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집집마다 장난감이 넘쳐 흐르는데, 계속 해서 사들이게 되는 장.난.감.
그러다보면 엄마도 같이 중독되서, 괜찮아 보이는 장난감에서 눈을 떼질 못하는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아울렛에 갔다가 디즈니 매장에 들렀을 때,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를 보고 저도 모르게 살 뻔 했습니다.
멋진 콘솔이 포함되지 않은 걸 알고 내려 놨을 뿐, 빙봉을 집에 데려가고 싶었어요.
빙봉을 볼때마다 짠한 마음, 커가는 아이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캐릭터라 고이 간직하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자연스레 스타워즈 진열을 뚫어져라 구경하고 있는 남편입니다.
정작 우리 딸은 디즈니에 그닥 흥미가 없어요.
<비니부>
우리 딸이 좋아했던 캐릭터는 마이리틀포니의 다양한 종류의 말 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그만 것들을 데리고 한 시간씩 놀았습니다.
최근에 이게 조금 시들하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방 속에 가져오는(꺼내면 안되서 몰래 서로 보여주고 자랑하는) 인형들에 열광합니다.
유치원때는 비니부(been boos) 라고 Ty 라는 데서 나오는 캐릭터별 인형을 좋아하더라구요.
남자 아이들도 이 인형을 좋아하는 애들이 있어요. 각종 동물을 눈만 크게 해놓은 것인데 손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를 잘 들고 다니더라구요.
최근에 비니부 늑대를 갖고 싶다며 자기 저금통을 털어서 사겠다네요.
몰에 가면 파는데 거기까지 운전하고 가느니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주겠다고 너가 살 거니까 새뱃돈으로 받은 저금통의 돈을 다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두 개 사면 무료배송이라 배송비가 빠지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한 개 가격을 받고 늑대와 쥐 두 개 주문을 해줬죠.
매일 택배가 올때마다 자기 비니부 박스인지 확인하더니 받던 날, 기쁨 가득한 표정입니다.
비슷한 눈 모양을 하고서.
어쩌겠어요? 결재 권한은 엄마에게 있는데,
피아노 오십 번 치고 받은 책.
잠자기 전에 훑어보고 있습니다.
공룡기에 접어든 아이는
모든 이야기를 공룡 얘기로 끝냅니다.
무슨 군대 다녀온 복학생 오빠도 아닌데
하는 얘기마다 공룡 이름을 대네요.
지도를 봐도, 여기는 티라노서러스가 살았고,
아시아 대륙에는 아메리카 대륙보다 공룡이 적게 살았는데
...는 어디에 살았었을까?
그냥 혼자 다 얘기합니다.
대화가 안돼요....뭐 공룡에 흥미가 생겨야 맞장구를 쳐줄텐데, 이름도 못외우겠으니...
처음 공룡 얘기는,
왜 공룡이 멸종했을까요? 운석이 지구에 떨어져서? 먹을 물이 없어서? 그 정도였답니다.
공룡 이름을 외우기 시작하면서 복학생 오빠가 됐어요.
요즘 아빠는 퇴근 후 아이가 뭘 하고 있으면
"공룡 그리고 있어?" 라고 먼저 묻습니다.
공룡기는 언제 끝날지.
<펫 버드>
아이 학교의 봄 축제에서는
각 반 별로 바구니 선물을 만들어서
그 앞에 래플 티켓을 넣고 추첨되면 그 선물을 가져가는 행사를 합니다.
미국에서 하는 축제는 다 Raffle?
야바위성이 주를 이루더라구요.
아이네 반도 "여름"을 주제로 바구니를 만든다고
아이가 수영 고글을 가져가고 싶다고 해서 마트에 갔습니다.
선생님이 꼭 하나만 가져올 필요는 없고
더 가져와도 된다고 했다고 자기는 더 가져가고 싶대요.
황당한 제가 얘기했죠.
"너 저금통에 얼마 있어?"
"1 센트"
"그걸로 아무 것도 살 수 없어서 엄마가 사줘야되는데
두 개를 사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
"그럼, 돈 넣으면 더 많은 돈이 나오는 기계 있는 데 가면 되겠다"
"WHAT?"
저는 처음에 아이가 게임 머신에서 쏟아져 나오는 동전을 생각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본 거냐고 했더니
아울렛에 가면 동전 넣고 타는 장난감 있는데
거기에 돈 넣으면 더 많은 돈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기계가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아이의 생각에
엄마가 지폐 1불을 조용히 넣는 건 기억이 안나고
쿼터 동전 4개가 시끄럽게 쏟아져 나오던 것만 기억하는 거죠.
