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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Cave

[리뷰] 현대 그랜저 L330 (4세대,TG)

by 대디베이 200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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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 L330 (4세대, TG)


< 제원 >


엔진 : 가솔린 3.3리터 V6기통 DOHC 

출력 : 230마력 @ 6,000rpm, 304 Nm @ 3,500rpm

구동방식 : 전륜구동 (FF)

변속기 : 자동 5단

전장 : 4,895mm

전고 : 1,495mm

휠베이스 : 2,780mm

중량 (curb) : 1,603kg 

최대마력당 중량 : 6.97kg/hp

최대토크(Nm)당 중량 : 5.27kg/Nm

0-60mph 가속 : 8.x초

최고속도 : 230km/h

공인연비 : 9.0km/L

(실제연비 : 6.5km/L 도시주행시)




회사에서 파견 근무지가 인천에서 서울 남대문 근처로 변경이 되면서 티뷰론으로 출퇴근을 하는 일이 고역스러워졌다. 고속도로를 달릴때는 몰랐으나, 잔뜩 막혀있는 서울 도심지에서 수동변속기와 딱딱한 승차감을 가진 자동차를 운전하는것이 쾌적한일이 아니었고, 자동차를 사고 2년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한국의 고속도로는 대부분 달려보게 되어 주말에 드라이빙을 즐기러 놀러 다니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냥 앞으로 오래 탈 수 있도록 패밀리 세단이나 한대 사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었다.


그때가 2005년이었는데, 신형 그랜저 (4세대) 가 출시되고 반년쯤 지난 시점이었다. 길을 가다가 한 주차장에 서있는 신형 그랜저가 구형 모델들과 달리 꽤 스포티하게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형 세단으로 판매되던 과거의 그랜저와는 달리 중형 세단 크기게 나름 스포티하게 처리된 뒷모습이 꽤 마음에 들어서, 그냥 충동적으로 차를 바꿨다.






내가 그랜저를 충동 구매한 이유는 뒷모습이 맘에 들어서 였다. 너무 딱딱하지 않은 둥근 형태의 뒷모습과 잔뜩 부풀어오른 리어펜더의 형상은, 권위주의 냄새가 풍기는 과거의 그랜저와는 달리, 그냥 힘좋게 잘달리는 세단의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 그랜저는 이 시기부터 쇼퍼 드리븐카가 아니라 오너가 직접운전을 하는 자동차로 마케팅이 되기 시작한다.






그랜저의 티비 광고.

이 영상속의 여자분은 그랜저의 운전기사조차 좋아하시나부다....가 아니라, 실제로 티비 광고에서도 그랜저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하는 자동차로 나온다. 사장님이 뒷좌석에서 타는 자동차가 아니라, 회사의 임원급 직장인이 직접 운전하는 패밀리 세단으로 위치가 바뀌었다는 의미.


사실 에쿠스가 출시된 이후로 그랜저의 위치는 더 이상 사장님 자동차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에, 그랜저라는 브랜드가 애매해졌다. 하지만 없애버리기엔 그랜저의 브랜드가치는 무척 높기 때문에, 차라리 소나타의 고급형 모델로 그랜져 브랜드를 옮기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소나타보다 더 비싸지만 직장인이 약간의 부담만 감수하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으로, 경제적 성공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그랜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괜찮은 제안으로 들린다.

이런 추측이 사실이었다면, 이 전략은 무척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수 있는데, 4세대 그랜저의 경우 일시적으로 소나타의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하는등 매우 크게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이 전략은 3세대 그랜저 XG부터 시작된 것인데, 나의 경우 그랜저 XG의 권위주의 넘치는 외모가 그다지 맘에 안들었기 때문에, 딱히 관심이 없다가, 크게 달라진 4세대의 스포티한 뒷모습에 끌려서 구매를 하게되었다.





이 사진은 기본 상태의 계기판인데, 옵션을 더하면 훨씬 멋있는 계기판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자동차의 옵션은 언제나 지나치게 overpriced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아무런 옵션을 추가하지 않고 엔진만 강력한 L330 기본 모델로 구매를 했다.






북미에서 그랜저는 Azera 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2005년 광고라고 보기엔 영상의 효과음이 좀 촌스럽다.





구매후에 알게된 점은, 외형보다 실내 인테리어가 더 맘에 든다는 점이다. 그랜저 4세대는 간결함을 주제로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잔뜩 멋을 부리려다가 유치해지기 보다는 그냥 단순한 형태로 완성도를 높이는게 더 나을수가 있는데,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얘기다.



잘 달릴거 같이 보여서 구매를 하긴 했는데, 사실 기대하던 만큼은 아니다. 

0-100km/h 가속능력이 8초대 초반이면 충분히 잘 달리는 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3,300cc 에 230마력짜리 커다란 엔진의 배기량을 고려해보면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처음에는 차가 무거워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이정도 크기의 준대형 세단에서 1,600kg 수준의 무게는 그다지 무거운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가속이 더딘 이유는 이 차에 장착된 5단 자동 변속기 때문이라고 보이는데, 우선 5단 자동변속기는 효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자동변속기의 경우 최소한 6단 또는 그 이상이 되어야지 충분히 비효율성을 상쇄할수 있다. 게다가 그랜저의 변속기의 경우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 엔진의 기어 비율을 너무 느긋하게 설정한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지역 연비는 6.5km/L 수준으로 매우 안좋다.

