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 산다면 정글의 법칙이 있듯,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살면서 알아야 할 상식 같은 것이 있죠.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뉴햄프셔에 산다면 알아둬야 할 것들입니다.
첫번째는 포이즌 아이비,
숲이 우거진 뉴햄프셔에서는 뒷마당을 정리하다가 포이즌 아이비에 노출되기가 쉽습니다.
죽지는 않을만큼 한달 이상 괴로운 가려움을 유발하는 포이즌 아이비는 정말 무섭습니다. 작년에 옆집 아줌마가 갑자기 몸 중 반쪽이 가려워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도 괴로움에 한달 이상을 고생했다고 합니다.
포이즌 아이비는 이파리가 보통 홀수로 나는 풀인데 바닥을 기어가거나 나무를 타고 올라갑니다. 이 독성 아이비는 피부에 절대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없애는 방법은 염소를 빌리면 된답니다. 염소가 이걸 되게 좋아해서 효과가 있다는데, 막상 그건 힘드니까 홈디포에서 파는 약을 사다가 계속 뿌려주면 일이년 안에 없어진다고는 하네요. 하지만 우리집 말고 다른데도 있으니 풀숲에서 홀수 잎을 가진 아이비를 지날때는 특히 주의해야 할겁니다.
두번째는 무서운 곰,
해마다 봄이 되면 Bear Warning이 뜹니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곰들이 길에 가끔 보이기 때문인데요.
대부분은 새 모이를 넣어둔 Bird Feeder 가 있는 곳에서 새 먹이를 뺏어 먹습니다.
곰은 보통 사람을 공격하지 않지만 놀라거나 당황해서, 혹은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을 툭 때릴 수 있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고 힘이 세서 툭 때려도 사람은 죽을만큼 다친다고 합니다.
올해도 곰 조심하라는 워닝이 뜨더니, 그 곰이 나무에서 쉬다가 다행히(?) 잡혔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곰이 있겠지요.
산책이나 조깅하기가 은근히 신경 쓰입니다.
세번째는, 바로 Deer Tick.
오늘 아이 야외 테니스 레슨을 위해 아이에게 버그 리펠런트를 뿌려주고 나서
책을 보며 기다리다가 읽은 내용인데 야외학습을 가는 아이들이 친구에게 하는 말입니다.
[Song Lee and the Leech Man] by Suzy Kline 이라는 책입니다.
"넌 준비가 제대로 안됐어. 옷을 제대로 입지 않았잖아.
바지를 양말 안에 넣어 신고, 팔도 다 덮어야 돼.
Deer tick이라는 것도 못들어봤니?"
라고 핀잔을 주고 있는 겁니다.
"나 디어틱 좋아해"
"그럼 틱이랑 결혼하지 그러니?"
(싫으면 시집가 수준의 초딩 농담은 영어에도 있었군요..)
사람들이 포이즌 아이비나 곰보다도 무서워하면서 싫어하는 것,
바로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을만치 작은 "틱(Tick)"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말로 '진드기'입니다.
바로 이 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겁니다.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표현을 쓰면 될려나요.
보통 해외 여행을 하면서 보게 되는 부러운 광경 중 하나가
사람들이 푸르른 공원 잔디에 드러누워서 비키니 입고 일광욕을 하거나 책을 읽는 모습일 겁니다.
참 여유로워 보인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죠.
제가 싱글때 처음 해외 생활을 할때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 동네에서는 일광욕은 커녕 사람들이 잔디에 그냥 앉지 않습니다.
바로 틱때문입니다.
모든 틱이 문제는 아니고, 틱 중에 사슴에 붙어 사는 디어 틱(deer tick)이 바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놈입니다.
이 디어 틱이 라임병을 옮기는 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디어 틱이 미국 내에 많은데 그 중 뉴햄프셔에 가장 많기 때문에 이 동네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아이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틱 체크를 자주 합니다.
틱은 그야말로 들러붙어서 살을 파고드는데, 그 과정에서 라임병 균이 몸에 들어가면 몇 년간 라임병에 시달려야 합니다.
아이 친구 엄마 A는 이 라임병에 몇년간 시달리다가 최근 다 나았다는 확진을 받았는데요.
