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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여행

워싱턴, D.C. 한국 전쟁 참전 용사 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

by 마미베이 2014. 9. 2.

워싱턴 디씨의 링컨 기념관 옆에 위치한 한국전쟁 참전 용사 기념관은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것과는 달랐다.

기껏해야 기념탑 하나 있겠지 생각했고 우리는 한국인이니 보고 가자며 들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내 감성을 울린다.

 

그저 느낌 없는 현충탑 같은 건 없었고

한국의 험준한 산세를 의미하는 낮게 깔린 작은 나무 수풀 사이로 능선을 따라 걸어가는 19명의 군인의 조각이 가운데에 있다. 19명의 군인들이 옆쪽 돌벽에 ​반사되면 38명이 되어 38선을 의미한다.

각종 무장에 비가 오는 날이었는지 우비도 입고 조심스레 걸어가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걷고 있었겠지. 어딘가에서 총알 한 방 날아오면 그걸로 세상과 이별을 고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순간일 것이다.

옆쪽 돌벽에는 돌에 하나하나 점을 찍어 만든 사람들의 얼굴 그림들이 가득하다. 

아 그 동안 보아온 현충탑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베테랑 기념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쟁에서 죽은 '사람'을 기린다는 의미로 가득해서인지 숙연해졌다.

 

갑자기 6.25때 돌아가신 얼굴도 모르는 큰아버지,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의 첫째 아들이 생각이 났다.

전쟁에 내보낸 아들의 사망 통지서를 받고 괴로워하시던 할머니 모습을 

잊지 못하겠다고 하신 작은 아버지의 말도 기억이 났다. 

내 평생 생각해본 적인 거의 없는 사람이, 

미국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관에서 생각이 났고,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마구 흘렀다. 

바로 '사람'을 기억하는 전쟁기념관이 나를 숙연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UN군 63만여명이 죽었고 그 중 미군 5만4천여명이 죽었던 힘겨웠던 냉전시대의 전쟁,

화강암 벽에 새겨진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Freedom is not Free" 라는 문구가 와닿는다.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는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전쟁이 계속되는 건지 이해할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