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n Cave

[리뷰] Volkswagen Golf GTI Mk6

by 대디베이 2014. 9. 20.

2018/03/06 - [Man Cave] - [리뷰] BMW X5 xDrive35d (2세대, E70)

2014/09/20 - [Man Cave] - [리뷰] Volkswagen Golf GTI Mk6

2013/11/12 - [Man Cave] - [리뷰] BMW 330i (4세대, e46)

2010/05/19 - [Man Cave] - [리뷰] BMW 320d (5세대, e90)

2010/09/01 - [Man Cave] - [리뷰] 현대 싼타페 디젤 2.0 (1세대, SM)

2009/09/01 - [Man Cave] - [리뷰] 현대 그랜저 L330 (4세대,TG)

2005/11/28 - [Man Cave] - [리뷰] 현대 티뷰론 터뷸런스 2.0 Type-S (RD2)



지금껏 직장생활을 서울과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하다보니,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에 뉴햄프셔의 내슈아라는 소도시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고 나니, 당장 출퇴근을 어떻게 할지부터 고민을 해야하더군요. 미국은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중교통이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내슈아의 경우에도 대중교통이 아예없는것은 아니지만, 자동차로 10분거리밖에 안되는 회사를 가기 위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도보와 버스를 포함해서 편도 한시간 가량이나 걸리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버스가 하루에 한두대밖에 운행을 안하는 문제는 덤. 

그동안 패밀리카로 BMW 330i 한 대만 보유하고서 저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살고 있었지만, 대중교통을 거의 이용하기 어려운 소도시에서 통근을 하기 위해서는 출퇴근용 자동차를 한대 더 구매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고민없이 폭스바겐 골프 GTI 로 결정하고 근처의 폭스바겐 딜러를 방문하여 구매를 했습니다.


2012년 2월에 구매한 폭스바겐 GTI Mk6.

색상은 United Gray Metallic.


3년전 현대 그랜저를 보유하면서 좀 더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로 변경을 하려고 했던 계기가 된 자동차가 5세대 GTI 였습니다. 서울에서 거주하다보니 자동차 1대만 보유하면 되는 상황에서, 아이가 있는 가족이 사용할수 있도록 문4개 달리고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자동차 중에서 스포츠카는 GTI (그당시는 5세대) 가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매장을 방문했더니, 무려 4천만원이 넘는 가격표가 달려있다는 걸 알고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골프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경제적이고 저렴한 소형차라고 알고 있었는데, 골프의 고성능 버전은 어째서 4천만원이 넘을 수가 있는건지 놀랍더군요. 결국 그 가격이라면 차라리 BMW 3시리즈를 사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GTI를 포기했었는데, 이 때 말이 씨가 되서 결국은 BMW 320d 를 구매했던 기억도 납니다.


훗날 시카고 지역으로 이민을 온 직후에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알아보니, 미국에서 폭스바겐 GTI는 $25,000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라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골프가 $20,000 수준이니까, 고성능 버전이라고 해도 $5,00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입니다. 그러나, 미국에 현금 한푼없이 갓 도착한 사람은 은행 대출을 좋은 조건으로 받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형 GTI 는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수중에 가진 현금으로 살수 있는 저렴한 중고 자동차를 검색하다가, 맘에 드는 BMW 330i 를 먼저 발견하는 바람에 결국 GTI 는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GTI 와 인연이 없다보니, 이번에는 반드시 GTI 로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6세대 GTI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GTI 한가지만 유일한 후보였던것은 아닙니다. 패밀리카가 아니라 나 혼자 타고다닐 용도로 운전 재미가 좋은 차를 알아보려고 하다보니, 미니 쿠퍼가 자연스레 떠오르더군요. 하지만, 막상 뉴햄프셔로 이사를 오고나니 연중에 절반이 폭설이 쏟아지는 겨울인데다가 사방에 언덕길이 하도 많아서, 아내가 패밀리카로 사용중이던 후륜구동인 BMW 330i 가 조금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눈이 많이 오는 날에 아내와 차를 바꿔서 사용해야할텐데, 아내와 아이가 함께 타고 다니기에는 미니 쿠퍼는 좋은 대안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폭스바겐 GTI 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1984년식 폭스바겐 GTI 2세대 광고 영상.


