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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3월의 주말 오후-Happy Easter!

by 마미베이 2016. 3. 27.


토요일 아침에 이스터 행사장에 다녀와서

핫도그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얼른 도서관에 갔습니다.

동네 한 대학생이 체스를 너무 좋아해서

방학때 집에 올때마다 하루씩 동네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체스를 두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우리 아이도 아빠랑 체스를 두는 걸 너무 좋아하다보니 다른 아이들과 체스를 둘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생각해서 얼른 쫒아갔어요.


처음에는 그 대학생 오빠와 두다가 다른 아이들이 와서 팀 플레이로 뒀는데

한시간을 넘게 앉아서 머리 쓰면서 체스를 두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는데 팀 체스로, 한쪽에서 뺏은 체스를 옆에 파트너에게 줘서 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새로운 룰이었고, 결론적으로 자기가 져서

다음에 또 가겠냐고 물으니까 싫다네요. ㅎㅎ

그냥 아빠랑 두겠답니다.

아빠는 매번 져주거든요.



집에 오자마자 이겨야겠다는 전의에 불타서

지난 주에 거라지 세일에서 구해온 유리 체스를 꺼내서



아빠와 열심히 뒀습니다.

좀 판이 작아요.



평상시에 두는 나무로 된 체스판입니다.

이건 탕탕 두드려도 안심이고 소리도 좋고 그래요.


처음 아이가 배운 체스는 아이들 보드게임용으로 나온 카드 넘기기로 된 거였습니다.

룰을 알 필요가 없이 넘기는 카드의 룰에 따라 움직이는 체스인데

이걸 갖고 놀다가 아빠가 체스 공부를 해서 가르쳐줬어요.

물론 매번 져주면서 가르쳐준거죠.

저는 룰만 조금 알고 있는데 저는 아무리 기를 써도 질 정도로 아이가 더 잘합니다.




다른 거보다도, 작은 아이가 한 자리에 한 시간이 넘게 앉아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좀 대단해보이긴 했습니다.

아빠의 의도는 애초에 어린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룰을 배우는 좋은 방법일거라고 했는데 그것도 좋고,

오래 집중하고 앉아 있어보는 것도 좋고

여러모로 아이들이 배우면 좋은 취미인 것 같습니다.




체스 끝나고 집에 와서 남편은 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가서 놀다 오겠다고 합니다.

밖에서 갖고 노는 건 바로, 나무 입니다.

지난 번에 숲에 들어가서 자른 나무를 이리 저리 옮겨놓다가

결국은 캠핑 갈때 가져가보겠다고 장작으로 만들었어요.



이분은 지난 겨울부터 틈만 나면 이 나무로 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 숲에서 잘라낸 것이예요.

멀쩡한 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는 덩굴나무들인데 하나 하나 끊어내더니

(잡초를 보면 뽑지 못해 안달인 저나,

덩굴 나무를 보면 잘라내고 싶어 안달인 남편)

그걸 버릴 데가 없으니 하나 하나 끌고 길가에 쌓아뒀어요. 한 이틀 걸렸나.

겨울 내내 눈이 오면 그게 가라앉을거래요.

그런데 올 겨울에 눈이 거의 안왔잖아요?

가라앉기는 커녕 지나가다보면 왜 지저분하게 길가에 나무를 쌓아뒀을까?

생각이 들만큼 보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하나하나 끌고 안쪽으로 옮겨오더라구요.





한번에 서너 시간씩 사흘 정도 걸리더라구요.

나무가 의외로 꽤 무겁거든요. 저는 끌지도 못해요.

위 사진이 밖에서 안으로 일단 들여온 중간 단계,

그리고는 이제 다시 백야드쪽 원래 위치로 돌아온겁니다.

군인이 땅 파느라 삽질하고 다시 파뭍고 또 삽질하고 그러는 거 생각나지 않습니까?



결국 원위치로 돌아온 나무는 이렇게 장작이 됐어요.

전기톱이 없어서 일일이 톱으로 잘랐는데 정말 많이 했네요.

실제 바싹 마른 나무가 아니기때문에 장작으로 쓸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칭찬을 해줘야할지...

이분은 그냥 운동 삼아 놀이 삼아 한다고 하네요.

결국 피곤해서 농부처럼 9시도 전에 뻗어 자더라구요.




이건 일요일 오후의 모습입니다.




숲에 들어가서 저 소나무를 감싼 덩굴들을 잘라서 구해주고

오래 전 쓰러진 나무를 끌어내다가 저러고 썰고 있네요.



우리 간섭쟁이, 아빠한테 나무를 왜 잘랐냐고 따집니다.

넘어진 나무 자른거라니까, 어디서 잘랐냐고..

숲에서 잘랐다고 Wood에서..라고 했더니,

"Woods" 라고 s 안붙였다고 쌩 잘난 척을...


( 숲이란 뜻으로 Wood, Woods 모두 사용한다고 합니다. 다 맞는 표현이지만

주로 영국에서는 Wood, 미국은 Woods를 쓰고요. wood는 목재라는 뜻이로 많이 쓰이구요.

누구도 틀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정리합니다.)



그렇게 잘난 척을 있는대로 하면서 저랑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새로 지은 옆집에 이사온 사람이 있는 거 같아서 산책 나갈 겸 들러서 인사를 했어요.

옆집이라기엔 조금 멀긴 하지만 그래도 옆집인데 땅이 너무 넓어서,

이 땅을 반 갈라서 새로 집을 지었어요.

가서 인사를 했는데, 영국에서 이사를 왔다네요.

이 동네에서 영국 영어를 들으니 신기하더라구요.


마침 갔을 때 스키 장비 같은 걸 정리하고 있었는데 직업 얘기를 하다가

"서퍼 엔지니어"라는 거예요.

그래서 바다에서 하는 서핑? 막 이러고 되물었다는 거 아닙니까.

혹시 서핑하는 장비를(이 사람이 스키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되서) 연구 개발하는 건가 싶어서 다시 물었더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한거였더라구요.

"소프트웨어(Software)" 발음을 영국 발음으로 빠르게 말하면 "서퍼(Surfer)"로 들립니다...저는 그래요.

아마 영국 영어는 끝에 r을 거의 발음하기 않아서 그런걸꺼라고 확신합니다!


옆집 이웃 아줌마 정말 주책이라고 생각했거나, 

영어 듣기가 좀 힘든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다거나 생각하겠죠.

뭐 저야 영어로 대화할때는 엄청 되물어야 하기 때문에 흔히 하는 대화라 전혀 이상하진 않습니다만

서퍼와 소프트웨어는 좀 너무 거리가 있어서...제겐 기억에 남을 동문 서답 대화네요.



(사진찍을때브이는아시안유전자에있는건가요가르치지않아도이러네요)


일욜 오후 옆집에서 에그 헌팅 이벤트를 한다고 초대해서

바구니 들고 가서 달걀 주워 담고



셋이 똑같은 갯수로 나눠서 열어본 다음



그걸 들고 또 우리집으로 오더니 바닥에 앉아서

내용물을 트레이딩을 합니다.

너는 토끼가 네 개고 나는 두 개인데 각각 세 개씩 갖는 게 공평하지 않겠어?

글쎄,...뭐 이런 대화를 나누더라구요.


모든 아이들이 종교에 상관없이

부활절 Easter 핑계삼아 캔디를 몇 바구니째 얻어서 하루에 하나씩 먹고 있는 아이들 되겠습니다.


Happy E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