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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 일상

설맞이 굴파티

by 마미베이 2016. 2. 18.


2016년 설을 맞아 알고 지내는 한국인 친구들과 파티를 했습니다.

보스턴 남쪽에 있는 Island Creek Oysters 라는 가게에서 미리 굴 100개를 주문해두고

식탁 위 작업장에서 남자분들이 열심히 까서 어른 8명이서 에피타이저로 먹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굴 원래 안먹는데....해놓고...

맛있다고 눈 깜짝할 새 다 먹었습니다.




Island Creek Oysters에서 100개들이 상자를 오버나잇 페덱스 배송으로 얼음 넣어서 꼼꼼하게 배송해주었습니다.


http://shop.islandcreekoysters.com/collections/seafood-1/products/100-count-bag


미리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했더니 이메일로 웰컴 코드를 보내줘서 주문시 굴 따는 칼을 선물로 주더라구요. 자기네가 만든 칼인 거 같은데 주문할때 이 칼을 장바구니에 넣고 보내준 웰컴 코드를 넣으면 이 칼 가격이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코드 사용 방법이 좀 헷갈려서 이메일로 문의했었어요.

미리 주문해 둔 칼이 또 있고 친구네가 하나 더 가져와서 칼 세 개를 가지고 굴 100개 까기.


혹시 물라서 파티 전날 받았는데 그날 눈이 많이 와서 페덱스 아저씨가 이 무거운 박스를 들고 드라이브웨이를 걸어들어오더라구요.

시간만 보장된다면 파티날 당일에 받는 게 제일 신선하고 좋습니다.

보통 오버나잇 배송이 오전에 되기는 하는데 확실히 보장하려면 배송비를 20불정도 더 내면 되더군요.(역쉬 자본주의)



굴은 꼭지쪽에 칼이 쏙 들어가는 부분을 찾아내는 게 기술입니다.

몇번 해보면 감이 온다고 해요.

우린 혹시 몰라 Cut Proof장갑까지 마련..



에피타이저 핑거푸드로 파프리카, 당근, 샐러리, 브로컬리, 토마토에다가 허머스소스와 프렌치어니언 소스,

그리고 부추 바지락 전,


굴은 까서 얼음위에 올려놓으면 되고(냉장고 얼음기계가 망가져서 얼음 봉지도 아침에 사왔다능...)

레몬을 슉 뿌려서 그냥 먹으면 됩니다.

저는 레몬만 뿌려 먹는 걸 젤 좋아하구요.

소스가 필요하면 Horseradish와 칵테일소스를 조금씩 얹어서 먹으면 환상입니다.



거의 다 먹어갈 무렵,

꼭 그릴을 해보고 싶다는 남편의 주장에 따라

깐 굴에 녹인 버터만 살짝 발라서 그릴에 살짝 익힌 겁니다.

뜨거운 상태로 얼른 가져와서 한 개씩 먹어보고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하였답니다.


굴을 까지 않고 저절로 열릴때까지 그릴을 하면

굴이 너무 익어버린다고 해요.

살짝 익히기 위해서 까주는 수고를 하고,

버터를 살짝 바르고 7분 정도 구워주면 된답니다.

뭐 버터 얹어주면 뭐든 안맛있겠습니까...


이렇게 굴 백개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다 먹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박스를 다시 열어서 남아있는 게 없는지 확인했습니다.

너무 싱싱하고 맛있더라구요.


마무리는 이것 저것 잡다구리 다 집어넣은 해물탕으로...



***



파티 준비를 할 때, 친구들이 오면 같이 놀아야 되기 때문에 우왕좌왕 하지 않으려고

미리 준비를 다 해두는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배큠, 집 정리는 물론이고 테이블 양쪽에 날개 달아서 늘려놓고

사용할 수저, 그릇과 컵 빼놓고

필요한 음식은 서빙 직전으로 해서 냉장고에 착착.

해물탕 끓일 육수 오전에 미리 내놓고

중간 중간 설겆이로 계속 정리...

이러다 보면 몇시간이 후딱 갑니다.

이런 바쁜 시간에 누가 말걸면 버럭하거나 멍~~~떄리게 됩니다. 너무 집중을 해서.


핑거 푸드를 제외한 음식은 해버리면 맛이 떨어지니까 재료만 다 정리해두고 오면 바로 만들어서 먹습니다.

이번엔 부침개나 해물탕은 바로 끓일 수 있게만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놀러온 친구들에게 하나씩 부탁해서 전을 부치거나 해물탕 재료를 주고 끓여달라고 했는데

마치 정말 설에 온 가족이 모여서 전 부치고 노는 것 같더라구요.(노는 게 아니라 일하는 거?)


아니, 시집살이 안하는 며느리들을 제가 시키는 거 같은 기분도 들고,

그냥 마치 시어머니 된 기분이랄까.

원래는 친정엄마처럼 다 해줄라고 했는데 본의아니게...

한편으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 오면 이렇게 미리 다 준비하느라 힘드셨겠구나...

평생 수십명의 친척들을 해먹인 울 엄마는 말할것도 없고..

그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놀러온 친구들이 요리 솜씨가 워낙 훌륭해서 워낙 많이들 해오고 와서도 가만 앉아있질 않아서 모일때 정말 편하긴 합니다만

준비 하나도 안하고 시켜 먹으면서 친구들을 만나 즐기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데

여기서는 먹을만한 게 없으니 피자만 먹어야되니까 한번 모이면 이렇게 음식 준비하는 게 당연합니다.

지난 번 땡스기빙 모임때는 제가 허리가 아파서 이 친구들이 설겆이까지 정리해주고 갔다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참 신기한 건 가족 단위로 만나야 되다보니 여자들끼리 친하지 않으면 모임이 안되더라구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참 고맙더라구요.


설날, 조용히 보내도 되지만 다들 알아서 며느리 모드 되서

그렇게 네 가족이 모여서 설이라고 또 추억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의무가 아니고 자의에 의한 거면 참 즐거운 추억이 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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