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자주 쓰지 않는 가스 벽난로가 있는데, 벽난로의 열기가 나가는 벤트가 바깥쪽에 있습니다. 벤트의 바깥쪽엔 이렇게 써있습니다.
"HOT"
이 단어를 알아먹을리 없는 새가 올해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고향집에 계신 친정은 집 처마에 집짓고 알까는 제비를 매년 반가워하시지만, 우리집처럼 뜨거운 벤트에 지푸라기를 가득 넣고 집을 지으면 제가 그걸 보고 웃을 수 있겠습니까? 뜨거운 벤트에 지푸라기를 넣어두면 불쏘시개로 쓰라는 건지, 어쨌든 지난 봄부터 집을 지은 새는 알을 까고 나와서 껍질을 바깥으로 휙 던져버리고 아기새들은 날기 연습도 하더니 잘 키워서 날아갔습니다.
이제 새집을 치울 시기, 문제는 이 위치가 참 높습니다.
집에 있는 13피트 (4미터) 사다리로 닿지 않는 곳이예요. 한 두칸 정도 더 올라가야 입구가 좁은 벤트에서 지푸라기를 끄집어 낼 수 있겠더라구요.
집 짓는 일을 하는 옆집 아저씨에게서 사다리를 빌려오니 이제 편안히(하지만 높아서 무지 무서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높이가 비슷해보이는 사다리지만 딱 한두칸 더 올라가야 입구가 좁은 벤트에 집게를 넣을 수 있었거든요. 주방용 집게로 하나 하나 끄집어 냈습니다.
끄집어낸 새집은 지푸라기를 뭔가로 아주 단단하게 붙여서 만들어놓았고
그 새의 깃털인지 아름다운 색깔의 깃털이 섞여있었습니다.
파랑과 초록 깃털.
보통 새 집은 같은 장소로 이듬해에 또 오니까 재발방지책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새가 싫어하는 냄새를 뿌리는 방법, 새가 좋아하지 않는 무늬의 테이프를 붙이는 방법(Bird repellent scare tape)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하는 것이 스파이크(Bird Spikes)였습니다.
이렇게 생긴 스파이크 두 개를 잘 접어서 벤트에 구겨 넣어두었는데 내년엔 여기다 집을 안짓겠죠.
벤트 청소를 했으니 벽난로를 틀어서 스파이크 끝에 붙은 플라스틱이 괜찮을지 테스트를 해보려고 오랫만에 벽난로를 켰습니다.
아! 안켜지는 겁니다. 고장?!!
때 아닌 더위에 새집 치우느라 지친 남편이 이럽니다.
"벽난로 자주 안쓰니까 안고쳐도 괜찮지?"
올해 집에 이곳 저곳이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데 고친 것도, 바꿀 것도 많아서 정신이 없는겁니다.
저는 내심 고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누굴 불러서 고쳐야 될지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저를 본 남편도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고쳐야 될지.
고맙게도 유투브 덕분에 업체를 안부르고 결국 직접 고쳤네요.
개스 벽난로의 경우 불이 항상 켜져 있는 파일럿 옆에 센서가 있는데 몇년 사용하면 센서에 그을음이 낀답니다. 이 그을음이 센서를 제대로 동작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고운 사포나 휴지 같은 걸로 센서를 잘 닦아주면 된다네요.
일단 벽난로 개스를 잠급니다.
그리고 난로 앞의 유리를 여는데 유리 아래쪽, 개스 밸브 있는 곳에 간단한 탁찰식 고리가 있어서 쉽게 열립니다.
파일럿 옆 막대기 처럼 생긴 센서의 그을음을 잘 닦습니다. 파일럿이 켜져있었다면 센서가 무지 뜨거우니 주의해야 합니다.
벽난로는 파일럿이 켜져 있는 경우에
벽난로 스위치를 켜면 난로불이 켜지는 거죠
즉, 개스가 두 곳에서 나오는데, 파일럿으로 조금씩 개스가 나와서 파일럿이 켜져 있는 경우에만 실제 벽난로 불이 켜질 수 있는 개스 구멍에서 가스가 많이 나와서 불이 켜지는 구조입니다.
파일럿이 켜져서 옆의 센서가 데워지면 센서가 난로불의 개스 밸브를 열어줘서 난로 자체를 켤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센서가 그을음이 생기면 충분히 달궈지지 않아서 밸브를 열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난로가 켜지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센서를 닦아줘서 해결하거나, 갈아줘야 한다고 합니다.
원래 센서는 몇 년 단위로 바꿔주는 게 맞다고 합니다.
센서를 닦아보고 다시 테스트할때는,
열었던 앞유리를 닫고, 개스를 열고 파일럿을 켭니다.
센서가 데워질때까지 10분정도 기다립니다.
센서가 충분히 데워져야 개스가 나오는 내부 밸브가 열리니까요.
그 후 난로를 켜보면 됩니다.
****
새 집에 이어 벌집 얘기를 하자면,
저희가 여름 방학 한달동안 여행 후 집에 와보니
덱에 머리통만한 말벌집이 있는겁니다.
어째 말벌이 좀 더 돌아다닌다 했는데 그렇게 큰 벌집이 있으니 당연하죠.
한국 같으면 고마우신 119 대원들이 그것도 무료로 떼준다고 뉴스에서 보고 왔는데...
어쨌든 이것 또한 직접 해보겠다고
머리엔 스키 헬멧을 쓰고, 두꺼운 카하트 자켓을 입고 선풍기 커버를 얼굴에 쓰고
벌집 제거하는 스프레이를 멀리서 뿌린 후 도망 오기를 하루 간격으로 두번 했더니 벌집이 좀 뭉개지더라구요.
또 하루 지난 후에 벌이 거의 안보이길래 수압 센 호수로 쏴서 다 분해시켜버렸습니다.
하지만, 말벌집은 근처에 가지 않는다면 그냥 두어도 된답니다.
가을이 되면 벌이 다 떠나고 다시 그 집은 못쓴다고 하네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 말벌집으로 술을 담가 먹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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