반면에 고속도로에서 200km/h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점은 맘에 든다. 변속기가 나쁘다고 해도 230마력이 어디 가는건 아니니깐, 계속 밟고 있으면 최고속도에는 도달하게 되는 법이고, 2,000cc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속 200km 이상의 주행도 가능하다는 것은 무척 맘에드는 장점이다. 근데, 실제로 200km/h 의 속도로 운전을 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는데, 서스펜션이 약간 불안하다.


서스펜션의 경우 당연히 부드러운 스프링을 이용한 푹신한 승차감 중심으로 만들어져서, 급한 코너에서는 제대로 돌지를 못하고, 100km/h 가 넘어가는 고속주행에서는 트랙션을 느낄 수 없어서 무척 불안하게 느껴진다. 현대차가 주로 미국 시장을 위주로 설계를 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준대형 세단이라고 하더라고 단단한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하되 승차감을 약간 개선시키는 수준의 유럽 시장의 서스펜션과는 방향이 많이 다르다.


스티어링휠의 경우, 아주 가벼워서 한국의 비좁은 주차장에서 큰 차를 이리저리 돌리는데 전혀 힘들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물론 고속주행시는 묵직하게 바뀌는 것은 당연하고. 하지만, 물렁한 스프링과 마찬가지로 노면의 감각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완충기 (쇼크 업소버) 덕분에 고속주행이 아주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 차의 경우 사실 달리기 성능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아래의 광고를 보면 알수 있다.




너무도 유명했던 그랜저의 노골적인 광고. 뭐, 어쨌든 솔직한건 좋다.

그랜저 4세대의 경우 차의 운동성능 보다는 고급스러움을 즐기기 위한 자동차다. 이후 5세대로 넘어가면서 달리기 성능도 함께 개선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2005년 당시 한국 자동차 시장은 성능 보다는 고급스러움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자동차는 자신의 경제능력을 타인에게 드러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게 후진국형 사고 방식이라고 비난하는 글도 많던데. 내 생각에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모든 물건은 타인에게 과시하는 의미가 조금씩은 부여되어 있는거 같다. 자동차의 경우 워낙 가격이 비싸고 집 밖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서 더욱 그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어느 나라 사람들이건 사람이란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 법이니까.
그랜저의 한국판 광고 영상들은 그 당연한 사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훌륭한 광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노골적인 취향과 우회적인 취향이 갈릴 수 있는 법이니까, 이 광고의 노골적인 표현방식에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BMW같은 브랜드의 "선진국의 자동차 광고" 영상을 봐도 우회적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똑같다. "비싼 차는 너의 능력을 여자에게 드러내 줄수 있으며, 이 차를 사면 여자들이 너를 좋아하게 될거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골적이고 싸구려 취향을 가진 나는 그랜저의 한국판 광고역시 맘에 든다.

나를 포함해서 내 또래의 친구들이 이 시기에 결혼을 많이 했는데, 내가 30살에 이 차를 구입한 덕에 주위 친구들 결혼식 웨딩카로 내 차를 여러번 써먹었다. 대충 웨딩카 기사로 열번 넘게 공항에 다녀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랜저의 뒷좌석은 준대형 차급답게 아주 넓고 쾌적한 편이며, 트렁크 공간도 아주 넉넉한 편이라서, 여러 사람과 여행을 다니기에도 아주 좋다. 무엇보다, 친구들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이 차를 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 차를 소유하던 4년의 기간동안 나도 결혼을 했으며, 얼마 후 아내가 임신을 했다. 그 당시 아내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매일 아침마다 아내를 옆자리에 태우고 함께 출근을 했었는데, 그랜저의 푹신한 승차감은 임신해서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아주 안락한 운송수단이 되어주었다.


또한 그랜저에 탑재된 JBL 스피커는 고급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랜저 수준의 자동차 가격에는 잘 어울리는 스피커라고 볼 수 있다. BMW같은 고급 차량도 스피커 옵션을 추가로 선택해봤자 하만카돈을 넣어주는 경우도 흔한데, 그랜저에 기본 스피커가 JBL 이라면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라고 보면된다. 스퍼커의 수준을 떠나서 실제로 스피커 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섬세하다. 나중에 BMW 320d로 차를 바꾸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그랜저에서 즐기던 좋은 음악 소리였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넓은 뒷좌석 공간, 푹신한 승차과 더불어 그랜저의 가장 장점은 정숙한 실내 소음 수준이다. 엔진소리, 배기음소리들도 최대한 억제가 되었으며, 외부 소음도 잘 차단이 되서, 실내 공간은 아주 조용하다. JBL 스피커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이동하면, 서울 시내의 막히는 도로이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이건 안락하고 넓직한 응접실 같은 기분으로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랜저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고, 그랜저를 구입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기대 이하의 달리기 성능은 구입후 곧 잊어버리게 되었고, 나는 그랜저를 소유했던 4년간,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운전의 재미도 함께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