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주 아이 학교 도서관에서 발런티어를 하는데
일부러 우리 아이가 도서관에 오는 시간에 갑니다.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주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걸 보면 속이 터지긴 하지만, 다 자기 성격이려니...합니다.
도서관은 학교 건물의 정 중앙에 있고 반별로 일주일에 한번씩 정규 시간이 있어서 매주 다른 주제로 책을 읽어주거나 온라인 교육을 하고 나서 원하는 책을 골라서 빌려갑니다.
지난 주에는 SNS에서의 예의에 대해서 한 시간동안 교육을 했습니다.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더 오해가 쉽기 때문에 더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주제였죠.
이번 주의 주제는 '미스테리와 신화(Mystery vs Mytholopgy)'였습니다. 미스테리의 예로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사라진 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신화는 그리스 신화 얘기가 좀 나왔죠. 그리스 신화에서 "아마존"이라는 단어도 나왔습니다. The Amazons는 용맹하고 공격적이고 전쟁을 좋아하는 여전사 종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마존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사서는 아이들에게 물었죠.
"누구 아마존의 의미를 아는 사람?"
아이들은
"쇼핑"
"프라임 멤버"
"아마존 프라임 데이"
이런 단어들을 바로 얘기했습니다.
어찌나 웃기던지,
그래서 사서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아마존의 다른 의미를 혹시 아니?"
그제서야 한 아이가
"레인 포레스트"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아마존 밀림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보자고 하니
한 아이가 "아마존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 겁니다.
아마도 이 아이는 아마존이 여전사족이라거나, 밀림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뉴스에 늘 이슈가 되는 아마존 직원들이 배송을 하느라 열심히 일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었나봅니다.
제가 아마존 쇼핑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마존 밀림을 먼저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아마존은 쇼핑몰이라고 먼저 배워서 이렇게 세대차이를 또 한번 느낍니다. 정리하자면 아마존은 세 가지 의미로 나누어봐야겠죠. 우선 그리스 신화의 아마존 여전사, 아마존 밀림, 아마존 닷컴 이렇게 말입니다.
* 제가 이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강이름 앞에 the를 붙이던가?" 하고 자연스럽게 영문법을 생각했거든요. 일단 붙이는 게 맞습니다. 아마존 강은 the Amazon river, 아마존 밀림은 the Amazon rain forest 라고 하면 됩니다. 그냥 Amazon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Amazon.com을 일컫는 거죠.
하지만 사서는 "the"를 붙이고 말고에 신경을 쓰지 않을 뿐더러 둘 다 안붙이고 얘기하시더라구욧!!
제가 발런티어로 두 시간을 넘게 하는데 사서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동안에 아이들이 가져온 리턴할 책을 시스템에 체크인 처리해서 서가에다 정리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저의 빠른 성질에 못이겨 책을 빨리 정리를 했더니 올해 카트가 빈 건 처음이라며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는 프리스쿨부터 4학년까지만 있는데, 이 나이대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책만 있어서 아이들이 책을 고르기가 더 편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자랄때는 책은 무조건 사서 읽어야 되는 걸로 알았는데 여기는 동네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이 기본이어서 엄마로서는 꽤 편합니다. 그 무거운 책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전집을 좋아하는 경우에도 도서관에 순서대로 미리 신청해두고 몇 번이고 빌려 읽습니다. 도서관에도 없거나, 아이가 읽어보고 정말 좋아하는 책만 사주기 때문에 집에 책이 늘어나지 않아서 너무 좋답니다.
학교 입구에 있는 "푸드 드라이브", 상하지 않는 음식을 전교생이 모아서 이웃 돕기를 하는 겁니다. 어느 반이 제일 많이 가져오나 내기를 하기 때문에 양이 꽤 많아집니다. 이 내기는 2, 3학년들이 가장 열심히 하고 4학년 쯤 되면 신경도 안쓰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곳은 '로스트 앤 파운드(Lost and Found)' 인데,
어떻게 아이들이 겨울 자켓을 잃어버리고도 찾아가지 않는 건지 정말 황당합니다. 커다란 바구니 안에 장갑, 모자, 물통이 가득합니다. 결국 찾아가지 않으면 연말에 다 기부함에 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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