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벌써 아홉살이 되었습니다.
낳고, 젖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하면서 헤맸던 게 얼마 전인 거 같은데
곧 사춘기가 될 아이를 보면서 저도 많이 늙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동시에 엄마 노릇이 꽤나 익숙해진 기분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벌써 네 번재로 생일파티를 해주었더니 그닥 신경 쓸 것이 별로 없이 파티를 치렀습니다.
아이는 일년 동안 다음 생일 파티를 어디서 할지 고민을 하기 때문에 적당한 곳을 조율해서 올해는 스카이존 트램폴린 파크에서 했습니다. 생일 파티는 유치원 때가 제일 성대하게 치러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간에 그룹이 없어서 반 친구들을 다 초대하게 되니까 20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이들이 좀 큰데다 방학이 생일이라 예전부터 불러왔던 친했던 친구들만 부르기 때문에 최소 인원인 열명을 채우기가 힘듭니다.
생일 파티는 일단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에 파티룸을 쓸 수 있는지 예약부터 합니다. 주중에 하면 조금 더 싸기도 하고 훨씬 유리하죠. 예약시에 예약금을 좀 내야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초대장을 쓰기도 하고 그게 없으면 보통 evite.com 을 사용합니다.
초대를 할때 가장 간단한 형식은
Join us for DD's 9th birthday party!
When: Wednesday, July, 25th, 3 p.m.
Where: ...장소와 주소
RSVP until 7/20
내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의 내용 정도가 기본으로 들어가면 되겠습니다. evite.com같은 곳에서는 누가 올 수 있는지 없는지 RSVP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편합니다.
생일 파티 장소에서 보통 피자와 음료수(레모네이드, 프룻펀치) 등이 기본으로 포함된 갯수가 있고 어른들 먹을 것까지 해서 추가 주문해두면 됩니다. 저는 아이들이 10명 내외에 어른들은 그냥 데려놓고 데려가는 나이이기 때문에 기본 피자 2판에 1판을 더 추가했고, 음료는 피처2개였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좀 컸고 저녁때가 다 되어 그런지 피자를 엄청 먹더라구요. 잘못하면 모자를 뻔 했네요.
추가적으로 어른들 먹을 수박을 먹기 편하게 잘라서 가져갔고, Ranch소스와 작은 당근, 방울 토마토를 가져갔습니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피자를 먹으며 같이 먹기가 좋더라구요. 케익 외에 외부음식 반입 금지라고 되어 있지만, 당일에 무대뽀로 가져가서 그냥 파티 헬퍼에게 나 이거 꺼내도 될까? 라고 슬쩍 물어보고 꺼내두었습니다.(다들 그렇게 합니다....ㅎ)
파티 장소에서 일회용 접시와 포크 냅킨, 초에 불 붙일 라이터, 케익 자를 칼 등을 다 제공해서 제가 따로 준비할 것은 케익과 구디백이었습니다. 풍선을 추가하면 예쁠 것 같아서 마트에서 따로 주문했는데 나중에 보니 파티장소에서 10개 $10에 추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괜히 마트에서 사서 가져 가느라고 헬륨 풍선이 붕 떠서 날아갈까봐 걱정하며 차에 풍선을 싣고 갔습니다.
아이와 함께 동네 마트에 가서 케익을 주문해두었는데 특별한 테마가 들어가는 게 싫다며 저렇게 아무 그림이 없이 글씨만 썼습니다. 좋게 말하지면 깔끔한 스타일로 디자인한 테두리 모양과 색만 골랐습니다. 케익 주문할때 빵을 바닐라로 할지 쵸코렛으로 할지, 크림을 바닐라로 할지 쵸코렛으로할지 다 정할 수 있습니다. 겉에 크림은 바닐라로 했지만 빵은 바닐라, 쵸콜렛 반반씩 해서, 서빙할때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줄 수 있고 그렇게 많이 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케익을 살때 절대 초를 주지 않으므로 별도로 사야합니다. 잊어버리기 쉬워요!
