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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테니스, 네번째 경기를 마치고.

by 마미베이 2018. 5. 22.







취미가 테니스가 된 지 딱 1년이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아이 레슨 받는 옆에서 완전 초보자 레슨을 받다 말다 1 년 정도 하다가, 그 시간 수업이 없어지면서 두 번째 레벨로 올라가게 된 게 작년 5월, 초보자이지만 그래도 좀 더 잘하는 반에서 나만 너무 못하는 게 싫어서 더 열심히 하다가 올해부터는 USTA 리그 2.5 레벨 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5레벨은 시작하는 가장 초보레벨입니다. 노인들의 경우 5년을 넘게 해도 이 레벨을 유지하는 데 3.0 레벨만 해도 공도 빠르고 엄청나게 잘 칩니다.


1월부터 4월까지 했던 리그는 낮에 경기를 하는 팀이었는데 여기서 세 번 경기를 했고, 5월부터 저녁에 경기를 하는 팀에 들어가서 오늘 새로운 팀에서의 첫번째 경기를 했습니다. 낮에 경기를 하면 아이도 학교에 간 시간이라 한가하고 좋았는데, 저녁 경기를 하다보니 엄청나게 복잡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이는 YMCA에서 태권도와 락클라이밍 수업이 있어서 4시부터 6시까지 있었고, 저는 7시부터 경기가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아이를 데려가고 저는 기다렸다가 경기를 마치고 집에 밤 9시에 온겁니다. 4시 수업을 위해서 집에서 3시 반에 나오기 전에 저녁에 먹을 것들을 준비해두고, 우리 경기 후에 제공할 디저트 쿠키도 챙기고 저의 간식거리와 테니스 옷을 챙기고 라켓, 물 등 준비물을 잔뜩 지고 나온겁니다.


경기가 끝나면 홈팀에서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데 저는 디저트를 맡았다고 하니 최근 베이킹에 푹 빠진 남편이 전날 밤에 쿠키를 구워줘서 포장해갔습니다. 제 취미를 위해 온 식구가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경기 결과는 네번째, 졌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경기에서 6:1, 6:0인가로 지고, 점점 나아져서 세번째 싱글때는 6:3으로 졌었고, 오늘은 6:4까지도 갔다는 거 아닙니까. 처음에는 첫번째 세트 끝나기도 전에 기권하고 싶을만큼 힘들었는데, 이젠 경기가 끝나도 더 뛸 수 있을만큼 체력이 확 좋아졌습니다. 오늘 경기가 있는데도 어제 좀 무리를 했는데 아침에 한시간 반, 저녁에 한시간 반 무려 하루에 세 시간 테니스를 치고 오늘 또 경기하면서 한시간 반을 친겁니다. 게다가 어제는 오전에 치고 저녁에 또 치면서 힘이 빠져서 그랬는지 공에 눈을 맞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눈이 괜찮고 멍이 들지는 않았는데 공 맞은 부위가 아직 아픕니다. 테니스 공에 눈을 맞는 건 정말 위험한 거라서 스포츠 고글을 주문해두었습니다.



오늘 더블 경기에서 함께 친 할머니 케이티는, 제겐 테니스 대모 같은 분인데 제가 새로운 반 수업에 들어갔을때 너무 따스하게 대해줘서 테니스를 계속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분입니다. 지난 시즌 팀의 리더였고 지금 팀에서도 공동리더입니다. 제가 처음 그 수업에 들어갔을때 참으로 진기한 풍경이었는데 이 분이 온갖 보호대를 다 하고 거의 뛰지도 못하면서 라켓으로 공을 치면 엄청 세게 치는 겁니다. 그리고 두 시간을 테니스를 치고 나서도 또 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더라구요. 나중에 보니 사실 본인 근처로 오는 공만 치고 멀리 뛰지 못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덜했던 것도 같았지만요.


어쨌든 오늘 케이티와 처음으로 팀이 되어서 경기를 했는데 지난 일년 내내 수업을 같이 들은 분이라 제가 너무 마음이 편한겁니다. 상대팀도 인상이 괜찮은 할머니 두 분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했죠. 저야 지금까지 져 왔고 오늘 한번 더 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 없으니까요. 그런데 케이티는 평생 언젠가 한번은 이겨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경기를 끝내고 나서 케이티는 내가 나이가 64살인데 맨날 테니스 코치들에게 잔소리 들어가면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항상 진다고 울먹거리는 겁니다. 너무 안스러웠지만 왜 케이티는 그렇게 이기고 싶어할까 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릎이 안좋아서 다리를 뒤로 다 올리지도 못하고 잘 뛰지도 못하고 조금만 경기를 해도 헉헉거리는 그런 몸상태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 모습 자체가 너무 멋진데 말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6:4까지나 갔으니 자축해야 하는 날이죠. 다음에는 한 세트라도 이기고, 그 다음은 경기를 이기고...그런 날이 오겠지요.



5월 들어 집 밖의 정원 일이 너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바쁘다보니, 테니스 팀에 들어가서 경기에 참여하는 걸 꼭 해야 되나 하는 슬럼프가 왔었는데 적절히 조절하면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