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 30분 거리 콩코드에 위치한 산부인과에 가서 정기 검진을 했다.
집에서 일하는 남편과 고거 못떨어져서 눈물 흘리며 잠시 이별했던 껌딱지 딸아이를 위한 점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을 만들었다.
지난 번엔 약간 큰 "아이다호 Idaho 감자"를 맛있게 먹었는데
조금 더 비싼 "유콘 Yukon 감자"로 만들어봤다.
누런 색깔이 영 불안한데 역시나 약간 씁쓸한 맛이 강해서 탈락!
감자전은 감자를 잘게 썰어 블렌더에 휘리릭 갈아 체에 받쳐 물기를 뺀 후 소금을 조금 넣고
(굵은 소금 생각보다 조금 넣어야 한다..국처럼 푹푹 넣었다가는 짜서 못먹음)
호박만 채썰어 넣고 기름에 부치면 끝이다.
(욕심 부린다고 양파 같은 것 넣지 말아야 한다. 쥬키니 호박만 잘 어울린다.)
부쳐내는 모양이 잘 안잡힌다면 그 이유는 체에 받쳐서 물기를 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이다.
물기는 한 5분만 빼줘도 된다. 너무 오래하면 물기가 다 빠져서 퍽퍽해지므로 십 분 이내로 빼고...
빠진 물기를 조심스레 버리다보면 바닥에 가라앉은 전분가루가 보인다.
가장 맛있는 부분이므로 수저로 긁어서 부칠 감자에 다시 섞어주길!
못다한 간은 간장으로 대신하면 넘넘 맛있는
울 딸이 부르는 이름으로는 "포테이토 팬케익".
기름은 두 스푼 정도 넉넉히 넣고 기름이 뜨거워지면 감자를 밥숟가락으로 올려 얇게 펴준다.
유콘 감자라 에러였지만 한 장 남겼다가 야참으로 내가 호로록 먹어치웠다.
이제 아이다호 감자만 먹을테닷!
***
아이가 트레이닝 휠을 떼고 두 발 자전거를 배웠다.
그 어려운 걸 해내던 순간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저녁이면 집 드라이브웨이쪽으로 그늘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와 나와서 자전거를 탄다.
훌라후프, 줄넘기에 이어 자전거도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하나씩 해낼때마다 칭찬을 심하게 해주는데
"우리 딸 매일 열심히 연습하더니 정말 잘하네!"
매일 조금씩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걸 말끝마다 강조하는데 이게 효과가 정말 좋다.
자기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에 불타서 잘난 척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어쨌든 대견하다....
그런데 밖에 나와서 지키고 있어야 되다보니 좀 힘들기도...
그래서 엄마는 정원 일을 하게 된다.
지난 번 내가 손질하다 사랑한 장미는 꽃이 예쁘게 폈다가 이미 졌다.
사진은 지기 전 모습, 그렇게 많이 잘라줬는데 수북히 쌓인 것 처럼 커졌다.
가을에 확 쳐야 될 것 같다.
꽃이 예쁠 때 가지를 조금 잘라서 창가에 두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보았다.
장미 옆에는 커다란 수국도 있는데 꽃이 예쁘게 많이 핀다.
수국은 여름에만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요즘 꽃이 예쁜 것은 잘라서 식탁 위로 가져오고 있다.
가지치기를 안해도 상관없는데 아예 손을 안댔더니 이년만에 엄청 커져버렸다.
크기를 줄일지 말지 고민을 좀 해볼건데 정원의 수국은 커도 예쁘다.
예쁘게 많이 피었는데 이 꽃은 글쎄 목질화된 가지에서 새로 가지가 나오면서 꽃이 피었다.
꽃도 다른 꽃이랑 조금 다르게 더 꽃잎이 크고 예뻤다.
옆집 아줌마가 목질화된건 이제 안자라니까 자르라고, 간혹 꽃이 피기도 하지만 대부분 안핀다고 하길래
오늘 몇개 자르다 발견한 마른 가지에서 나온 꽃.
수국은 예쁜만큼 좀 까탈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위와 아래의 꽃이 확연히 다르지 않은가...
난 오래된 줄기에서 나온 위의 꽃이 더 예쁘다.
토질에 따라 꽃 색깔도 다르다고 하니 그것도 신기하다.
오늘 저녁 딸아이와 나는 배드민턴을 치고 그동안 남편은 잡초약을 뿌리고 다니다가,
남편이 테니스를 치자 딸램은 스쿠터 타고, 자전거 타고 나는 수국 좀 잘라내고
내가 테니스를 치자 아이가 테니스를 치겠다고 나서서 결국 나는 공 주우러 다니고 남편과 아이가 테니스를 치고...
셋 밖에 안되는데 각자 논다.
아이 재우려고 누웠는데 휴대폰이 드르르륵...
요란한 소리를 낸다. 못들어본 소리였다.
AMBER Alert 이라는 게 뜬다.
처음 보는 단어라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어린이 유괴 사건이란다.
페이스북 동네 아줌마들이 AMBER Alert이 떴다고 다들 난리..
내용을 찾아보니 회색 혼다 어코드 차량으로 한 남자가 1살짜리 남자아이를 유괴한 사건이다.
뉴햄프셔주의 Sommersworth라는 마을에 사는 성범죄자인데
아이를 데리고 지금 메인주로 향하고 있으니 보면 접근하지 말고 신고하라는 경고이다.
각종 티비도 breaking news로 긴급하게 나오고 있다.
AMBER Alert으로 뉴햄프셔의 모든 휴대폰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그냥...이런 거 보면 미국에서는 경찰의 영향력과 아이들 범죄에 대해 긴박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독립 PD가 안면을 맞아서 심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경찰보고 그냥 가라고 해서 갔다는 뉴스를 보고 씁쓸했는데..경찰이 일단 신고 받으면 당사자들이 원치 않더라도 상황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자기 전 이 뉴스의 내용이 조금 바뀌었는데
그 납치자는 그나마 다행히도(?) 아이의 아버지로 밝혀졌다.
다음 날 아침, 뉴스를 확인해보니
The Amber Alert has been canceled.
아이는 무사히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That is g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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