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북페어를 한다길래 봉사를 하러 3일간 나갔습니다.
Scholastic 이라는 출판사에서 박스로 보낸 책을 테이블 위에 주제별로 올리는 초반 세팅은 다른 발론티어들이 다 해두어서 그냥 서있는 것 외에 별로 할일은 없었습니다.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닌지 벌써 4년째인데 북페어에서 이렇게 책이 많이 팔린다는 걸 몰랐습니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다 데리고 나와서 Book Wish List 한 장씩 든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책의 제목과 금액을 적어가는 겁니다. 부모에게 보여주고 논의를 해서 돈을 가져오거나 해서 다음 날 구매하는 거죠. 우리 딸도 그렇게 적어와서 이 책들을 사달라고 어느 위치에 있다고 알려주더라구요.
정가를 다 받고 파는데도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구매를 했는데,
온라인 서점이 나오고 나서 책을 정가를 주고 구매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좀 놀라웠습니다.
수익금은 이 행사를 진행하는 PTG(Parent Teacher Group) 기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부하는 차원에서 많이들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저금통을 털어와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손이 넘치도록 잔뜩 들고 그 돈에 맞추어 책을 골라오고 얼마인지 계산을 하는 걸 보니 어찌나 귀엽던지 우리 아이도 이제 저렇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이 직접 돈에 맞추어 원하는 책을 추려서 직접 돈을 내고 구매를 해보는 일종의 "교육"으로 생각되더라구요. 계산대에 놓인 책꽂이는 남는 돈을 탈탈 털어넣기에 너무 좋아서 인기가 좋았습니다.
움직이면 모양이 변하는 북마크는 2.5불,
그냥 종이로 된 허접한 건 50센트,
남는 돈을 봐서 돈이 모자르면 더 고급스런 북마크를 포기하고 이걸 사가더군요.
Scholastic 출판사에서 책과 함께 보내온 계산하는 기계인데 신용카드도 됩니다.
사용법이 복잡해서 이걸 담당하는 발론티어 엄마는 따로 있었고요.
아침 시간에 발런티어를 해서 같이 학교에 가서 아이는 교실로 들어가고 저는 여기서
발론티어를 했지만, 오전에는 별로 할일이 없어서 가만히 서 있다가 앉아 있다가 그냥 다른 엄마들이랑 수다 떨다가 오는 겁니다.
수다를 떤다고 쓰니까 괜히 영어로 수다를 편히 떨거라는 상상을 하겠지만...
늘 버버거리면서, 온 주의를 다해 상대방 얘기를 들으며 간단한 수다도 무지 힘들게 떨며 고생스럽게 삽니다.
이눔의 영어는 외국어라서 그런지 오래 산다고 느는 것도 아니고 정말 힘이 든다는..
그래도 이렇게 무작위의 아무 아줌마랑 떠들면서 공짜로 영어회화 레슨 받는다 생각하면 발론티어를 해도 돈버는 게 아니겠어요?
북페어에서는 포스터도 판매하고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사가더라구요.
작년까지는 장난감도 팔았는데 올해는 책을 더 팔기위해서 장난감은 빼버렸다고 합니다.
그렇쵸, 작년에 우리 딸도 북페어에서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이 났습니다.
또 신기한 것이,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면
남자아이들은 우루루 스포츠나 공룡 코너, 레고 책 쪽으로 가고
여자아이들은 소설류에 몰려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적인 남과 여의 차이라는 것이 있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딸은 책을 세 권을 골랐는데
공룡만 생각하던 공룡기는 이제 벗어나긴 했지만 공룡책 한 권을 골랐고,
소설류 중에 Wimpy Kid시리즈 한 권,
그리고 I am Pusheen the cat 이라는 책을 적어왔더라구요.
Pusheen 책은 사주고 싶지 않아서 두 권만 고르라고 강요해서 위에 두 권만 사줬습니다.
