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사람들 중에
화장실에서 손씻고 나가면서 문고리를 못잡고 휴지로 잡는 사람들이 되게 많다.
다 강박증이 심한 것 같아."
라는 얘기를 남편에게 들은지 몇년 지나지 않아 그 사람들이 강박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손씻기를 하면
화장실을 다녀온 뒤 노출된 병균도 씻을 수 있고
감기예방에도 가장 큰 효과를 줄 수 있지요.
누구나 알고 있는 손씻기의 중요성,
하지만 알면서도 화장실에 손씻는 세면대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비누가 놓여있지 않았던 수많은 경험 후에는 대충 대충 그러며 살아가는 것이 '사회화'되는 어른의 모습일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미국에서 손씻기는 아예 생활 시스템 속에 녹아있습니다.
이눔의 풍족한 미국은
화장실 세면대에 비누가 떨어지는 꼴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한 술 더 떠서 손씻은 후 물기 닦을 휴지도 항상 풍족하게 있으며 이것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바람 나오는 손말리는 기계까지 구비해두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약간의 강박증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손닦은 휴지통이 다른 곳이 아닌
화장실을 나가는 문 옆에 놓여있는 이유,
사람들이 나가는 문의 문고리를 손 닦은 휴지로 잡고 나가면서 휴지를 문 앞의 휴지통에 버릴 수 있게까지 되어 있게 그곳에 놓아둔거죠. 남편의 회사분들은 강박증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되어있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겁니다.
아무리 위생관념이 강해도 시스템이 안되어 있으면 지키기가 어렵잖아요.
처음엔 너무 오바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어 있으니 누리는 것은 쉽더라구요.
미국 사람들이 손을 더 잘씻는다,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개인에 따라 다른거죠.
손씻기가 조금 더 편리하게 되어있다는 걸 얘길 하고 싶은 겁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미국에 온 초기만해도 손씻기를 좀 귀찮아하는 사람이었고, 밥먹기 전에 아이에게 손 씻으라고 하는 것도 손 씻으러 데려가기 귀찮아서 안했던 사람이었죠.......
여전히 귀찮기 때문에 지금은 핸드백에 지갑과 손소독제를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손씻기 외에 미국에서 사람들이 애기때부터 가르치는 것은 기침, 재채기하는 방법입니다.
몇년 전에 미국 보건부장관이었던 시벨리우스가 기자 간담회 중 한 기자가 입을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하자 너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채기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동영상이 돈적이 있었죠. 제가 무려 이십대 중반에 회사에 다닐때 윗 분과 책상에서 얘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면전에 대고 해서 침이 그 분의 얼굴로 튀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미안했고, 얼마나 황당해하시던지.
생각해보면 어른이 될때까지도 재치기를 손으로 가리고 하라는 정도의 얘기를 들었지 그것이 몸에 베인 습관으로 익힌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프리스쿨에 다닐때 교장 선생님이 전체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집에서 재채기 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거였습니다.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지 말고 팔 안쪽으로 가리도록 말입니다.
손으로 가리면 침이 튄 것이 그대로 다른 곳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팔 어깨쪽 안꿈치를 입으로 가져다 대는 겁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에게 매번 얘기를 하고 안지킬 경우 재채기 이후라도 팔을 얼굴에 갖다 대는 식으로 심하게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몸의 반사작용처럼 재채기가 나오면 팔부터 올라오는 습관이 되었죠.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미국 사람들을 보니 걷기 시작하는 아기 때부터 매 순간 기침이나 재채기를 가리고 하라는 것을 지겨울만큼 반복해서 가르치더라고요. 어린데도 가리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다들 오바해서 칭찬을 해주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사실 감기 예방에는 이렇게 손씻기와 가리고 재채기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작은 문화적 차이인데 미국에서 살면서 안 지키면 이상해보일 수도 있고 크게 느껴지기도 하는 두 가지였습니다.
***
* 덧붙여 영어의 언어습관 하나 *
재채기를 하는 누군가에게(모르는 사람이어도) "Bless you"라고 해주고
재채기를 한 사람은 "Thank you"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왜 그러냐고 하면 뭐 그냥 습관적으로 다들 그러는겁니다.
예전에 들은 얘기론 재채기로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오지 않게 하는 말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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