폭스바겐 GTI 6세대 광고 영상.



제원 (GTI Mk6 북미형)


엔진 : 터보 가솔린 2.0리터 직렬4기통

출력 : 200마력 @  5,100-6,000rpm, 207 Nm @ 1,800-5,000rpm

구동방식 : 전륜구동

변속기 : 6단 듀얼클러치

전장 : 4,211mm

전고 : 1,468mm

휠베이스 : 2,578mm

타이어 : 225/40R18

중량 (curb) : 1,457kg 

최대마력당 중량 : 7.29kg/hp

최대토크(Nm)당 중량 : 7.04kg/Nm

0-60mph 가속 : 6.1초

연비 : 10.2km/L ~ 14.0km/L   (내가 직접 측정한 실제 연비 11.5km/L -- 미국 교외 지역 기준)


GTI 는 폭스바겐의 소형차 골프를 기반으로 만든 고성능 버전입니다. GTI 라는 이름이 다양한 차종에 사용되는 유럽의 경우는 골프 GTI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북미의 경우는 그냥 단순히 GTI 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2012년 당시만해도 북미 지역의 경우 골프라는 브랜드가 제대로 자리잡히지 않아서 6세대까지는 그냥 GTI 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7세대 부터는 북미에서도 골프 GTI 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걸로 봐서 최근에는 골프라는 브랜드가 북미에서도 제대로 자리잡은것 같습니다. 골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면서 동시에 높은 품질도 인정받는 자동차이지만, 소형 해치백이 인기가 없는 북미 지역에서 골프는 그다지 많이 팔리는 자동차가 아니다보니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도 자동차가 소형화가 되어가는 추세다보니 골프가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거 같더군요.


골프를 기반으로 만든 GTI는 1976년에 1세대가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스포츠카라는 것은 커다란 엔진과 그것을 싣고 달릴 수 있는 커다란 차체를 가진 비싼 자동차를 의미하는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골프 GTI 는 작은 차체에 작은 엔진을 싣고서 스포츠카 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훗날 영국의 한 자동차 언론에서 화끈한 (hot) 소형 해치백 자동차 (Hatchback)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핫해치 (Hot Hatch) 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골프 GTI 는 핫해치라는 장르의 가장 대표적인 자동차로 알려져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GTI 5세대를 구매하려고 매장까지 갔다가 마음을 접었던 이유가 바로 이 사진에 나타나있습니다.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GTI 는 골프를 기반으로 만든 자동차 입니다. 그리고 골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저렴한 가격의 소형 해치백 자동차 입니다. 물론 폭스바겐이 다른 대중 자동차 제조사에 비하면 약간 가격이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골프는 저렴한 소형차에 속합니다. 북미에서는 소형차로 분류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준중형으로 분류가 되므로 현대 자동차의 아반테와 비슷한 수준의 자동차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경우 골프 일반 모델은 대략 $20,000 또는 그 이하의 가격으로 구매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골프를 기반으로 만든 GTI 역시 어느정도 합리적인 가격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2009년 당시 한국에서 GTI 5세대는 4천만원 수준의 가격표가 붙어있더군요. 그 이유는 한국 폭스바겐에서 GTI 에 모든 고급 옵션을 추가를 해서 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옵션에는 무척 근사한 검은색 가죽 의자까지 포함이 되어있었습니다. 아무리 GTI 가 고성능 자동차라고 해도, 폭스바겐의 해치백에 가죽의자 옵션을 (강제로) 선택해야 하는것은 좀 어처구니 없게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더 맘에 안들었던 점은, GTI 의 경우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플래드 무늬  (Clark Plaid) 직물의자가 GTI의 중요한 디자인 요소중에 하나로 여겨질 만큼 상징성이 강한 무늬라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GTI를 구매하려면, 상징적인 디자인을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동차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고가의 가죽 의자를 강제로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 가격이 그렇게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구매한 GTI 는 아예 자동변속기를 제외하면 모든 옵션을 하나도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2012년은 6세대 GTI 가 출시된지 몇 년되지 않았던 시점이라서, 근사한 멀티미디어 LCD 스크린 같이 충분히 최신 옵션들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만, 의도적으로 아무런 옵션도 선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방문했던 폭스바겐 딜러에서 stock 에 가지고 있는 GTI 의 경우 모든 차량이 기본적으로 Sun roof 를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딜러가 back order 를 넣어서 2주일 정도 걸려서 뉴욕에서 배달을 받아와야했습니다. 덕분에 $25,000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GTI 를 구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에서 처럼 플래드 무늬 직물 의자가 달려있었으며, 제가 GTI 를 떠나보낸 지금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멋진 디자인이 바로 저 의자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물 커버 의자와 달리 저 의자의 느낌은 약간의 방수처리가 된것 같은 재질입니다. 쉽게 때가 타지 않으며, 진공청소기만 이용해도 가죽 의자처럼 쉽게 청소가 되는 약간 매끄러운 재질이라서 늘 깨끗한 상태로 유지가 되었습니다. 독일 자동차는 단순히 성능만 좋은게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것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써서 만드는 부분이 보여서 늘 만족스럽습니다.




