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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 일상19

갇혀 지내는 시간 온 신문을 장식하는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는 닫고, 집에서 일하고 꼭 필요한 일 외에는 집에 머물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우리 세 식구는 거실 구석에서 각자의 일을 한다. 각자의 스크린이나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용한 세 식구, 별로 손 가지 않는 딸과 저녁식사만 하는 남편을 둔 내게 큰 변화는 없지만 낮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던 때에 비해 집중은 잘 되지 않는다. 아이 학교에서 시키는 것들을 스케쥴을 짜서 체크해야 하고 밥도 한두끼 더 먹이고 설겆이도 해야하므로. 집에 필요한 물품이 충분히 있는지, 다음 장을 보러 갈때 어떤 것이 필요한지도 체크한다. 사람이 집에 머무니,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각질을 청소하는 것도 횟수가 늘어난다. 갇혀있다고 해도 물과 전기가 있는 집이 있.. 2020. 3. 19.
세상의 의로운 사람들 제부는 119 소방관이다. 군인을 하다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소방관 시험에 합격을 하였다. 어떤 마음으로 소방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세 아이를 둔 동생네는 제부 성격처럼 순수하고 착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이다. 서로 핀잔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웃으며 웃겨주며 행복하게 산다. 동생네 집에 놀러갔을때, 너무도 평범한 경기도 끝자락 작은 아파트에서 경쟁이 너무 없어 비현실적인 세상 속에서 밝은 모습의 아이들과 매일 매일 소소한 재밌는 것들을 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경이로웠다. 어쨌든 그 집의 가장인 소방대원 제부는 이런 말을 했다. "서울 나갈때 지하철 타면 너무 피곤해요. 운이 좋아서 자리에 앉으면 졸다가 가끔 눈을 떠줘야 되요. 노인들이 서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졸고 그래요".. 2020. 3. 3.
햄스터 애쉬스를 보내며 이사오면서 집에서 키우던 햄스터 'Ashes 애쉬스'를 비행기로 데려올 수가 없어서 친구네 집에 떠밀다시피 맡기고 왔었습니다. 아이는 애쉬를 그리워하며 사진을 보여달라고 자주 눈물 짓곤 했는데요. 다행히 얼마 전 뉴햄프셔 여행 때, 가장 친했던 이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애쉬스와 잠시 재회를 했죠. 그런데 오늘 이 친구에게서 메세지가 왔습니다. 애쉬가 어제 아침에 하늘 나라로 갔고 두 살이 넘었으니 햄스터 나이치고는 나이가 든 거 맞지? 우리집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네(함께 떠맡긴 물고기도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갔기에), 하며 아프진 않았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다정하고 귀여운 햄스터였다고 하네요. 햄스터를 키우는 게 손이 많이 가지는 않아도 여행 갈때 좀 챙겨줘야 하고, 베드도 가끔 갈아줘야하는 등 .. 2020. 1. 20.
산 카를로스 크리스마스 라이트 크리스마스 라이트 장식을 멋지게 한 집을 찾아보던 중 아는 언니가 소개해주신 산 카를로스의 한 거리, 이 구경만으로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선사해줬습니다. 1900 Eucalyptus Ave, San Carlos 그냥 라이트 장식을 자기들이 좋아서, 자기 집에다 해 둔 동네입니다. 입장료 이런 거 없고, 근처에 주차하고 이 거리를 걸어서 구경하면 됩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시기에 가면 자기들이 파티를 하며 캐롤 송 부르는 사람까지 불러서 온 거리를 가득 채운 낯선 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는 거리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지역에 있다면 꼭 가보길 추천합니다. 여기를 걸어다니다가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고싶을 정도였다는... 신문 기사 인터뷰 - 이렇게 장식을 시작한 지 50.. 2020. 1. 3.
해피뉴이어 in 뉴햄프셔 도시로 이사하고 몇달이 지나 길거리에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인도가 따로 있고, 집에서 밖에 다니는 사람 소리가 들리는 북적거림에 익숙해질 무렵입니다. 렌트 집 타운 홈 밖의 정원 일은 당연히 고용된 사람들이 해서 더 이상 잡초를 보고 뽑아야겠다는 강박증도 사라졌습니다. 여름에 학교에 갔을 때 마른 땅에 커다랗게 자란 잡초 하나를 보고 뽑고 싶은 생각을 내내 하면서 지켜보았는데 반 년이 지나도록 그 잡초는 그대로 있는 것이 신기했지만, 내 손은 저걸 뽑을까 말까로 고민하며 보낸 시간. 이젠 더 이상 잡초가 아닌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가드닝"을 생각하지 않고, 아름다움만 즐기는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4개월이 지나니 새로운 것들이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12월 크리스마스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가 그리워.. 2020. 1. 3.
첫번째 러브레터 아침, 저녁으로 향수병에 시달리며 우는 아이를 위해 뭘 해줄까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가기 싫다는 매쓰 올림피아드 반이 끝나고 나오는 아이 눈치를 보며 최대한 오버해서 밝게 인사를 하며 아이를 맞았는데 아이가 저보다 더 오버스런 밝은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쪽지를 하나 꺼냅니다. 엄마, 방금 오렌지색 자켓 입고 지나간 애 봤어? 걔가 이 쪽지를 나한테 주면서, 너 콜 알아? 콜이 너한테 이거 주라고 했어. 라며 받은 그 쪽지를 보여줍니다. Open 이라고 써있고 쪽지를 열었더니 I Love You -Col- 이런 내용이! 자기는 내일 콜에게 쪽지를 보내볼까 한다며 너무 즐거운 표정입니다. 너, 첫번째 러브레터야? 라며 저도 덩달아 오바육바를 하며 좋아해주고 나서, 그런데 그 쪽지에 다른 낙서가 있는데? 그리.. 2019. 12. 17.
실리콘 밸리 - 베이 지역 북캘리포니아 북가주 실리콘밸리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페닌슐라 베이 에리어 사우쓰베이 이스트베이 이 곳은 정말 많은 이름을 가졌다. 캘리포니아의 북쪽이고 미국에서 큰 도시에 속하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두 도시 사이의 모든 지역에 사람이 빠글빠글 산다. 미국 전체적으로 넓은 땅에 여유롭게 사는 느낌이라면 이곳은 한국의 도시처럼 사람이 많다. 산호세와 샌프란 시스코 사이의 지역을 "베이 지역"이라고 하는데 현지인들에게 가장 정확한 지명이고, 이름이 예쁘기도 하고 좀 있어보여서 이 많은 이름 중 "베이 지역(Bay Area)"을 골라 부르려고 한다. (실리콘 밸리라는 옛날 별명때문에 밸리 지역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Bay Area이다! 많은 미국 친구들도 "베이에리어"라는 지명은 몰라서 이 근처를 샌프란시스코.. 2019.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