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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국여행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

by 마미베이 2015. 4. 28.


3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시댁이 안산이라 어렵지 않게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에 들렀다.

"아직도 세월호 얘기.." 라는 말이 무지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올 즈음, 

1주기가 다가오는 시기였다.



입구에 들어가면서 이를 소재로 한 많은 그림 작품들이 보인다.

절로 엄숙함이 밀려왔다.

수 많은 사람이, 그것도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냥 한 편의 판타지 같다.

검은 그림자가 그득한 그 안에 

다른 세상으로 간 아이들이 활기차게 있는 묘한 느낌.


입구는 체계적으로 안내되었다.

노란 리본을 달았고

나눠주는 꽃을 들고 한바퀴 돌았다.


1주기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들의 생일이 한번씩 다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 사진 앞엔

생전에 좋아했던 음료와 과자와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생일이 돌아오면 희생자 가족들은 그 날로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그들 앞에 놓인 케익, 칠성 사이다를 보다가

무방비 상태의 감정으로 펑펑 울어버렸다.

함께 간 딸아이도 따라 운다.






미국으로 돌아 오기 이틀 전,

친구가 갑자기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한다.

이십년의 인생을 겪으며 서로 더 돈독해진 소중한 친구,

내게 선물을 주러 안산까지 오겠다고 한다.


마침 이날은 4.16.2015, 1주기였다.

그래, 나도 만나고 아이들도 만나렴.


친구는 곧 떠나는 나를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선물을 해주고, 나와 한번 더 만나고

나와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친구를 만나 반가워서 너무 좋았는데

세월호 분향소를 찾는 길이라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 날 오전 내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고 추웠다.

지난 번 삭발식을 하던 날도 그랬다고 한다. 

그것도 행사가 있었던 잠시만 비바람이 몰아치고 추웠다고...

자연 현상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기는 그렇지만

정말....딱 그날은

그들이 이 세상에 남은 가족들을 걱정하며 한바탕 우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찾은 분향소를 나서면서 역시 드는 생각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무력감 때문에 미안하고 화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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