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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엘리스 아일랜드 학교 프로젝트

by 마미베이 2018. 12. 12.








아이가 다니는 초등 학교에서는 4학년 프로젝트로 

'이민/엘리스 아일랜드(Immigration/Ellis Island)' 라는 것을 했습니다.


엘리스 아일랜드는 뉴욕 맨하튼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바로 옆에 있는 섬으로 1892년부터 1952년까지 60여년간 12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국이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 구경을 하는 페리를 탈때 이 곳에 들르면 당시를 보여주는 뮤지엄이 있어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조상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조사를 한 후, 그들이 1900년 초에 엘리스 아일랜드에 있는 이민국을 거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황극 같은 걸 해보는 것입니다.

각 반의 아이들의 조상에 대해 지도를 그린 것을 보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뉴햄프셔 주는 아시안이나 멕시칸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위와 같은 지도가 나옵니다.  유럽에서 온 조상을 빼면 다양성이 꽤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뭉뚱그려 말하는 코카서스 인종인 "백인" 내에서도 유럽 각국 출신으로 구분이 됩니다. 대체적으로 보자면 제가 사는 미동북부는 아일랜드계가 많습니다. 중부는 독일계가 많다고 하고요. 

4학년 전체 네 반 통틀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멕시코, 온두라스, 쿠바 각 한 명씩, 중국과 캐나다 두세명, 외에 모두 유럽 국가에서 조상들이 이민을 왔습니다. 그나마 있는 일본,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도 모두 부모 중 한 쪽만 그쪽에서 온 경우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조상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알고, 
어느 나라를 떠날지를 정하고
자기가 1906년에 몇살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정합니다.
여권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는 여행 수트케이스에 여비가 필요하다며 $20어치의 가짜돈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구글에서 만원짜리 두 장을 프린트했습니다. 
음식 사진과 한국 전통 가옥도 출력해서 붙이고, 이웃 언니가 작년에 사용한 전통 한국 용품 몇 가지를 빌려다가 아기자기하게 같이 넣어주었습니다.
아이는 고향을 떠나는 심정을 담아 일기도 썼습니다.


멀어져가는 나의 사랑하는 집을 보면서 기차를 타고 떠납니다. 입국 심사에서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밀려오지만 무사히 입국해서 뉴욕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나게 될 생각을 해봅니다......

중간 부분은 배에서 일본인 친구 '아이코'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쿠바 여자 아이 이름을 알려달라며 쿠바인 친구를 만난다고 하길래, 그 배에는 쿠바인이 타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일본 아이로 해보자고 제안했죠. 실은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쿠도 히나를 만났다거나 유진초이를 만나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혹은 안창호 선생...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유진 초이가 입국했던 딱 그 시기라서,미스터 션샤인의 장면이 무척이나 오버랩되었죠. 오르골 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일기에서, 아이는 무사히 입국 하여 가족을 만났고,  학교도 다니고, 배에서 만났던 아이코도 다시 만났으며 미국에 살게 되어 기쁘다는 내용으로 끝납니다.  


엉망이지만 정말 그리기 어려운 태극기도 여권 뒤에 그려넣었습니다.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그래 봐야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준비한 것들로 상황극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상황극 당일에 아이들은
그 사람이 되어서
고향을 떠나,
몇 달간 배를 타고
엘리스 아일랜드에 도착합니다.

당일 아침에 코스튬을 입고 학교에 가는 과정이 바로 몇달 간 배를 타고 엘리스 아일랜드를 향해 가는 여정입니다.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듯...


아이는 머리를 예쁘게 땋고 자기가 고름을 직접 멘 한복을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미국 전통 복장이 무채색이라 화사한 한복이 좀 튀긴 했지만, 그냥 너는 노블이어서 화사하게 입었다고 치기로 하고...



엘리스 아일랜드 이민국에서는 각종 질문과 눈병 검사(Trachoma)를 하고 입국 심사에 패스를 했다고 합니다.  온 동네 4학년 아이들이 엘리스 아일랜드에 빠져서 이민에 대해서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괜찮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기간동안 부모들끼리도 만나면 근데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게 되었고 우리는 다들 어딘가에서 온 것을 확인했으니까요. 그 중 가장 재밌는 대답은 글쎄,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아시아..다 섞여서 잘 모르겠어!
 


우리 동네 아이들은 이렇게 선생님들로 부터 이민과 엘리스아일랜드 이야기에 노출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몇년 전 작게 시작했다가 호응이 좋아서 해가 갈 수록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 소개를 할때, 이야기의 시작은 늘, 
"너가 네이티브 어메리칸 원주민이 아니라면, 너의 부모님, 조부, 증,고조부 중 한명은 이민자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물어보고, 그들이 왜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 얘기해보아라."

왜 이민을 하는 것일까?
선생님들은 그냥 간단하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저도 가끔 저런 질문은 받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살고 싶고 미국에서도 살고 싶고 그냥 어쩌다 이렇게 되었고 그냥 지금 있는 곳에서 잘 살고 싶다, 뭐 이런 장황한 얘기를 하기도 그렇고...



시뮬레이션을 하던 즈음에는 사서가 도서관에서 '인터네셔널 뮤지엄'을 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소품을 전시하는 것인데 가족들의 물건 사진, 여행 중 구입한 기념품을 설명을 적어서 전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매주 자원봉사를 하기 때문에 사서가 저에게 한국 물건 있으면 전시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집에 많은 여행 기념품이 있지만,
특별히 한국 것이라고 할만한 게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뻔해서 내 눈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고요 .귀한 건 보내지 말라고 하고(있지도 않지만)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거실 한 귀퉁이에 놓여 있었던 친구가 보내준 엽서!
양반가의 방과 북촌한옥마을 입체 엽서가 있어서 그걸 가지고 갔지요.
정말 딱, 맞는 전시품이었습니다.


이 즈음, 이 그림도 액자에 넣었습니다. 
예전에 친구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 집을 정리하던 중 나온 한국 소품 그림을 친구네 친척분이 제 생각이 난다며 보내주었는데 끝부분이 약해서 찢어져서 걸수가 없었죠. 어떻게 장식을 하나 고민하다가, 양쪽 끝을 말아넣고 쉐도우 박스라는 두꺼운 액자에 넣었습니다. 인사동에서 구입 했을 법한 고급스럽고 오래된 것인데 비단 같은 천에 직접 수를 놓은 것입니다. 

친구가 보내준 아름다운 엽서와 액자 그림을 집 한쪽에 장식하고 나니, 한국의 미가 집 안에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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