6세대 GTI 의 경우 사실상 5세대 GTI 의 페이스리프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거의 비슷한 자동차라고 여겨집니다. 실제로 5세대와 6세대는 PQ35 라는 동일한 플랫폼을 이용해서 개발이 되었다고 합니다. 약간의 디자인 변경과 언더스티어를 억제하기 위해서 XDS라는 전자식 제어장치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XDS 는 LSD 와 유사한 동작을 하는 장치라고 합니다만, 디퍼런셜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코너링시에 안쪽 바퀴에 살짝 브레이크를 걸어주어서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5세대 GTI를 시승할때 일반적인 시내 주행 속도에서 조차도 교차로에서 돌때마다 언더스티어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만, 6세대 GTI의 경우 일반적인 주행 속도에서 코너링중에 언더스티어가 느껴지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핸들링이 좋아졌습니다. 고속으로 코너링하면 6세대 GTI 도 당연히 심각한 언더스티어가 있다고는 하던데, 저는 그렇게 고속 주행을 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타이어의 한계 상황을 이용한 고속에서는 XDS 같은 잔재주가 아니라, 전체적인 무게 배분이 코너링 특성에 더 큰 영향을 줄테니 언더스티어가 나올 수 밖에는 없을거 같긴합니다.


북미형 GTI 6세대의 경우 미국 정부 규제 때문에 유럽형에 비해서 차고가 살짝 더 높고, 엔진의 힘은 200마력으로 약간 떨어집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가 유럽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약간 힘이 더 좋은 211마력짜리 신형 엔진을 사용하지 못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차의 가장 대표적인 장점은 당연히 핸들링입니다. 제가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차인 BMW 330i 의 경우도 핸들링이 좋기로 유명한 자동차이니 두 자동차의 차이를 중심으로 적어보겠습니다.

