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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잉글랜드

탱글우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Tanglewood, BSO)

by 대디베이 2014. 8. 21.


클래식이나 오페라는 끝까지 다 보기엔 지루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같은 입장료면 뮤지컬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미국에서 손꼽히는 오케스트라 악단의 연주에 다녀왔다.

 

해마다 여름이면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보스턴에서 두 어시간 서쪽으로 떨어진 Lenox​라는 시골 마을에 위치한 Tanglewood 공연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곳에서는 6월말에서 8월말까지 매일 오페라 및 각종 콘서트 공연이 열리며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새로운 곳에 갈때는 '걱정'과 '설레임'이 공존한다.

세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가서 '고작' 오케스트라 공연 하나 보고 돌아오려니

정말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아주 살짝 호기심이 가서 떠나기 전 설레임이 있었고

결과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였다.

 

< Lee 의 레트로 가게와 다운타운의 페루 식당 >

 

Lenox에 거의 다다라서 Lee 라는 마을을 지나다 눈에 띄는 레트로 가게가 보이길래 차를 돌려 들어가보았다. 한쪽에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팔고 한쪽에서는 오래된 물건들을 쌓아 두고 판다. 우리가 다니는 이발소 아저씨가 이베이에서 어렵게 구했다고 하는 백년 된 앤틱 의자도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무려 세 개나 있고 가격은 천불이 넘는다. 매장 가득찬 물건들이 내가 보기엔 갖다 버려도 한참 전에 갖다 버렸을 것들을 쌓아두고 팔고 있다. 화장실에 가보았더니 거기도 각종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 과연 이 화장실 변기도 고물로 전시한 것 중 하나인지, 써도 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공연이 저녁 8시 반에 시작하기때문에 시간이 한참 남았고 배도 고파서 아까 지나왔던 Lee의 다운타운을 구경하기로 하고 또 차를 돌렸다. 거리 주차를 하고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있는 다운타운에 대한 우리의 로망을 맘껏 즐기며 걸었다. 아주 오래된 이발소, 그 안에 역시나 오래된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사람들 역시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이 동네는 앤틱을 좋아하는 분위기이다. 식당들을 보며 지나가다가 페루식당을 발견했다.  그 전날 페루 여행을 하는 꽃청춘을 열심히 보았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구로 돌진하였다. 식당 안 벽에는 마추피추 사진, 나스카 라인 액자가 우리를 반긴다.  분명 페루 리마에 가면 먹어보라고 한 음식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급검색을 하여 '세비체(Ceviche)'가 있냐고 물어보니 에피타이저 메뉴에 있다고 알려준다. 그래! 세비체를 먹자! 그리고 딸을 위해 무난한 볶음밥을 주문했다.


우리는 신 들린듯 먹으며 "우리가 세비체를 먹어보다니! 이거 완전 횡재야! 페루 여행 안가도 돼!"를 외쳤다.

새콤한 라임맛과 약간 매콤한 맛이 들어간 소스에 버무린 생선회, 새우, 오징어가 상추잎에 깔려 나오고 알이 유난히 굵은 페루 옥수수와 유카(고구마 같은 것)가 곁들여 나왔다. 맛에 완전 반해버렸다!

이것만으로도 세 시간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나중에 yelp.com을 찾아보니 뉴햄프셔, 매사추세츠에는 mexico나 라틴아메리카 음식점은 있어도 이렇게 페루 아줌마가 서빙을 보는 페루비안 식당은 찾을 수가 없었다. 

페루비안 식당 홈피 http://www.alpamayorestaurant.com​

 



<Tanglewood - BSO>

탱글우드 공연장 입장은 5시 반에 시작한다.  메인 입구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티켓 부쓰에서 표를 구매하고 기념품점을 구경하다가 입장 시간이 되자 재빨리 줄을 섰다. 이 공연장은 쉘터 안은 좌석이 있고 조금 더 비싸지만 잔디에서 보는 표를 사면 인당 21불에 들어갈 수 있고 아이는 무료이다. 쉘터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아서 캠핑의자와 돛자리를 펴고 싸들고간 와인과 과일을 먹었다. 공연 시작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해서 공연장 주변에서 파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사다 먹고 산책도하였다.


잔디 위의 사람들은 와인과 치즈 크래커 살라미 안주를 먹으며 사람들과 조용히 즐긴다. 혼자 온 사람, 가족 모임, 커플도 많지만 대체로 노인들이 많다보니 조용하고 느릿한 분위기이다. 스태프가 우리에게 오더니 5살보다 어리면 나무가 있는 뒷쪽 잔디에 가서 앉으라길래 우리 아이 5살이라고 하니 그럼 괜찮다고 하였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는데 쉘터 의자가 아닌 잔디에서 구경한다고 해도 클래식 공연이라 ​워낙 조용한 분위기였다. 어린 아이들이 세 시간이나 되는 공연 시간을 조용히 지낼 수 가 없기 때문이고 일리가 있었다. 다행히 우리 딸은 공연을 잘 즐겼고 중간에 졸려서 조용히 누워있다가 중간에 나왔다.


 


5시 반에 입장헤서 8시 반 공연까지 세 시간이나 기다리니 오페라 공연 시작, 사실 내 생에 격조 높은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 기억은 없다. 여행을 다니며 고작 2유로에 볼 수 있었던 오스트리아 오페라 하우스 같은데는 갔다가 졸려서 중간에 나왔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이렇게 무지한 나도 훌륭한 소리를 느낄 수가 있었다.

 


가장 좋은 악기로 가장 실력있는 연주자들이 훌륭한 공연장에서 단아한 소리를 내고 있는 오케스트라,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이 적당한 울림을 듣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아이와 남편과 이렇게 멋진 순간을 잠시라도 느꼈다는 것이 기뻤다.




물론 아이 엄마는 세 시간이나 되는 공연을 다 누린다는 건 불가능, 

고작 1시간 반 앉아서 공연을 보았고 

아이 시중을 드느라 그 중 고작 10분 20분 집중할 수 있었지만

여러 개의 악기가 하나처럼 들렸고

적당한 울림이 귀에 편안하고 아름답게 들리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쉘터 바로 앞의 잔디라 소리가 미처 퍼지기 전이었는지 

공연장 내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었고 밖의 하늘도 보이니 일석이조였던 듯 하다.

 

살면서 잊지 못할 순간 중에 이 순간을 추가했다.

아마 내가 탱글우드 공연장에서 들었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번스타인(Bernstein) 작곡의 Candide 오페라 공연 앞부분일 것 같다. 아, 애엄마가 호강했다!





<준비물>

따뜻한 옷(가을용), 담요,베개(아이) 다 챙겨가기

모기약 필수(시트로넬라)

와인, 와인잔

치즈,크래커,살라미 안주

양초

저녁 거리

돛자리, 캠핑의자

(아이스크림, 팝콘, 커피, 음료 및 간단 스낵은 현장에서 팜, 캠핑 의자 빌려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