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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3 - [자동차] - [미국 자동차 문화] 픽업 트럭 1부
지난 글에서 픽업 트럭의 다양한 장점들에 대해서 적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부피가 큰 화물운송이 가능하고, 견인능력을 이용하여 화물 트레일러, 캠핑 트레일러, 개인용 보트등을 운송할 수가 있으며, 도로 포장이 부실한 시골 지역에서도 이동이 용이하다는 점이 픽업트럭의 장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글에서는 반대로 픽업 트럭은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동시에 왜 픽업 트럭은 북미 지역에서만 유독 인기가 있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연비.
2015년식 포드 F-150의 연비는 8.5km/L 수준이며, F-250 / F-350는 6.0 km/L 수준입니다.하지만, 이 연비조차 최근에 6단 변속기를 채용하면서 크게 좋아진 수치입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픽업 트럭은 4단 변속기를 채용하고 있었으며, 이 경우 연비는 가장 가볍고 연비가 좋은 F-150의 경우조차도 겨우 6.0 km/L 수준이었습니다.
포드 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픽업트럭의 경우도 거의 대동소이한 연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형 패밀리 세단의 연비가 예나 지금이나 대략 12~13km/L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해서, 픽업 트럭은 연비는 1.5 ~ 2.0 배 정도 가솔린을 더 많이 먹는 편이라고 보면 됩니다.
픽업 트럭이 연비가 나쁜 이유는 당연히 차가 무겁고 힘이 좋기 때문입니다. 대형 픽업 트럭중에 가장 가벼운 1500/150 계열은 2톤이 넘는 공차중량을 가지고 있으며, 2500/250 ~ 3500/350 계열은 3톤이 넘는 공차중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형 패밀리 세단이 대개 1.5톤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픽업 트럭의 무거운 체중은 연비를 나쁘게 많드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또한, 픽업 트럭은 자체의 무게뿐만 아니라 대형 화물과 견인 트레일러를 끌 경우를 대비하여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는 커다란 엔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포드 F-150 같은 경우는 3리터 크기의 6기통 엔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픽업 트럭은 5~6리터 크기의 8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Chevy Silverado의 경우 제일 저렴한 모델의 경우 6기통 엔진이 있지만, 배기량이 4.3L 나 되는 커다란 6기통 엔진이며, 그 이외의 엔진들은 대부분 5~6L 짜리 8기통 엔진입니다. 연비가 6.0km/L 수준 밖에 안나오는게 당연해보입니다.
게다가 픽업 트럭은 4륜구동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비는 더욱 더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 출처 : http://9gag.com
미국인들은 V8에 대한 사랑이 아주 각별한 편입니다.
2015년 영화 매드 맥스에서도 Citadel의 병사들이 V8을 숭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위의 사진의 제스쳐는 V8 salute 이라는 자세라고 합니다.
실제로 Corvette처럼 미국에서 만든 최고의 성능을 가진 자동차들은 대개 5~6L 의 배기량을 가진 V8엔진입니다.
비슷한 용량의 배기량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제조사들은 대개 10~12기통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미국인들의 V8에 대한 사랑을 알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이런한 낮은 연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휘발유의 가격이 무척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저렴한 유류비가 2015년에 들어와서는 shale oil 덕분에 더욱 저렴해져서, 2015년 12월 현재 기준으로 우리 동네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0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한국 기준으로 환산하면 리터당 620원도 안되는 가격입니다. 오늘자 (2015년 12월 23일) 서울 주유소 평균 가격이 리터당 1500원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 동네 (뉴햄셔 남부)는 한국 석유 가격의 절반 이하라고 보면되겠습니다.
따라서, 연비가 6.0km/L 수준의 V8 엔진이 탑재된 픽업 트럭이라고 해도, 유류비를 기준으로 계산을 해보면 한국에서 중형 패밀리 세단을 타는 것보다 휘발유 가격이 적게 들어갑니다. 물론 미국은 낮은 인구 밀도와 부족한 대중 교통 덕분에 차량 사용 시간 / 거리가 한국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연료 가격은 결코 적지는 않지만, 어쨌든 6.0km/L의 연비가 미국에서는 크게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크기.
가장 흔하게 팔리는 F-150같은 대형 픽업 트럭의 경우 전장이 5.8 ~ 6.6m 수준입니다. 참고로, 패밀리 세단은 4.8 ~ 5.0 m 정도입니다. 가로 폭도 길어서 2m 가 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픽업 트럭의 크기 덕분에 승용차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주차장에 픽업 트럭를 주차하는 것은 거의 무리라고 봐야할 정도입니다.
오리지널 Fiat 500과 비교한 픽업 트럭의 크기.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이렇게 커다란 픽업 트럭의 크기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교외 지역에서 단독주택에서 살면 앞마당, 뒷마당 뿐만 아니라 drive way (가정집 차고 진입로) 또는 집앞 도로등 자신의 집에 주차를 할 수 있는 넓직한 공간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교외 지역에서는 쇼핑몰 또는 회사 주차장 조차도 이러한 커다란 차를 염두에 두고 넓직하게 주차 칸을 그려둡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픽업 트럭이 몇대 주차되어 있는데요, 워낙 주차장 칸을 큼직하게 그려놓아서 픽업 트럭이 왜소해 보일 정도로 차간 간격이 떨어져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인들 답게 전진 주차를 했군요. 한국처럼 좁은 주차장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후진으로 주차를 해야지 간신히 차를 넣을 수 있지만, 주차장 통로가 넓직한 미국 주차장은 픽업 트럭 조차도 그냥 전진 주차를 해도 차를 빼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장소에서 픽업 트럭 주차를 하는 것이 쉽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미국인들이 교외 주택가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해도, 전체 인구의 절반은 여전히 도시 지역에 거주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건물의 주차장도 비좁을 뿐더러, 자신만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 조차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도시 거주자가 픽업 트럭을 보유하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격.