GTI의 스티어링 느낌은 "경쾌함"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BMW 330i 의 스티어링 느낌은 "노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느낌"이라고 본다면, GTI 는 그렇게 노면을 단단히 붙잡은 느낌은 아니고, 단단한 차체가 노면을 경쾌하게 미끌어지면서 달리는 느낌입니다. 미니 쿠퍼와 핸들링 느낌이 매우 비슷한 거 같은데요, 아마도 미니와 GTI 가 모두 전륜구동이라서 그런 느낌인거 같습니다. 물론 미니 쿠퍼에 비하면 GTI 가 휠베이스가 더 길기 때문에, GTI 는 직진 안정성도 어느 정도 괜찮은 편입니다. 미니 쿠퍼는 경쾌한 움직임은 좋지만 고속 직진 안정성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가속하는 느낌도 330i 와는 다소 다릅니다. 330i 는 출발할때보다 고속으로 갈수록 끝없이 가속력이 계속 증가하는 뒷심이 강한 느낌으로 꾸준히 가속을 하지만, GTI 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때 부터 최대 힘으로 차를 가볍게 튕기듯이 힘차게 가속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덕분에 초반에 힘을 다 써서 고속에서는 가속력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즉, 330i 는 고속에서도 꾸준히 가속을 하면서, 노면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방식이라서 고속 도로 주행에서도 핸들링이 좋은 특징이 있고, 반면에 GTI 는 도심에서 낮은 속도로 정지와 출발을 반복하는 상황에 아주 잘 어울리는 핸들링 특성을 가진것으로 표현하는게 적절할것 같습니다. 물론 GTI 는 작은 차체에 200마력의 엔진이 달렸으니, 당연히 고속도로에서도 다른 자동차들 보다 훨씬 잘 달리긴 하지만, BMW 처럼 고속 주행 감각이 훌륭하다는 느낌보다는 도시의 저속주행시에 훨씬 가볍고 경쾌하게 느껴진다는 점이 GTI의 장점인거 같습니다.

또한 GTI 의 경우 엔진의 소리를 실내에서 잘 들을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실제로 엔진이 3,000 rpm 을 넘어가면 엔진소리가 매우 크게 실내로 들어옵니다. 스포츠카 처럼 박력있게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동안 듣기에는 엔진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려서 좀 피곤하더군요. 이 차로 뉴욕까지 왕복 8시간을 운전한 적이 있었는데요, 2시간을 넘어가면서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경쾌한 핸들링 감각 때문에 금방 피곤해졌습니다.

가속과 스티어링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느낌도 무척 경쾌해서, 차 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도록, 왠만한 속도에서 급하게 정지를 해도 차가 거의 밀리지 않고 원하는 지점에 곧바로 정지하는 기분이 듭니다. 물론 일반도로에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는 차의 최대 감속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를 경험할 수는 없으므로, 최대 감속 성능이 어느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속하는 느낌이 차의 실제 무게를 느끼지 못할만큼 쉽게 정지를 한다는 점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GTI 의 핸들링은 실제 무게인 1.5톤 보다 훨씬 더 가볍게 느끼도록 가속/회전/정지를 합니다. 거기에 작은 차체가 더해져서, 도심 지역에서는 아주 재밌게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고속도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GTI 는 일반적으로 Grand Tourer Injection 의 약자 입니다. Grand Tourer 라는 말은 고속으로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의미인데, 골프 GTI 의 경우는 Grand Tourer 로 적합하지는 않은거 같네요.


두번째 장점은 4도어 해치백의 실용성입니다. 

제 주변에는 190cm 정도 되는 장신의 직장 동료들도 몇명 있습니다만, 그 분들과 제 차로 이동을 할때에도 실내 좌석이 비좁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물론 중형 세단처럼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은 없지만, 어쨌든 별로 불편하지는 않은 자세로 남자 성인 4명이 탑승하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실내 공간입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인의 체형을 기준으로 본다면 실내 공간의 전혀 좁지 않습니다. 현대 아반테와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보면 될거 같네요. 