마침 만난 김에 다 나았는 소식 들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했더니
몇년간 치매 환자처럼 살았다고,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만큼 힘들었다는 얘길 하는데 말하면서도 서러운지 눈물을 절로 흘리더라구요.
라임병은 사람마다 다른 증상을 보이는데 주로 뇌와 신경을 손상시킨다고 합니다.
친구 엄마 A는 어느날 운전하고 가는데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더랍니다.
어떤 날은 자고 일어났는데 몸을 움직이기가 힘든 날도 많았고,
생각한 것과 다른 단어가 언어로 튀어나오기도 한다고...
정말 고통스럽고 두려운 시간이었다며 다시 그 틱을 만나면 총으로 쏴버리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 미국 아줌마는 제가 알려준 동네 가게에 파는 신라면 컵라면을 상비해두고
몸이 안좋으면 신라면 국물을 티 처럼 마시며 힘을 냈다는...라임병을 신라면 국물로 이겨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디어 틱이 옮기는 라임병은, 걸리면 죽는 치명적인 병은 아니지만,
의료진도 원인과 진행 과정을 예측하지 못하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틱 예방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숲이나 습한 곳을 가게 되는 경우, 정원 일을 할때에는 팔다리를 다 덮는 옷을 입고, 특히 양말을 바지 위로 올려 입어야 합니다.
버그 리펠런트를 사용하고, 밖에서 놀고 들어오면 머리 안이나 귀 뒤쪽, 팔꿈치, 무릎 안쪽으로 다 체크를 해줘야 합니다. 가족들끼리 서로 원숭이처럼 머리를 들어가면서 이잡아주듯 체크하는 겁니다. 그리고 밖에서 입은 옷은 건조기에 높은 온도로 5분 정도 돌려주면 됩니다.(그냥 물빨래 하는 걸로는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윗 아줌마가 소개해준 avon 이라는 회사의 제품을 산건데 모기와 디어틱 리펠런트가 섞인 선크림과 버그 리펠런트 입니다.
선크림이 같이 든 것과, 버그 리펠런트(회색통)만 있는 것입니다.
날파리가 안달려드는 효과는 좋았으나 뒤늦게, 선크림 성분 중에 옥시벤존을 발견해서 배신감을 느꼈네요.
호르몬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분이라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여기 제품은 옷 위에 뿌릴 수 있는 버그 리펠런트만 쓰기로 하고 Badger 사의 제품(Badger anti-bug shake and spray)으로 다시 주문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피하는 Deet 와, 회색통 제품인 Picaridin, 흰색과 초록통인 IR3535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
틱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사전에 공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보는 벌레마다 기겁을 하며 몇년을 보내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실제로 보고 싶지는 않지만 모르는 것은 더한 공포이기 때문에 차라리 알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혹시나 틱에 물렸다면, 틱 전용 리무버를 이용해서(아마존에 판매합니다. tick remover) 살살 돌려서 빼내고,
빼낸 틱은 절대로 버리지 말고 테이프에 붙인 후 지퍼락에 넣어서 병원에 가져가서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이 좀 들어도 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 틱이 라임병 균을 가지고 있다면, 물린 사람도 라임병 검사에 들어갑니다.
뉴햄프셔를 비론한 매사추세츠와 인근 모든 지역이 틱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 엄마들은 아이들이 잔디에서 노는 것 조차도 싫어합니다.
그런데 틱은 일단 약간 습한 곳에서 살아남기 때문에 낮에 해가 많이 비치는 곳이라면 괜찮은 편입니다.
숲에 들어가거나, 사슴 근처를 조심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 동네 사슴이 밤비 사슴으로 되게 귀여운데도 저는 사슴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저 놈들이 틱을 떨어뜨리고 다니는데 얼른 가라고 쫒아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강아지나 고양이가 밖에서 뒹굴다 들어와서 묻혀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가장 많은데, 그건 이론적인 이야기이고, 동네 아줌마 통신에 의하면 겨울에도 강아지가 틱을 묻혀 왔거나, 딸 머리에서 틱을 발견했다고 기겁하는 얘기들이 종종 들립니다. 백신도 치료약도 없는 라임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일년 내내 조심해야한다는 겁니다.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틱,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곤충(?)일 뿐인데, 라임병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없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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