혼자서 얼마나 웃었던지.
너무 귀여워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개념을 아직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고글을 사고 나서, 기회를 엿본 아이는 자기도 장난감이 하나 필요하답니다.
친구가 바로 오늘 학교에 가져와서 보여줬는데
버튼을 누르면 새가 소리를 내는 펫 버드랍니다.
전혀 감이 안와서 찾아보라고 했죠.
바로 이거라네요.
뭔지 몰라도 너무 갖고 싶어하길래
차마 거절은 못하고
또 피아노를 걸고 넘어졌죠.
그냥 사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다시 마트에 사러 올 수는 없으니 일단 사가고,
피아노를 오십 번 다 치면 이거 뜯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조건.
내일 치라고 해도 장난감을 뜯겠다는 일념하에 죽어라 오십번 채우는 중입니다.
제가 이렇게 evil mom 처럼 구는 이유는(핑계)
우리 딸이 피아노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흔한' 아이는 아니라는 걸 빨리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아이가 악기를 시작할 때, 티비 같은 데서 본 것 처럼, 우리 딸이 알고 보니 천재 아닐까?
배우지도 않았는데 막 쇼팽을 칠 줄 알고 음감이 뛰어나면 어떻게 서포트를 해주지?
이런 기대를, 세상의 모든 엄마들처럼, 품고,
시작을 했죠.
하지만 저는 금방 깨달았습니다.
우리 딸은 음악적 재능이 타고난 것 같지는 않아,
가서 30분 동안 집중하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한 거야...
천재는 개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레슨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피아노 레슨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비싸고(30분에 $30 정도),
연습한 곡을 쳐보면서 보완할 부분을 짚어주고 다음 일주일간 연습할 숙제를 내주는 게 바로 악기 레슨이죠.
가서 놀고 오는 수영이나 다른 운동이랑은 다르더라구요.
어린 아이가 알아서 "잘"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히 악기는 연습 시키는 만큼 하더라구요.
한 곡에 한달이 걸리든 두달이 걸리든 해내고 나면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도 크고 해서
떡밥을 줘가면서 나쁜 엄마가 되더라도 이렇게 하는겁니다.
육아 서적을 보면 스스로 즐기면서 하게끔 하라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아이는 얼마나 될까요?
그 기간 내내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 돈 많고 인내심 있는 부모는 또 얼마나 될지...
또 아이가 너무 알아서 잘하면 아이같지 않아서 저는 별로 바라지 않습니다.
"사탕 줄테니까 열심히 해!" 이런 말이 먹히는 게 과연 몇년이가 갈까요?
그런 말에 열심히 하는 그 순수함이 너무 귀여워요.
이렇게 조건을 내걸고 매일 연습하게 한 후,
매일 연습한 결과가 얼마나 멋진지,
정말 잘하고 있다고 오바를 떨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식으로
......
쉽고 못된 방법을 쓴 겁니다.
* 주의사항
- 따라하지 마세요. 집안에 잔소리가 떠다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피아노가 장난감 물물 교환 용품으로 인식될 우려가
...
수준을 좀 낮추고 즐겨 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ㅎㅎ
육아와 교육에서 부모로서 중도를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어쨌든 빨리 장난감을 뜯고 싶어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마흔 아홉번째 곡을 치는 동안
(독한 모녀를 지켜보던) 아빠는 펫 버드에 배터리 장전을 하고 새 소리를 내며 기다렸습니다.
상을 받는 환희에 찬 표정!
이 펫 버드는 말하는대로 녹음이 되서 그대로 따라합니다.
등쪽을 쓰다듬으면 노래도 하구요.
그래서 아이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You are better than a real parrot because you don't fly away!"
게다가 한국말도 잘 따라하더라구요.
학교에 가면서 자기 책상 위에 이렇게 올려두었습니다.
펫 버드는 새로 전학온 친구랍니다.
얘들은 원래 있던 학생들입니다.
어느 새 꽉찬 인형들- 동물 인형.
앞쪽에 캐니멀은 친구가 한국에서 선물로 보내준 건데 역시 아이의 완소 아이템입니다.
넷플릭스에 나오는 캐니멀(Canimal)을 좋아하거든요.
밤에 잠자기 전에 뭘 열심히 하나 했더니
캐니멀을 종류별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애들은
사람이 안볼때 막 어지럽히고 돌아다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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