여기에 해치백의 특성상 트렁크 공간의 활용도가 무척 좋습니다. 전륜구동 방식이라서 트렁크 공간이 차체에 비해서 충분히 큰데다가, 해치백이라서 위로 짐을 쌓아두면 꽤 큰 짐도 싣고 다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3인 식구인 우리 가족의 경우 뒷좌석의 절반을 접어 놓고 사용하면 커다란 화물도 꽤 많이 들어갑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공간의 부피는 꽤 큽니다만,  절대적인 길이는 소형차이다보니, 길쮹하게 생긴 화물을 싣는 것은 쉽지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키아에서 책꽂이 같이 기다란 화물은 뒷좌석을 접는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3인가족이 주말에 스키 / 캠핑등의 레저활동을 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큰 트렁크 공간이 장점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키아에서 가구를 구매해서 실을 수 있는 수준은 안됩니다.


세번째 장점은 디자인 입니다.

아마 다른 핫해치에 비해서 GTI 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디자인 때문일것입니다. 반대로 다른 핫해치에 비해서 GTI 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 또한 디자인 때문일겁니다. GTI 는 골프와 디자인이 거의 비슷합니다. 5세대의 경우 앞쪽 그릴에서 큰 차이가 있었지만, 6세대 부터는 일반 골프와 GTI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골프의 디자인은 단순함을 미덕으로 여기는거 같습니다. 군더더기가 너무 없어서 너무 심심하게 보이는 디자인입니다. 그러다보니 스포츠카의 성능을 가졌지만, 외견상으로는 일반 골프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스포츠카의 성능은 즐기고 싶지만, 튀는 디자인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GTI를 좋아하기도 하며,동시에 스포츠카의 튀는 디자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GTI 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골프 6세대의 외형을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너무 동글동글하게 디자인 되서 그런지 중년의 남자에게 어울리기에는 지나치게 귀여운거 같습니다. 7세대 골프는 램프들이 각지게 변해서 좀 더 마음에 듭니다.


의견이 갈리는 외형과는 달리 실내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이차를 3년가까이 타면서 매일 출퇴근을 했는데요, 이 차가 일본 자동차와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자동차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실내의 느낌은 독일의 고급차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스티어링 휠 입니다. 아주 부드러운 가죽을 빨간색 실로 바느질 마감을 한 스티어링 휠은 무척 고급스러운 촉감이 느껴지고 디자인도 훌륭해서, GTI 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플래드 무늬 의자는 디자인도 예쁘지만, 동시에 몸을 꽉 잡아주는 스포츠 의자라서 경쾌한 GTI 의 움직임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잘 지지해줍니다. 스포츠 타입의 의자이므로 쿠션이 푹신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불편할 정도로 단단한건 아닙니다. 실내에서 스티어링 휠과 함께 가장 만족스런 부분중 하나입니다.


네번째 장점은 가격입니다.

골프 GTI 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우디 A3 와 거의 비슷한 자동차라고 봐도 됩니다. 성능도 비슷할 뿐더러 실내의 고급스러운 부품들도 A3와 비교할만합니다. 하지만, 북미의 경우 GTI의 가격은 $25,000 수준입니다. 물론 가죽 의자 옵션과 다양한 전자장비 옵션을 선택하면 A3와 비슷한 가격으로 올라가므로, 동일한 기준으로 비굑해서 GTI 가 A3보다 더 저렴한차는 아닙니다만, 대신 그런 옵션이 필요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저렴한 가격이 아예없는 A3와는 달리 $25,000 에 GTI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저렴한 깡통 GTI를 구매할 수 없는 한국의 경우는 GTI 의 가격은 오히려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폭스바겐 배지가 달린 자동차에 A3를 살수 있는 4천만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할 만큼 GTI를 좋아하는 매니아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위에 열거한 장점들 이외에도 수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듀얼클러치 기반의 6단 변속기입니다.

