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미국여행

2017 뉴욕 모마 The MoMA

by 마미베이 2017. 1. 22.

The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s)


뉴욕에서 유명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구겐하임, 자연사박물관, 모마

모두 훌륭하다고 쓰려다가 생각하니 구겐하임은 못가봤습니다.

그래서 세 개 중에 하나 고르라면...고르기가 정말 힘드네요.


메트로폴리탄은 거대하고 이집트관 같이 독특한 전시가 많은데 너무 큽니다. 후딱 보고 나오기에 다리가 좀 아프다는 거, 하지만 워낙 방대합니다. 뉴욕에 처음 온 방문자에게 추천하고 싶구요.

아이가 있다면 자연사 박물관 강추합니다. 특히 가운데에 커다란 고래가 있는 방은 이보다 더 멋있을 수가 없습니다. 공룡도 많고, 전시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모마는 현대 미술관인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 유명한 작품들이 있어서 다리가 덜 아프게, 더 인상깊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트쪽이나 디자인 계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조건 모마에 가야 합니다.





남편이 아직 모마 뮤지엄을 못가봐서 이번엔 모마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센트럴 파크 근처 사라베쓰 브런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투덜거리던 아이는 호텔 수영장에 가겠다고 내내 졸라대서 저와 아이는 호텔 수영장으로, 남편은  The MoMA로 향했습니다. 

막상 호텔에 갔는데 저도 The MoMA에 가고 싶더라구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현대 미술도 보여주고 싶고, 그래서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수영은 동네 YMCA만 가도 할 수 있는데 여긴 네 시간이나 운전해서 왔으니까 우리 뮤지엄을 가보자, 그랬더니 좀 이해는 되는 눈치였지만 여전히 수영을 하고 싶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럼 지금 수영하고 저녁에는 수영을 안하는 걸로 하자"고 협박을 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바로 저녁에 수영을 하고 싶으니까 지금 뮤지엄에 가자고 합니다. (사악하고 가장 쉽게 아이와 딜하는 방법, 하나 주고 하나 뺏기..)





그래서 The MoMA 뮤지엄으로 갔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차가 있길래 세 블럭 밖에 안되는 거리를 벤츠를 타고 이동, 남편보다 먼저 도착했습니다. 1층에서 코트와 가방을 맡기고 가볍게 입장해서 가이드 기계를 빌렸는데 아이는 English, 저는 Korean 달라고 했더니, 언어 고를 필요가 없다며 오래된 아이폰에 앱 깔은 걸 주네요. 빌릴때 신분증을 맡겨야 합니다. 앱에서 언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 이제 저도 옛날 방식의 가이드 투어 기계를 기억하는 촌스런 어른이 됐네요. 


아이는 이제 이 가이드 앱의 사용법을 연구하느라 투덜대지 않고 집중하는 중입니다. 가이드로 주는 아이폰이 오래된 것이고 앱에서 동영상을 플레이해서 그런지 배터리가 금방 닳습니다. 본인의 아이폰에  The MoMA앱을 다운 받아서 들어도 똑같은 거죠. 호텔방에서도 전화할 필요 없이 아이패드로 다 처리를 하게 되어 있던데 애플이 세상을 정말 많이 바꿨습니다.



\



입장하면서 보이는 바깥 조각 정원에 이런 장미가 있었습니다.



6층부터 구경을 시작해서 내려왔습니다.  The MoMA는 유명한 볼거리가 5층에 몰려있기 때문에 아래층에서 힘빼지 말고 맨 꼭대기부터 내려오는 식으로 구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위 사진을 보면 1층에서 3층까지는 매우 현대적인 작품들이고 4층의 경우 1960년대이므로 그냥 그렇고, 5층에 유명한 것들이 몰려있습니다.

아래쪽 층은 현대 미술이나 디자인 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인상적인 곳이고 저같은 문외한은 그냥 5층에 집중하면 되겠습니다.




6층은 보통 특별전.

회원만 허용되는 구역이 있고 일반 관람자가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5층의 식당 입구 벽에 앤디워홀



그 방으로 들어가면 고흐의 The Starry Night이 있습니다.



이 방에서 보면 앤디워홀이 입구에

고흐의 Starry Night이 가운데에

앙리 루소의 그림이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이 끝에는 뭉크의 작품도 있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Day trip으로 이곳에 왔을 때는 5층에 뭉크의 절규 그림이 있어서 남편이 그걸 볼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그때 잠깐 전시했던 거더라구요. 대신 우리집 거실에 걸린 고흐의 The Starry Night이 있어서 고흐의 강렬한 붓터치를 감동스럽게 봤습니다. 이번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그림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집시(Gypsi) 그림인데 모두 5층에 있습니다.




저는 앙리 루소의 그림들이 다 맘에 듭니다. '집시'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달이 둥그렇게 뜬 사막에서 악기를 옆에 두고 자고 있는 집시의 근처에 사자가 있는 겁니다.

그 후 사자는 이 집시를 잡아먹었을지... 

