지근했고 제 머리와 앞에 놓인 배낭에 중점적으로 떨어졌으며 남편이 그 다음, 다행히 아이에게는 조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등과 가방에도 튀었죠.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부터 비행기 연착으로 LA공항에서 밤을 새질 않나, 누가 토한걸 뒤집어 쓰질 않나, 순간 울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뒤에 걸어오던 사람은 아무런 미안하다는 액션을 취하지 않고 해서 냅킨으로 머리와 옷을 닦아보니, 바로 까페라테 냄새가 나는겁니다. 좋은 자리를 찾아 세 번 옮겨 제가 앉은 자리는 위층의 경계라는 걸 그제서야 알았고, 윗층 난간에서 누군가가 테라스 밖으로 커피를 들고 있다가 놓쳐서 쏟은 거라는 걸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수많은 인파 속에서 커피를 쏟은 사람은 어딘가로 도망을 갔겠지요. 헛웃음이 나왔고 황당해하는 제가 화가 나기 직전에 아이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엄마, 누가 토한 것도 아니고 커피이고, 게다가 커피가 뜨겁지도 않았잖아. 정말 다행이야."



솜사탕을 먹고 도통한 아이의 말에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평생 살면서 겪기 힘든 너무 황당한 경험이었습니다....

기승전 딸자랑으로 끝냅니다.


최근에는 이 얘기를 하면서, 아마 커피를 쏟은 사람은 Boy teenager 일거랍니다. 보통 어른들은 솔직하기 때문에 그렇게 도망가지 않았을 거고, 여자 틴에이저 역시 그러지 않을 건데, 항상 남자 틴에이저는 문제를 일으킨다네요. 그렇구나, 너가 틴에이저가 되면 어디 한번 보자꾸나.



피어39 근처의 피셔맨스 와프



가는 식당 마다 줄이 한두시간은 기본이어서

그 유명한 던지네스 게를 먹는 건 꿈도 못꾸고

가장 쉬운 인앤아웃 버거로 한 시간을 기다려서 먹고 배를 채웠습니다.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



피어39은 올해 39주년이랍니다. 저보다 젊군요...ㅎ




불꽃놀이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이걸 보러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기대감은 잠시.


불꽃은 호텔 직원이 알려준 피어 20번대 방향이 아닌 피어39 바로 앞에서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방향을 잘못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더 잘 보겠다고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그 앞에까지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더 들어갈 수 없었고 결국 처음 보던 곳이 그나마 나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우왕좌왕 하더라구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조금 더 보긴 했는데,

해무속에서 터지는 불꽃은 윤곽만 보일 뿐, 소리만 뻥뻥.

이게 몇년째 해무가 끼었다고 하네요.


올해 불꽃놀이는 피어39 바로 앞에서 한다고 신문에 났었다고 합니다. 호텔 직원은 올해 정보로 업데이트가 안됐던 것 같고요.



저희는 오른쪽 R 이라고 쓰인 곳에 있었습니다. 20번대 피어가 그쪽 방향이었기 때문인데,

2017 올해는 제가 V 체크한 곳에서 했고 

씨라이언이 있는 바깥쪽은 못들어가게 다 막아놓았던 것 같습니다.

모두들 V바로 앞 건물 안에서 보느라 실은 바로 앞에서는 몇 명 못보는 결과가 된거죠.

결국 다시 R 방향으로 돌아오다가 중간 쯤에 선착장 나오는 길이 있길래(East Marina)라고 씌여진 부근에서 위로 올라오는 애들만 봤습니다.

내년에는 또 위치가 달라질지 모르니까 신문을 챙겨보는 게 좋겠습니다.



결론은

우리 동네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더 멋있고 크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긴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독립 기념일을 굳이 크게 축하할 이유가 없을 거라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머리에 커피 쏟혀가며 보려고 노력했던 피어39 불꽃 놀이는 실망이 컸지만

이곳의 해질 녘 풍경은 정말 끝내줬습니다.



알카트라즈 감옥




어쨌든 다음엔 좀 한적할 때 오고싶네요.



다음 날 아침으로 호텔 직원이 자신있게 추천해준 이 곳에서 유명한 빵집에 갔습니다.


Boudin at Fisherman's Wharf


Boudin bakery 매장은 샌프란 시스코 일대에 엄청 많은가봅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빵 그릇에 나오는 Clam Chowder를 많이 먹는데 우리 딸이 칠리를 좋아하는 관계로 칠리수프를 시켜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