픽업 트럭이 작업용 차량이라고는 하지만, 기본 덩치가 크고 엔진이 크기 때문에 가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패밀리 카로 쓸수 있는 crew cab 을 기준으로 F-150 같은 대형 픽업 트럭의 가격은 최소 $30,000 에서 최대 $70,000 정도의 가격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세전 가격이므로, 한국을 기준으로 환율과 세금을 더해보면, 최소 3,800만원 ~ 최대 9,000만원 정도에 이르는 가격대 입니다.
한국은 워낙 자동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4,000만원 정도의 차량이 크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자동차가 저렴하게 팔리는 국가입니다. 미국에서는 비싼차의 심리적 기준을 대략 $30,000 로 잡는다는 얘기를 흔히 하는데요, 예를 들어,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패밀리 세단인 캠리의 경우 $18,000 ~ $35,000 수준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자동차라고 볼수 있으나, 픽업트럭은 패밀리 세단의 2배 가까운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비싼 자동차라고 할수 있습니다.
최신 픽업 트럭들은 이렇게 근사한 가죽 인테리어 옵션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픽업 트럭은 확실히 작업용 차량이 아닌 레져활동을 위한 패밀리카라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부자 나라답게 국민들이 매우 부유한 국가입니다. 미국의 1인당 GDP 는 5만 달러가 넘습니다.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동시에 다른 국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캠리의 2배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는 픽업 트럭이라고 해도 크게 부담이 될 만한 가격은 아니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가격에 관련된 픽업 트럭의 한가지 장점을 말하자면, 보통 승용차에 비해서 트럭은 내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보통 승용차가 15년 이상 폐차되지 않고 사용되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습니다만, 트럭의 경우 20년된 차량도 얼마든지 길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자동차 답게 잔고장은 많이 발생하겠지만 기본 부품들이 큼직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잔고장만 계속 고쳐주면서 20년 이상 탈 수 있다는 것이 픽업트럭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픽업의 초기 구매 비용은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오래 사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패밀리 세단에 비해서 크게 비싼 편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두 개의 포스팅에 걸쳐서 픽업 트럭의 장점들과 단점들, 그리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이 잘 팔릴 수 있었던 이유들을 정리해봤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에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시작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원래의 실용적인 이유는 사라지고 그냥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남자가 바지를 입고 여자가 치마를 입는 이유는, 고대문명부터 남자는 말을 타고 여자는 말을 타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말을 타건 그렇지 않건 실용적인 이유는 사라지고,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라는 "문화"로 자리를 잡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미국의 픽업 트럭 또한 이와 같은 경향을 조금은 보이는거 같습니다. 픽업 트럭이 가지는 애초의 실용적인 이유는 사라지고, "거친 터프 가이"의 이미지라는 패션 용도 또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실용적인 목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픽업 트럭을 패션 스타일만을 위해서 구매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의 한장면.
예를 들어, 1985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에서,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꿈꾸는 드림카는 근사한 컨버터블 스포츠카가 아니라, 바로 Toyota의 소형 픽업트럭인 Hilux 의 4세대 모델이었습니다. 영화에서 픽업 트럭이 특별히 사용되는 장면이 없으니, 작가가 딱히 시나리오 전개상 필요성이 있어서 그 장면을 집어 넣은 것이 아니라, 그냥 미국 남학생들의 일반적인 드림카를 표현하기 위해서 픽업 트럭을 잠깐 등장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남자 고등학생들은 그들의 첫 차로 머슬카 또는 픽업 트럭을 주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부모가 자녀가 원하는 자동차를 쉽게 사주는 경우는 흔치 않겠지만요.
백투더퓨쳐 2의 배경은 영화 개봉일 기준으로 먼 미래인 2015년입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서 실제로 우리는 2015년에 살고 있습니다. Toyota 측에서는 해당 영화를 기념하기 위해서 2015년에 자사의 픽업 트럭인 Tacoma를 개조하여 영화에 등장했던 1985년식 Hilux 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도록 개조를 하여 공개했니다. 실제로 Tacoma 는 Toyota 가 미국시장에서 1995년부터 Hilux 를 대체하기 위해서 개발한 중형 픽업 트럭이며, 현재 중형 픽업 트럭중에서 현재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또한, 픽업트럭은 미국의 경제지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중산층에서 여유가 생겨서 레져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레져에 사용할 픽업 트럭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다고 하네요.
픽업 트럭의 분류.
예전에는 소형, 중형, 대형 픽업 트럭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소형 픽업트럭은 거의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이 대형 픽업 트럭이며, 중형트럭이 가끔 보이는 수준입니다.
- 대형 픽업 트럭 :
- Ford F-150,Super Duty / Chevy Silverado (GMC Sierra) 1500,2500,3500 / Ram 1500,2500,3500 / Toyota Tundra / Nissan Titan
- 중형 픽업 트럭 :
- Toyota Tacoma / Chevy Colorado (GMC Canyon) / Nissan Frontier
중형 픽업 트럭에서는 Toyota의 Tacoma 가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만, 대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지는 않더군요.
각각의 픽업 트럭은 실내 구조에 따라서 regular cab (1열 좌석), extended cab (1열 + 좁은 2열 좌석), crew cab (1열 + 넓은 2열 좌석) 의 다양한 구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물 칸의 길이도 2~3가지 가지 옵션이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조합하면 매우 다양한 크기와 구조의 픽업트럭을 선택할 수 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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