파티 당일에는 진행을 도와주는 직원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어리면 두 세명이 진행하고 도와주기도 하지만 큰 아이들은 입구에서 인원체크 하고 알아서 놀고 피자 서빙과 생일 케익 서빙만 도와줍니다. 올해 도와준 직원은 어찌나 빠릿하게 일을 잘하던지 이전에 아무것도 안했던 사람과 비교되더라구요. 일을 잘하든 못하든 도와준 직원에게는 끝나고 팁을 줍니다. 한명이 도와줬으면 기본 $20정도, 여러명인 경우는 금액을 줄여서 나눠주거나 한명에게 나눠가지라고 줘도 됩니다. 현금으로 줘도 되고 잔금 계산할때 같이 계산해도 됩니다.
아이는 자기 생일이라고 자아 도취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가 완전한 주인공이 되어 보내는 하루,
저는 제 생일 챙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맘껏 도취되어 행복한 하루를 보내준 아이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특별히 할아버지께서 아이 생일파티 비용을 다 내주셨습니다.
이제 제가 준비한 구디백,
구디백의 가방은 아마존에서 구입한 건데 재질은 비닐입니다. 근데 좀 폼나지 않나요.
내용물은 간단히 요것들입니다. 따뜻한 물에 캡슐째 넣으면 동물로 변하는 매직 그로우 장난감, 누텔라 과자, 트레이더조 롤리팝, 트레이더조 태피캔디.
저 매직그로우캡슐은 생각보다 안커져서 완전 실망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뭐 구디백이 원래 다 쓸데없는 거 넣어서 아이들만 즐겁게 해주는 그런거니까요.
트레이더조에서 산거라 그닥 달지 않습니다. 그래도 색소 안들어간 것들로 달달한 것을 넣어줘야하니까요.
요렇게 넣어서 각각 풍선에 달아서 테이블에 놓아줬더니 애들이 집에 가기도 전에 누텔라 다 꺼내먹고 롤리팝 빨아먹고 다니더라구요.
제가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구디백 선물로 찜해뒀던 것들은
- 후기를 보니 연필로 쓰기엔 꽝이라네요. 재미삼아 넣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겹쳐진 베어 펜슬 - 이건 후기가 좋은 편입니다.
- 다 쓸데없지만 아이들에게는 재밌는 Party Favors 입니다.
올해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준 선물은 바로
휴대폰!
우연히 거의 공짜로 유심카드가 하나 더 생겨서 아이에게 휴대폰 번호를 만들어줬습니다.
사실 이 오래된 휴대폰은 오래전부터 아이에게 준 것인데, 이걸 물감 박스에 넣어서 선물이 물감인 척한 후, 박스를 열때 전화를 걸어서 벨소리가 나게 하여 "서프라이즈!" 시켜주려는 것이 제 의도였습니다.
물감 박스에서 벨이 울리자, 아이는 이게 뭥미 표정을 지었지만, 원래 자기 휴대폰이 나오자 다시, 엄마아빠가 뭐하는거지...계속 의아해했습니다.
휴대폰 번호가 생겼지만 오래된 거고, 작고, 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걸 (우리집 룰) 알고는 제 기대만큼 감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친구들이 휴대폰이 없어서 굳이 텍스팅할 친구가 없어서이기도 하구요.
오히려 아빠 전화 번호를 저장하다가 아빠가 회사 사무실 번호가 있다는 걸 알고는 아빠가 커다란 집 전화기 같은 걸 가진 사람이라는 것에 엄청 감동했습니다. 아빠 회사 전화기는 말하는데랑 듣는데 따로 있는 커다란 손잡이(수화기를 설명하는 듯) 있는 그거냐고 하면서 완전 존경의 눈길로 보더라구요.
선물로 들어온 기프트카드를 너가 쓰면 된다고 했더니, 이건 쓰고 나면 다시 또 그만큼 쓸 수 있는 거냐고 물어서 무슨 말인가 했네요. 써도 써도 계속 충전되는 기프트카드라...한번 쓰면 끝이라고 했더니, 그럼 신용카드는 왜 계속 사용이 가능하냐,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가질 수 있냐 막 물어보네요. 돈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은행, 현금, 신용카드, 기프트 카드를 설명해줬는데 이해한건지 모르겠습니다.
Happy 9th Birthday!
'뉴햄프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스콤 군부대 구경 (0) | 2018.08.13 |
---|---|
산수 가르쳐주다가 눈물 흘린 이야기 (0) | 2018.08.13 |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0) | 2018.07.05 |
이방인 추가족네 배추가 안 절여진 이유 (0) | 2018.02.05 |
안개 (0) |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