Pusheen the cat은 캐릭터 고양이인데, 인형, 지갑, 필통도 예쁘게 나오는 것이긴 한데
책이 10불이 넘는데다, 내용은 이 캐릭터 고양이가 뭘 좋아하는지...한장에 그림 하나에 문장 하나 있는
그야말로 상업성이 너무 짙어서 차마 보유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책은 다 도서관에서 빌려봐야지, 보유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여기가 정가로 판매를 해서 비싸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책을 집에 보유하는 걸 극도로 꺼리는 편이고
보고 싶으면 도서관에서 반복해서 빌려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별히 이유는 없고, 굳이 생각해보자면 이사를 다니면서 책 만큼 무겁고 짜증나는 것이 없었던 것 같고
제 평생에 한번 보고 나면 다시 펼쳐 보는 책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해서인지
집에 책이 그득히 있는 것을 보는 것이 그냥 싫습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는 책이나, 전공 서적, 혹은 해리 포터 같은 불후의 명작만 구매를 하는 편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제 취향이고
아이의 즐거움까지 뺏을 수는 없으니 일단 억지로 사준겁니다.
아이에게 돈을 줄테니 너가 직접 사겠냐고 물어보니
귀찮다는 듯이 엄마가 사오라고 해서 제가 사들고 왔죠.
책을 사 온 날 오후에
저는 그냥 서성거린 발론티어를 3일 연속으로 했던 피로가 몰려와서 쇼파를 껴안고 자는 동안
아이는 두 권의 책을 다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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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페어는 일주일 정도 했는데 행사의 마지막 날 저녁은 학교에서 Math & Literacy Night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부모와 함께 저녁 시간에 학교에 가서 몇 교실을 돌아다니며 행사에 참여를 하는 건데
문학이나 수학 과학 이런 주제로 각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놀이를 준비해두었지만
이것보다 가장 인기있는 행사는 체육관에서 하는 케익 워크입니다.
기부받은 케익을 늘어놓고, 1불에 두 번 참여가 가능한데 동그랗게 걷다가 번호로 뽑든 어떻게 하든 누군가가 뽑히는 겁니다.
그 사람은 케익에 당첨된 것이고요.
케익은 학부모들에게 기부 받아서 하고, 1불씩 내는 케익 워크 참여금은 학교 펀드레이징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우리 딸은 이걸 몇 번 해보더니 한번도 당첨이 안되는데 걷기만 하니까 아주 진저리를 내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는 케익 워크는 안가고
선생님들이 다른 주제로 액티비티를 준비해둔 각 교실에 들러서 놀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헝클어진 목걸이를 정리해서 걸기..
유치원생용?
박스 안에 공을 뛰어서 떨어뜨리기
여기서는 만화를 어떻게 그리면 되는지 만화가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지루해보였는데 아이는 다행히 잘 앉아서 듣더라구요.
복도를 지나다가 자기 작품이 있다고 알려주는 중..
아트 시간에 만든 모양인데
무슨 내용의 작품인지는 안물어봐서 아직도 모릅니다.
아트 교실에 갔더니 물감을 물 위에 띄워서 종이를 덮어서 나오는 모양의 그림을 만드는 걸 합니다.
제목이 Japanese painting이더라구요.
물에 뜨는 유성물감을 살짝 떨어뜨려서 하는건데
짜놓은 물감에 물이 너무 들어가서 잘 안뜨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물감 안 묻은 흰 종이가 그냥 나오는....허접함.
모든 교실에 못들르고 마지막으로 체스 교실에 가서
저랑 같이 체스 하다가
"시간이 다 되서" 제가 져주고
자기가 이겼다고 확신하는 딸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차 안에서 dormitory가 뭐냐고 물어보길래
너가 대학에 가면 대학 안에서 학생들이 사는 건물이 있는데
거기는 벙커베드도 있고 룸메이트도 있고 그런 곳이다.
아빠가 학교를 오래 다녀서 도미토리에서 오래 생활을 했었다, 이렇게 얘길 했더니,
"응, 그럴꺼야, 아빠가 그래서 엄마보다 더 똑똑하잖아"
라고 하는 겁니다.
"아니, 아빠가 엄마보다 똑똑하다고?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가 대학을 오래 다니고 도미토리에 오래 살아서
체스를 엄마보다 더 잘하잖아."
아빠한테는 체스를 이기기 어려운데 엄마한테는 쉽게 이긴 자기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운 딸의 말이었습니다.
아빠가 서열 1위, 자신이 2위, 그리고 엄마를 3위에 둔 겁니다.
엄마는, 행사 시간이 끝나서 체스를 져 준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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