아이들용 가이드에 나오는 내용이었는데, 아이들용 가이드를 들으면서 다니면 더 재밌습니다.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잘 녹음했더라구요. 뮤지엄에 가지 않고 집에서 모마 앱을 받아서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이 풍경은 너무 기묘한데 사자와 집시가 친구 같은 밝은 느낌을 주어서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5층의 구석방은 모네의 방입니다.

모네의 그림은 워낙 커서 이 벽 전체에 몇 개의 그림을 이어서 붙여두고

감상포인트는 여기를 유유히 걸어보는 겁니다.

실제 연못 근처를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형체가 워낙 불분명해서 가까이 보면 무슨 그림인지 잘 안보이는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멀리서 전체적으로 감상하는 겁니다.

이 방은 구석 안쪽에 있어서 놓치기 쉬우므로 잘 찾아가야 합니다. 

우리도 모네방이 있는걸 알고 있는데 놓쳐서 찾아 헤메다가 다시 5층을 올라갔습니다.



아트 클래스에서 현대 미술 추상화를 하는 날에 늘 등장하는 물감 흩뿌리기는 바로 여기서 나온 겁니다.

물감을 흩뿌리는 작가 잭슨 폴록의 "One: Number 31, 1950" 이라는 작품입니다.

정말 큰 그림입니다.



구글에 있는 사진인데, 그림 크기가 보이죠


잭슨 폴록은 1912-1956 으로 44세에 생을 마감한 

'추상 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작가입니다.

'drip painting' 이라는 그만의 유일한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고요.

살아 생전에 유명했지만 본인은 괴팍한 성격에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을 하다 

음주 운전 사고로 일찍 죽었다고 합니다.

물감을 뿌리거나(drip) 부어서(pour) 작품을 만드는데

무언가를 묘사한 것이 아니고 뿌리는 행위 자체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분산, 그 결과물로 나온 물감의 모양은

그림 그 자체이다, 라는 것이랍니다.

계속 들여다보면 좀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 같고....그랬습니다.

현대 미술은 유명하다니까 더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그래도 추상화로는 꽤 기억에 남고, 독특함으로 치자면 이보다 독특할 수는 없네요.

진한 물감의 흩뿌림과 그림의 거대함은 좀 강렬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예전에 놀러갔던 매사추세츠 탱글 우드에 있는 '노먼 락웰'이라는 작가도

잭슨 폴록과 동시대 인물인데

사실적인 사진을 일러스트로 묘사하는 것이 주특기였던 노먼이

추상 표현주의 작가인 잭슨 폴록을 조롱하는 듯한 작품이 있었죠.

'조롱하는 듯한'은 사람들의 추측입니다.

노인(노먼 락웰 본인)이 드립 페인팅 그림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노먼 락웰 뮤지엄 글



잭슨폴록의 드립페인팅 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드라마 도깨비 후반부에서도 나오더라구요.

눈에 확 띄던데, 행복한 결말을 예고하는지 화사한 색상의 물감을 뿌리고 엎어서 그렸더라구요.

찾아보니 협찬한 갤러리의 화가가 그린거라고 하네요.







재규어 E-type

이 차는 좀 아래층에 있었는데, 앤디 워홀 마돈나 그림 작품이 있는 층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합니다.





우연히 보게 된 2층 특별전시장에서는 시리아 난민에 대한 특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6.10-2017.1.22까지였으니까 제가 막바지에 본거네요.


컴컴하고 넓직한 공간 가운데에 아래 영상에 나오는 난민 임시 거처가 전시되어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UN에서 제공하는 구호물품 박스들이 보이고, 바닥에는 시리아 난민촌의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 벽에는 작은 보트를 타고서 지중해에 표류중인 사람들의 사진으로 벽이 가득차 있었고요.
무슨 뚜뚜- 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길래 잘 들어보니, 

바다 한가운데서 구조를 요청하던 사람들의 무전소리였습니다.


컴컴한 전시실에 메아리 치듯이 반복해서 울리던 소리,

전시실의 모든 사람들은 엄숙했고 저는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쉘터는 아이키아에서 디자인했는데 플랫한 박스로 배송을 해서 4명이 4시간이면 조립을 한답니다.

지붕에는 솔라 패널로 되어있어 LED 조명이 내장되어 있고요. 

188 스퀘어피트로 3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갈 곳이 없을 뿐더러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시리아 난민전을 보면서

왜 이래야 하는 건지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동시에....

시리아의 처참한 거리와 바닷속에 가라 앉은 세월호가 겹치면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생각이 나서

펑펑 울었습니다.


가볍게 현대 미술 관람을 하러 갔다가 뭔가 강한 스파크를 받게 만들다니,

모마 미술관이 대단하다 평가받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닿아있는 현대 미술이 

해야만 하는 것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아티스트는

우리 따님 되겠습니다.

모마에 다녀온 다음 주 동네 아트 클래스에 가서 그렸는데

제가 현대 미술 스타일이라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뉴욕에 다녀온 내용을 일기로 쓰라고 했더니 

높은 빌딩을 열심히 그리고 묵었던 호텔에서 화장실 거울에서 티비가 나오더라는 감상을 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