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꽃놀이 구경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맨체스터에서 봤습니다. 정말이지, 디즈니월드 불꽃놀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굉장했습니다. 작년에는 한국 방문하는 길에 들른 샌프란시스코의 피어 39에서 보았는데 실망을 금치 못했죠. 그 이야기는 여기 있습니다.
2017/08/17 - [여행/미국여행] - [샌프란시스코] 피어39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샌프란시스코의 Fourth of July 불꽃놀이에 실망을 한 이유는, 독립기념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보면 너무 당연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776년 7월 4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13개 주의 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 선언문을 발표한 날"
여기서 13 개의 식민지(colony)는 바로 미동부에 위치한
뉴햄프셔,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펜실베니아,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 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hirteen_Colonies
지도의 붉은 색 부분으로, 미국 동부입니다.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뉴햄프셔주의 시골 구석 마을에서 하는 불꽃놀이 규모가 거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보다도 컸던 겁니다.
매년 불꽃이 설치된 다리에 가장 가까운 공원에서 보는 친구네 가족의 도움으로 올해는 맨체스터 시내에 들어가서 거리에 주차를 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9시 반에 시작하는데 6시 반에 갔더니 아직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뉴햄프셔의 여름 날씨답지 않게 폭염주의보가 이번주 일주일 내내 있었고, 이날도 역시나 33도가 넘는 더위가 계속 되어서 식지 않는 아스팔트가 얼마나 뜨거운지 바닥에 앉으니까 찜질방에 둘러 앉은 것 같았습니다. 해가 8시 50분은 되야 지는데 그때까지 그나마 다행히 나무 그늘이 있어서 버틸만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찜질방 놀이 하면서 먹고 수다 떨고 했더니 너무 재밌더라구요. 아이들은 보드게임하고 어른들은 무대에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음악을 들으며 푸드트럭에서 프라이드 도우, 필리 치즈 샌드위치, 프렌치프라이 같은 걸 사다 먹으며 놀았습니다.
함께 간 언니의 귀여운 머리띠 빌려서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이맘때면 학교에도 미국 국기 색의 옷을 입고 오라고 하고 해서 월마트에서 셔츠를 샀더니 몇 번 잘입고 있습니다.
9시 반이 되자 10시까지 불꽃이 터졌는데
정말이지 쉴새없이
미친듯이
계속 터졌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불꽃이 떨어지는 걸 본적이 있었던가.
하늘에 터진 불꽃이 나에게 다 쏟아지는 것 처럼 황홀했습니다.
위치가 너무 가까워서 가끔은 다 연소되지 않은 채로 떨어지는 걸 볼 정도였습니다.
소리는 엄청났고, 불꽃도 엄청났고
어쩜 저렇게 돈을 쏟아부을까
어딘가에서는 이걸 만드느라 고생할테지만
미국 전역에서는 오늘밤 이렇게 즐기고 있구나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이날 비행기를 타고 동부에서 서부로 향하면, 미국 시간이 동부가 빠르고 서부가 더 느리기 때문에 날아가면서 1박 2일간 불꽃의 향연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드러누워서 봤는데
소리가 너무 크다못해 바닥까지 울려서
"괜찮니?"라고 물어봤는데
그걸 왜 물어보냐고 하더군요....
저는 진짜 너무 가깝고 소리가 크고 나중에는 너무 많이 터트려서 연기가 자욱하길래 불난 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할 정도 였습니다.
불꽃 사진은 사진 좋아하는 남편이 삼각대 설치해놓고 찍은 겁니다.
2016/07/07 - [Man Cave] - 불꽃놀이 사진 찍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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