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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어

미국 생활 3년 반 된 아줌마의 영어 이야기

by 마미베이 2014. 11. 24.

 

한인 별로 없는 곳에서 몇 년 살다보니

정확한 영어구사는 못해도 눈치로 기본적인 건 하고 산다.

오늘 우체국에 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남편 없이 이런 볼일들 알아서 보고 다니는구나, 

심적인 부담도 별로 없이(아주 없진 않다)

일처리를 하러 다니고 있구나.

 

백프로 심적 부담이 없어진 건 아니다.

내가 돈을 내는 고객인데도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은

띄엄 띄엄 내맘대로 나열하는 나의 영어단어를 못 알아듣는 직원에게

내가 요구할 수 있다는 "당당함"으로 바뀌었을 뿐.

그 "당당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배에 힘 한번 더 주고 눈을 정확히 마주치고 얘기한다.

"다.시.한.번. 천.천.히. 얘기해줄래요?"

(영어 잘 못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이 동네는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한다.

즉, 쉽게 설명하는 훈련이 안되어 있다.)

 

우체국에 갔다.

내가 예상하는 대로 일이 진행이 되면 쉽게 볼일을 마치지만

잘못 적었다고 뭔가 다른 얘길 한다.

Items에 Clothes 10개라고 대충 썼더니

그 옷이 pants 몇개, shirts몇개 이렇게 정확히 나열해야 하는 거라고 설명한다.

더 작은 조카에게 물려주려고 보내는 입던 옷을 몇 벌 넣었는지 모르겠어서 멍한 표정을 지었더니

이해했냐고 되물어준다.

다행히 이 동네는 관공서도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우리 주 말고 다른 곳의 정부기관 직원들은 이상하게 불친절의 극치를 달린다.

심지어는 소리도 지르고 집어 던지기도 한다는데

이 곳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이민국, 소셜 시큐리티 사무소, 심지어는 DMV도 직원들이 매우 친절하다.

영어도 안되는데 불친절한 공무원을 만나면 진짜 배가 아프게 무서운데 정말 다행이지...

 

그렇다.

간단한 소포를 보내는 일조차

영어만 써야하는 미국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게 몇년을 살았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큰소리 뻥뻥치는 커리어우먼 워킹맘으로 살다가

언어때문에 주눅들어서 말이다.

 

미국 온지 얼마 안됐을때

우표를 사고 싶어서 Stamp 있냐고 했더니

무슨 스탬프를 말하냐고 계속 묻길래

...mail...postoffice 막 말하면서 주눅이 들었다.

겨우 직원이 눈치를 채고 stampS! 를 말하냐고 한다.

그러니까 스탬프는 주로 도장을 얘기한다. 

어린 아이들 수업 끝나면 잘했다고 손목에 찍어주는 그런 도장,

우표는 스탬스(Stamps)라고 해야된다.

이런 건 사전을 찾아봐도 모른다. 

둘 다 우표라고 설명되기 때문에...

 

또 한번은 몇 가족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데

저녁을 다 먹고 초대한 분이 디저트로 커피를 주려고 한명 한명 물으니

한 언니가 "I'm good. Thank you,though"라고 한다.

그리고 상황을 보니 이 언니에게 커피를 주지 않는다.

분명 I'm good 이라고 했는데, 난 좋아! 마실래! 이런거 아니었나? 했는데

I'm good은 I'm fine과 똑같이, "난 괜찮아. 안마실래" 라고 한거였다.

그러니 끝에 "Thank you, though" 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다"는 표현이 따라 붙은 거였다.

"No, thanks" 라고 쓰는 거 보다 훨씬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되며

하루에도 몇번씩 쓰일 정도로 흔한 말인데도

알고 나서도 최근까지도 헷갈려서 친구에게 실수를 한 적이 있다.

괜찮다고 NO의 의미였던 걸, 나도 모르게 좋다고 YES로 생각해버린 거다.

나중에 곱씹어 생각하다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 놈의 영어,

한맺힌 거 말해 뭐하겠냐마는

살아가는 데 중요한 건 언어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곳에 마음 주고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내가 점점 미국의, 아니 이 동네의 학교, 병원,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영어가 는다기 보다는 시스템을 이해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영어로 뭘 써보라고 하면 하나도 못적겠고 맞는 표현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사람들하고 대화도 하고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일처리도 하며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이젠 진짜 영어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