최근에 고급차에 적용되는 7단, 8단 변속기도 좋지만, 저는 폭스바겐의 듀얼클러치 6단 변속기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엔진의 회전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재미도 충분히 느끼려면 7단 이상은 너무 단수가 많구요, 엔진 토크를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유지해주려면 5단은 너무 적습니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듀얼클러치는 왠만한 8단 변속기 수준으로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거기에 듀얼클러치 특유의 민감한 토크 전달 감각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출발할때 수동변속기처럼 오른발 발가락의 움직임이 곧바로 타이어의 움직임으로 이어지게 되어서 운전 재미를 더욱 만족시켜줍니다. 물론 자동변속기이므로, 수동변속기처럼 1단,2단의 울컥거림도 없이 부드럽게 가속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변속기의 장점 덕분에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달린 GTI 는 수동변속기 모델에 비해서 가속 성능과 연비 모두 뛰어납니다. 





앞에서 적은 것처럼 핸들링에 실용성에 멋진 실내와 가격까지 모두 훌륭하다보니, 저는 가장 완벽한 차를 한대만 고르라면 당연히 (옵션이 없는) GTI 가 최고의 자동차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래에 적은 내용은 그냥 어거지로 적어본 단점들입니다. 사실은 별로 단점이라고 할만한게 없습니다.


첫번째 단점은, 18인치 휠입니다.

GTI의 휠은 5세대부터 상징적인 독특한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사용합니다. 디자인도 맘에 들고 좋은 휠이지만, GTI의 서스펜션 스프링은 꽤 단단한 편인데 여기에 편평비 40짜리 타이어가 들어가는 바람에 1년 사이에 타이어 옆면이 찢어지는 문제를 두번이나 경험을 했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도로를 꼼꼼하게 정비를 하지 않는데다가, 뉴잉글랜드 지역은 폭설로 인하여 노면에 소금을 자주 뿌려주다보니 아스팔트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곳곳에 팟홀이 즐비한데요, 이런곳을 달리기에는 GTI 의 18인치 휠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어차피 GTI 는 차체도 단단하고 스프링도 단단한데, 17인치 휠을 사용하는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아무리 고성능이라고 해도 200마력 엔진의 자동차에게 18인치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인거 같습니다. 17인치 휠을 사용하는 것이 승차감과 가속성능 두가지 모두 좋았을거 같습니다.


두번째 단점은, 골프의 단점들입니다.

GTI 는 고성능 스포츠카이지만, 기본이 되는 골프에 고성능 엔진과 서스펜션등을 적용한 자동차입니다. 기본적인 플랫폼과 레이아웃이 동일하기 때문에 골프의 한계점이 GTI 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Toyota 86 또는 Mazda MX-5의 경우는 처음부터 스포츠카로 설계가 되었으므로,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중량 배분, 토크 스티어 문제등이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GTI 는 스포츠카 이지만, 해치백 소형차 골프의 한계로 인해서, 완전한 스포츠카가 될 수는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경기장에서 운전을 하거나 오토크로스 (짐 카나)에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 재밌게 운전을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GTI 와 정식 스포츠카 사이의 차이점을 느끼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법규를 어기고 위험한 속도로 운전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식 스포츠카와 GTI 의 차이는 의미가 있겠지만, 저 처럼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들의 속도 수준에서 GTI 는 매우 재밌고 훌륭한 스포츠카 입니다.



2011년 골프 35주년 기념 에디션 광고 영상



이 차를 구매하고 거의 3년가량 보유하면서 매일 매일 경쾌하게 달리는 출퇴근 시간이 무척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더 이상 이 차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GTI 가 "가장 완벽에 가까운 자동차"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GTI 를 구매한 이유가 "완벽한 자동차" 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차를 팔고 다른 차로 바꾼 이유가 또한 GTI 도 마찬가지로 이 차가 완벽한 자동차 이기 때문입니다. 뉴햄프셔에서 막상 자동차 2대를 보유하고 살다보니,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차 1대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더군요. GTI 보다 더 실용성이 좋은 차 한대와 GTI 보다 더 운전이 재미있는 차 한대를 각각 구매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 이유로 지금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GTI 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동차중에서 첫번째인건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